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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도심 속 라운지에서 삶의 질을 묻다-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

씨티은행과 증권사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이용해 현자·석학들과...

도심 속 라운지에서 삶의 질을 묻다-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

[지혜의 숲을 찾아서 ㊷]

'이곳에 살고 싶다' 는 마음이 들게 하는 도서관

서울 여의도의 고층 빌딩 숲 사이. 브라이튼 아파트 단지와 이어진 중정 연못 앞에 도서관이 고요히 놓여 있다. 통유리창 밖으로는 햇살에 반짝이는 나무가 부드럽게 흔들리고, 안쪽에는 잔잔하고 따뜻한 조명이 켜져 있다. 갤러리와 북카페, 호텔 라운지 그리고 공공도서관의 경계가 우아하게 섞여 있는 느낌이다.

진열을 넘어선 큐레이션, 책을 ‘전시’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붙드는 건 작품처럼 전시된 책과 책장이었다. 마치 갤러리의 작품처럼 책이 한 권씩 놓여 있고 그 아래 아크릴 액자 속에 책 속의 문장이 쓰여 있었다.

서울 여의도 브라이튼도서관 내부. 책을 작품처럼 전시해 놓아 하나 하나 보는 재미가 있다. (사진 = 김희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왔던 것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 그게 시가 하는 일이지요.” (황인찬, <시는 참 이상한 마음>)

“뭔가를 꼭 같이하지 않아도 함께한다는 것, 그런 시간을 함께 살아낸다는 것, 우리가 식물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테니” (이승희,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

“그들은 똑같은 고통과 행복을 무수히 겪으면서도 매번 처음인 것처럼 느낀다. ” (소준,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

“함께 있고 싶은 이들과 함께 있다면 그곳이 극락이다.” (정세랑, <옥상에서 만나요>)

문장들을 곱씹다 보니 하나 하나 공감이 간다. 그래… 시가 아는 것을 낯설게 하지…그리곤 눈길을 돌린 <어떤 밤은 식물들에 기대어 울었다>는 제목에 집에 두고 온 나의 화초들에 물 주는 걸 깜빡한 미안함이 밀려왔다.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의 문장처럼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아내지만, 삶은 늘 아프고 또 늘 그렇게 처음인 듯 좋다. 50여년을 살아도 삶은 결코 무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함께 있고 싶은 이들과 함께 있는 지금의 나는 참 행복하다’는 안도감이 든다. 우연히 마주친 문장들이 마음 속 깊은 뭔가를 꺼내어 주는 느낌이다.

빠른 생산의 시대, 느린 침잠을 권하는 ‘필사’

“손으로 글씨를 쓰는 행위, 그리고 실체가 있는 물건을 생산하는 것과 관련된 뭔가가 오래된 기술을 새로운 기술보다 더 효과적으로 만든다.” (롤란트 첼러, <쓰는 인간>)

이 책과 문장은 도서관 한편에 마련된 ‘필사의 공간’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대변하고 있었다. AI가 일상이 된 이후, 텍스트는 너무 쉽게 생성되고 너무 빨리 소비된다. 몇 초 만에 번듯한 문장이 만들어지고, 또 몇 초 만에 스크롤 아래로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다. 그런 속도의 시대에, 일부러 책상에 앉아 천천히 손으로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쓰게 만드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참으로 흥미롭고 위안이 되는 변화다.

어쩌면 사람들은 이제 ‘빠른 생산’의 피로감에서 벗어나 ‘느린 침잠(沈潛)’을 원하기 시작한 건 아닐까. 가볍게 스쳐 지나가지 말고 한 자 한 자 오래 머물러 보라고. 그 고요한 시간 속에서 떠오르는 당신만의 생각을 스스로 건져 올려보라고... 그게 삶의 지혜라고 은근히 말해주는 것 같다.

서울 여의도 브라이튼도서관내 라운지 공간. 창밖을 보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사진 = 김희연)

가족의 취향과 휴식을 설계하는 플랫폼

라운지 공간의 풍경도 훌륭했다. 턴테이블에서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사람들은 창밖의 흔들리는 나무를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헤드폰을 쓰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굳이 차를 몰고 멀리 떨어진 숲을 찾아가지 않아도, 힐링되는 이런 공간이 곁에 있다면 매일 나오고 싶을 것 같다. 지혜의 숲 도서관 칼럼을 쓰면서 도서관이 점점 쉼의 공간도 겸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은 그런 느낌에 대한 확신을 준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이 공간의 살아있는 생명력, 즉 높은 이용률이었다. 오픈한지 한달도 안된 곳, 평일 오전 10시쯤이었는데, 이미 좌석의 70% 이상이 차 있었다. 사람들은 이미 이 멋진 공간을 일상의 아주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이고 있었다.

한쪽 끝에서는 아이들의 경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규모가 꽤 큰 키즈카페와 어린이 공간이 도서관과 이어져 있었다. 심지어 영어 키즈 프로그램이 열리는 전용 공간도 있었는데, 이번 주말부터 원어민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허나 지금 그공간에서 정작 아이들은 누구보다 신나게 한국말로 떠들며 놀고 있었다. 그 생기발랄한 풍경이 괜히 귀엽고 정겨웠다.

지금까지 다녀본 수많은 도서관 중에서도, 어른을 위한 우아한 라운지와 아이들을 위한 활기찬 공간이 있는 도서관은 처음이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공시설이 아니라, 가족의 하루와 개인의 취향, 휴식과 교육을 통합적으로 설계해 주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 같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와 잔잔한 연못을 지나, 매일 아침 이런 넓고 그리고 햇살이 풍성하게 들어오는 싱그러운 도서관의 문을 여는 일상. '아, 이게 진정한 삶의 질이라는 건가.'

문득, 이곳으로 이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의도 브라이튼 아파트의 선큰광장을 통해 도서관에 들어간다. (사진 = 김희연)

신규 오픈한 여의도 브라이튼 도서관 정보

Q. 언제 지어졌나?

- 지난 4월 28일에 정식 개관한 아주 따끈따끈한 신상 도서관이다. 옛 MBC 부지 복합개발(브라이튼 여의도) 과정에서 기부채납을 받아 영등포구에서 조성한 1,050평 규모의 구립 도서관이다. 4개의 브라이튼 아파트와 오피스텔 빌딩 동이 둥그렇게 둘러싼 안쪽의 중앙 선큰(Sunken) 광장을 통해 진입하게 되어 있어, 프라이빗하면서도 넓은 호텔 로비나 갤러리 같은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Q. 공간 구성은 어떻게 되나?

- 중앙 광장을 중심으로 일반자료실, 글로벌 이슈와 연계된 영어자료실, 감각적인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감각의 서재', 필사 전용 공간, 음악이 흐르는 휴식 라운지 등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Q. 운영 시간과 휴관일은?

- 평일(화~금)은 오전 9시~ 밤 10시 (어린이 자료실은 오후 6시까지). 주말(토~일)엔 오전 9시 ~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및 법정 공휴일엔 휴관한다.

Q. 영어 키즈카페를 이용하려면?

- 영어 전용 키즈카페인 이곳은 미끄럼틀, 주방놀이, 블록놀이 공간과 터치형 디지털 기기 등을 갖추고 있으며, 원어민이 진행하는 영어 스토리텔링과 과학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0세 ~ 6세 (연나이 기준)의 영유아와 동반 보호자가 있으면 가능하며, '우리동네키움포털' 누리집을 통해 평일 3회차, 주말 4회차 중 원하는 시간을 사전 예약하면 된다. 이용요금은 2시간 기준 1인당 3,000원이다.

김희연

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과 증권사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이용해 현자·석학들과 대화하며 차별화 전략 및 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했고, 관련 저작권도 갖고 있다. 이 독창적  AI활용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 강의> 등을 하고,  뉴스버스에도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감지능시대>와 <리더는 AI에게 질문하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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