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다음 달 경제부 장관을 중국에 보내기로 하면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대중국 정책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무역적자 확대와 원자재 접근성, 인공지능 규제 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독일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조정하면서도 대화를 이어가려는 현실적 선택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불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카테리나 라이헤 독일경제에너지 장관이 오는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남부 항구 도시 광저우를 찾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다만 방문 일정과 세부 내용은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중은 라이헤 장관의 첫 중국 순방이 될 전망이다. 독일 정부는 공식 확인을 유보했다. 경제산업성 대변인은 방문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며, 일정이 공식 확정된 뒤에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메르츠 총리의 대중국 정책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독일 산업의 대중국 노출과 경제 의존도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중국 방문 이후에는 전략적 파트너십 심화를 언급하며 한층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선거 때의 경고와 집권 후의 현실론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라이헤 장관이 이끄는 부처는 독일과 중국 관계에서 핵심 축이다.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거나 핵심 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 차단에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을 쥐고 있다. 다만 독일 정부 내부에서는 라이헤 장관이 이런 수단을 적극적으로 동원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메르츠 총리와 같은 기독민주당 소속인 그는 시장 중심적이고 비개입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52세의 라이헤 장관은 메르츠 연립정부 안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은 인사다. 그는 그간 사회민주당 연정 파트너들을 겨냥해 시장 친화적 입장을 거침없이 드러내 왔다. 이달 초 정부가 급등하는 유가 대응책을 마련하던 과정에서는 메르츠 총리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했다. 정책 추진에서 독자성이 강한 만큼, 이번 방중에서도 강온 조절에 관심이 쏠린다.
그럼에도 독일 정부가 이번 방중에서 중국을 향해 분명한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라이헤 장관은 중국의 대독일 무역흑자 확대와 산업 과잉생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주도형 경제인 독일은 최근 세계 교역 환경 악화와 미국 주도의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적잖은 충격을 받고 있다.
독일과 유럽이 느끼는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키운다. 위안화 평가절하에 힘입은 값싼 중국산 제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유럽 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로 인해 미국과의 무역이 위축되면서 유럽연합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더 취약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라이헤 장관의 방중 시점도 미묘하다.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이번 방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기 위해 5월 14∼15일 방글라데시를 찾은 직후 이뤄지게 된다. 미중 간 협상 구도가 유럽에 어떤 불이익으로 돌아올지 불안감이 커지는 시점이다.
불룸버그통신은 "실제 유럽 내부에서는 미국이 핵심 광물과 무역,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 별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며 "그 과정에서 유럽이 협상력과 공급망 주도권에서 밀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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