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나예원 기자] 프로야구 원정 관람과 지역 맛집 탐방을 함께 즐기는 두산 베어스 팬들의 이른바 '먹산' 문화가 경기장 밖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더하고 있다.
'먹산'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두산 팬을 뜻하는 표현으로, 최근에는 원정 경기 지역의 대표 음식과 맛집을 찾아다니는 팬 문화를 가리키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먹산 문화를 취재하기 위해 두산 팬 크리에이터 베어물어쓰(@bearmuleos, 팔로워 1만 4000여 명)와 대전 원정길을 동행했다. 베어물어쓰는 두산 팬들 사이에서 먹산 문화를 상징하는 크리에이터로 통한다.
두산과 한화의 경기가 열린 평일 오후, 베어물어쓰와 함께 대전역에 도착하자 경기 시작 수 시간 전부터 두산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눈에 띄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야구장이 아닌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이었다.
평일임에도 일부 인기 상품의 대기표가 조기에 마감되는 등 매장 안팎은 이미 야구팬과 방문객들로 붐볐다.
인근의 구움과자 전문점 정동문화사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이날도 오전부터 방문객이 몰리며 준비된 대기 번호표가 일찍 소진됐고, SNS에서는 조기 매진 소식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동문화사 관계자는 "두산 경기가 있는 날에는 유니폼을 입은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정확한 이유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경기가 있는 날 방문객이 늘어나는 것은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어물어쓰의 발걸음은 빵집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에 지역 닭강정 맛집에 들렀고, 야구장 안에서도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며 하루를 보냈다.
경기장에서 만난 다른 두산 팬들도 먹거리가 직관 경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대전을 찾은 두산 팬 김유리(23) 씨와 이채영(23) 씨는 "야구를 보러 왔지만 성심당을 먹으러 온 것이기도 하다"며 "원정을 가면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도 직관의 재미"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은 서울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가까워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원정지"라며 "야구도 보고 맛집도 즐길 수 있어 앞으로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 매출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신용데이터가 2025년 프로야구 경기장 인근 외식업 매출을 분석한 결과, 대전 지역은 원정 경기가 열린 날보다 홈경기가 열린 날 주변 외식업 매출이 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산 사직(19%), 창원(11.4%)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매출 증대 효과다.
업종별로는 패스트푸드 매출이 35.6% 늘었고, 양식은 29.14%, 베이커리·디저트 업종은 26.75% 증가하며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대전에서는 국·탕·찌개 전문점 매출이 비경기일 대비 99.2%, 면 요리 전문점은 85.4% 폭증하며 지역 특화 메뉴를 중심으로 압도적인 소비가 이뤄졌다.
팬들이 지갑을 여는 시간대도 뚜렷했다.
전국적으로 경기 시작 전 3시간 동안의 카드 매출이 종료 후보다 평균 16.3% 높은 가운데, 대전은 그 격차가 23.5%에 달해 경기 전 식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유독 강했다. 한편 KB국민카드 분석에 따르면 경기 종료 후 시간대 대전 지역 상권 매출 증가율은 46%로 전국 야구장 중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흥행에 따른 대전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약 498억 원으로 추산된다.
원정 팬들에게 야구 경기는 이제 단순한 스포츠 관람에 그치지 않는다. 경기 전 지역 맛집을 찾고, 음식을 구매한 뒤 야구장으로 이동하는 과정 전체가 하나의 여행으로 자리 잡았다. 대전 역시 성심당을 비롯한 대표 먹거리와 야구 관람이 결합하면서 원정 팬들에게 새로운 방문 목적지가 되고 있다.
먹산은 단순히 많이 먹는 팬을 뜻하는 말일까. 야구를 보기 위해 도시를 찾고, 그 지역의 음식을 경험하며 소비를 이어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경기장 밖 지역 상권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힘이 되고 있다.
나예원 기자 ywn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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