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소 3곳 중 1곳 ‘포화’…관리 부실·위생 엉망
가족이라고 하더니… 버림받는 반려동물 <1> 갈 곳 잃은 ‘슬픈 동물들’
광주일보, 전남지역 22개 시·군 동물보호소 23곳 전수조사
반려동물 천만시대 유기 다반사
인력·예산 부족에 열악한 시설
20마리당 1명 이상 관리 규정에도
2명이 수용규모 2.6배까지 감당
견사 바닥 배설물 안 치워져 악취
2026년 09월 06일(일) 20:20
6일 찾은 함평군 학교동물임시보호센터. 유기견들이 배설물과 오물 등이 치워지지 않은 공간에서 머무르고 있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 그들을 ‘가족’이라 부르는 시대가 됐다. 가족인데도, 버려지는 동물은 끊이질 않아 보호센터는 포화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인식과 제도, 정책은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에 턱없이 부족하다. 광주일보는 학대, 유기에서 보호, 양육과 제도에 이르기까지 지역 동물복지의 빈틈을 짚고 ‘네 발’ 가족과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해법을 고민하는 기획물을 게재한다.
6일 오전 찾은 함평군 학교동물임시보호센터. 철문을 열고 보호시설 안으로 들어서자 수십 마리의 개가 일제히 짖기 시작하는 가운데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먼저 밀려왔다.
견사 곳곳에는 치워지지 않은 배설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견사 주변에도 오물이 묻어 있었다. 보호동물이 생활하는 공간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관리자들은 오히려 물청소 한 번 하기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함평군 학교동물임시보호센터를 관리하는 인원은 단 2명. 사료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것도 벅차 센터 물청소는 1년에 한 번 할까말까 한다고 했다. 관리 인력도 감염병, 위생 등 관련 자격을 보유하지도, 전문성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호소의 보호 기능도 무색할 정도로 살아나가는 동물이 눈에 띄게 적었다. 6일 기준 올해 함평군 보호센터가 구조한 320마리 가운데 입양·기증되거나 반환된 동물(48마리·15.0%)보다 자연사하거나 안락사된 동물(228마리·71.3%)이 훨씬 많았다.
현재 보호 중인 동물은 44마리(13.8%)다.
최근 장흥군 동물보호센터의 관리 부실 논란<광주일보 9월 2일 6면>을 계기로 광주·전남 동물보호소의 열악한 보호환경과 운영 실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가 늘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덩달아 늘고 있는 유실·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동물보호소의 수용능력을 넘어선 과밀과 부족한 관리인력, 열악한 시설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실정이다.
광주일보가 전남광주시 22개 시·군에서 운영 중인 동물보호소 23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9곳(39.1%)은 수용 동물로 포화상태였다.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은 동물보호센터가 보호동물 20마리당 1명 이상의 보호·관리 인력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실은 달랐다.
곡성군 동물보호소의 경우 적정 수용 마릿수는 50마리지만, 지난 4일 기준 130여마리(수용률 260%)를 수용 중이다. 적정 규모의 2.6배가 넘는 동물이 한 공간에서 머물고 있는 것이다. 보호소 건물도 비닐하우스 1동(310㎡·93평) 공간에 견사를 설치한 ‘가건물’ 수준이다. 관리인력도 최소 6명은 돼야 하지만 2명만 근무하고 있다. 곡성군은 지난 7월에서야 새로운 동물보호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라 언제 제 기능대로 운영될 지 미지수다.
영광 불갑동물임시보호소의 수용 능력도 연면적(998㎡·301평)을 고려하면 80마리에 불과하지만, 현재 140마리(수용률 175%)가 넘는 동물이 머무르고 있다. 이 곳 관리인력도 2명 뿐이다.
장성군 동물보호센터도 연면적 845㎡(255평)규모에 최대 수용마릿수는 60마리를 넘는 84마리(수용률 140%)를 보호 중이며, 순천시 직영 유기동물보호소(820㎡, 248평)도 최대 수용마릿수 170~180마리를 넘는 190여마리(수용률 110여%)를 수용 중이며 현장 상주 인력은 공무직 1명과 기간제 2명 등 3명뿐이다.
더불어 동물보호단체가 별도로 운영하는 순천지역 민간 위탁시설도 최대 100마리 가운데 97마리를 보호하고 있어 사실상 포화 상태다.
순천시 관계자는 “보호동물 20마리당 관리인력 1명을 둬야 한다는 법정 기준은 알고 있지만, 보호동물이 늘어날 때마다 그에 맞춰 인력을 충원하기에는 예산과 인력 운용 등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법적 기준도 못 마치는데 버려져 보호소로 옮겨지는 동물은 무섭게 늘어나는 실정이다.
여수시 반려동물보호센터의 경우 지난해 6월 기존 시설을 늘려 연면적 742.42㎡ 규모의 시설로 확장했지만 들어오는 유기 동물이 훨씬 많아 소용없을 정도가 됐다. 180마리까지 시설을 키웠지만 불과 1년여 만에 수용 능력을 넘어선 222마리를 보호하고 있다.
보호센터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함평군 학교동물임시보호센터만 해도 최대 80마리 중 44마리(수용률 55%)를 수용 중이라 여유로운 편인데도, 관리 인력이 적어 위생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면서도 생색내기식 예산 지원과 인력 부족 등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센터가 상당수다.
당장, 장흥군의 경우 직원 2명이 유기동물 포획부터 구조, 보호소 인계 후 관리까지 전부 떠맡고 있는데도, 수년째 인력충원, 조직개편 요구를 무시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대응도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뒤늦게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를 대상으로 사료·급수 상태, 질병 관리, 개체 분리, 공고·기록 관리 등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인력·예산 부족과 무관심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보다 현재 실태만 개선하려는 임시방편식 땜질 처방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세현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단순히 보호소의 수용두수와 시설 환경만 살펴보고 가는 것은 겉핥기식 조사에 불과하다”며 “왜 보호소가 과밀해지고 관리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지 원인을 들여다보고, 지자체가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함평 글·사진=윤주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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