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세복 시인
8월이다. 곧 2학기가 시작된다. 여름방학이 끝나면 다시 한 학기의 수업과 학교생활과 평가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2학기의 시작은 8월이지만, 교원 인사는 9월이 2학기다. 그래서 새로운 선생님들이 9월에 전근을 가기도 하고 오기도 한다. 하지만 9월 전근이 많지는 않다. 대개는 3월에 전근을 오가지만 그래도 어쩌다 있기도 하다.
필자도 9월에 첫 발령을 받았다. 졸업하고 1학기에 발령이 나지 않았을 때, 발령 나기 전까지 무엇을 하고 지낼까 생각하던 중에 고향 근처의 입시 학원에서 연락이 왔다. 곧 그 학원에서 강사를 시작하였다. 학원 강사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여러 학교에서 발령 전까지 강사를 해줄 수 없느냐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터라 그대로 학원 강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학원은 단과학원이 아닌 종합학원이어서 담임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필자는 중학교 2학년 중하위권 담임 반을 맡았다. 중학교 2학년인 데다가, 상위권이 아닌 반이었으니 학생들을 다루기가 영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전에 있던 담임선생님이 아이들과 유대감을 아주 많이 쌓아 놓고 가셔서인지 아이들은 걸핏하면 그 선생님과 비교를 해대곤 했다.
필자는 서러웠다. 초등학교 단과반도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자기들은 마치 초등학교 때부터 이 학원에 다닌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고 필자는 굴러온 돌 취급하였다. 웃기지도 않았지만 무시하려고 해도 말끝마다 그런 태도를 보여서 화가 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함께 일했던 다른 과목의 선생님들이 한뜻으로 도와주셨지만, 한계가 있었다. 결국 다 필자의 몫이었다.
역시 학원은 학원이었다. 학생들이 시험이 끝나면 쭉 빠져나갔다가 시험 철이 되면 학원에 다시 돌아오곤 했다. 다시 돌아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빠져나갈 때가 문제였다. 원장님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말투 사이사이에서 무언가 모르게 선생님들을 압박하는 모습이 보였다. 생각해 보면 학원이라는 특성상 그건 당연한 거겠지만,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머릿수를 계산하는 것이 맞는 건지 스스로 자꾸 질문하곤 하였다.
그런데 매번 그렇게 찡그리는 일만 있지는 않았다. 중학교 국어는 기초를 배우는 시기여서 그런지,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부분이 정해져 있기도 하였다. 이렇고 이러한 부분이 나올 것이니까 잘 이해해야 한다고 수업 시간에 강조하면, 그 말을 알아듣는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러고는 시험을 보고 와서 교무실 문을 열고 외쳤다. ‘선생님,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데서 다 나왔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면 원장님이 크게 웃으시고 필자를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에게 던지는 말투가 달라지곤 하였다.
여름방학이 오고 8월 초에 발령 소식을 접했다. 이제 고향의 학원을 떠나 학교로 가야 하는 것이다. 소식을 들으신 원장님이 축하해 주고 그동안 고생했다며 양복을 맞춰 주셨다. 성질이 괴팍하신 면도 있지만 또 정이 있는 분이기도 했다. 한편 아이들과 헤어져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공부하라면 맨날 축구할 계획만 세우며 함성을 지르던 남학생들, 그때 유행하던 신화나 지누션 등 가수들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키득거리던 여학생들, 그렇게나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와서 서운해했다. 물론 그러고 나서 또 새로 오시는 선생님을 괴롭힐 테지만 말이다.
필자의 짧았던 학원 생활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해마다 8월이면 그 시절 아이들의 함성과 노랫소리가 자꾸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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