"전쟁이 한창인데 정작 전장을 지휘할 장수들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AI 국가 전략을 바라보는 학계와 산업계의 시선에는 서늘한 냉소마저 감돈다. 'AI 3강(G3) 도약'이라는 포부를 내걸고 출범한 국가AI전략위원회(AI전략위)가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정치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정책의 진정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을 상징하는 말은 속도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국가 차원의 총력전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이에 지난해 9월 출범한 AI전략위는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다수의 기업인과 전문가들이 산하 조직에 참여하는 등 '민관 원팀' 전략을 내걸었다.
그런데 정작 원팀 구성할 핵심 인사들은 선거판으로 향하고 있다. AI전략위에서 간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정부와 민간의 가교 역할을 맡은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최근 부산 북구 갑 재보궐 선거에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예비 후보로 등록한데 이어 민간 영역을 대표해 상근 부위원장직을 맡았던 임문영 부위원장까지 광주 광산을 재보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전략 공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 사활이 걸린 AI 전략을 설계하고 집행해야 할 이들이 임무 완수는 커녕 AI전략위 경력을 스펙 삼아 금배지를 향해 전열을 이탈한 모양새다. 이에 위원회 안팎에선 AI전략위가 정치인을 배출하는 '일자리 위원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의 부재가 뼈아픈 이유는 단순히 '개인의 이탈'이 아니라 '시스템의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은 그간 하 전 수석, 임 부위원장,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하지만 핵심 인사 3인 중 2명의 동시 이탈로 AI전략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맞게됐다. 실제 AI 행동계획 98개 과제 수립을 주도하고 이르면 올해 하반기 완료 예정인 정책과제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할 후임자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물론 여당의 논리도 분명하다. AI 전문가인 하 전 수석과 임 부위원장을 국회로 보내 AI 입법 동력을 만들고 부산과 광주에 각각 AI 인재를 배치해 지역 혁신까지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명분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최소한의 전제가 필요하다. AI 컨트롤타워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핵심 인사들이 먼저 선거판으로 이동하고 그 빈자리를 누가 어떻게 메울지조차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정책의 연속성을 물론 현장의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실제 현장의 기업들은 AI 정책의 가이드라인 하나, 규제 완화 하나가 절실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AI 3강 도약을 원한다면 이번 사태를 뼈아프게 복기해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화려한 수사나 거창한 위원회 출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을 끝까지 책임지고 완수하려는 '의지'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통'에 달려 있다.
정치권행을 택한 이들이 국회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의 이탈로 인해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에 대한 진정성이 적잖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정치적 행보를 위해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설계하는 자리를 '스펙 쌓기용'이나 '정치적 징검다리'로 활용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면 지금이라도 정치색을 뺀 실무 중심의 AI 컨트롤타워 재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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