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 규모 빅딜 임박… 웨이퍼부터 후공정까지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
두산그룹이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시장 강자인 SK실트론 인수를 사실상 마무리하며 그룹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발전·건설기계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반도체 중심 첨단 산업 그룹으로 변신하겠다는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최근 SK그룹과 SK실트론 경영권 인수를 위한 세부 조건 조율을 대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르면 다음 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전망이다.
거래 구조는 두산이 SK그룹 측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분 19.6%를 우선 확보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 29.4%까지 포함되면서 두산이 사실상 SK실트론 지분 100%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전체 거래 규모를 약 5조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업계는 물론 재계 전반에서도 올해 최대 규모 인수합병(M&A)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번 인수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추진해온 사업 재편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두산은 기존 중공업 의존도를 낮추고 반도체·에너지·첨단소재 중심의 미래 사업 비중 확대에 집중해왔다.
특히 지난 2022년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를 인수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제조 기업까지 확보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장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두산이 반도체 공급망 내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실트론은 실리콘 웨이퍼 분야에서 일본 신에츠화학, 섬코에 이어 세계 상위권 경쟁력을 갖춘 업체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 확대에 따라 웨이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SK그룹 입장에서는 재무 유동성 확보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 그룹 전반의 사업 재편과 투자 효율화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규모 현금을 확보함으로써 배터리·AI·첨단 반도체 등 미래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최 회장의 개인 지분을 둘러싼 시장 논란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두산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5조 원 안팎의 대규모 자금 조달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인수금융과 재무적투자자(FI) 유치 등을 병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은 기존 제조업 기반 위에 반도체라는 성장 축을 새롭게 세우려 하고 있다”며 “SK실트론 인수는 단순 사업 확대를 넘어 그룹 정체성을 바꾸는 상징적 거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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