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4.5 (05:45~06:00, 13:40~13:55, 18:40~18:55)
■ 방송일 : 2026년 10월 14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박은석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한때는 결혼까지 생각하던 사이였습니다. 데이트 할 때마다 “네 돈, 내 돈” 따지는 게 야박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보니, 요즘 연인들 사이에선 데이트 비용을 함께 모아 쓰는 이른바 “데이트통장”을 많이 이용한다고 하죠. 문제는 관계가 끝나는 순간입니다. 통장에 남은 돈, 같이 모은 돈이니까 당연히 나눠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명의자의 돈이 되는 걸까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던, 연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해외여행을 가려고 데이트통장에 400만원 가까이 모아뒀는데요. 어느날 통장을 확인해보니 남은 돈은 단 13만원. 내역은 더 황당했습니다. 함께 모은 돈을 한 사람이 합의 없이 다른 용도로 써버렸다면 헤어진 뒤 남은 돈은 어떤 기준으로 나눠야 할까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박은석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박은석 변호사 (이하 박은석)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박은석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일단 오프닝에서 소개한 사연부터 살펴보죠.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남자친구와 커플통장 문제로 다퉜다는 건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박은석 : 네. SNS에 게시된 커플의 사연이 화제였는데요. 결혼을 전제로 교제 중이던 커플이 해외여행을 위해 매달 50만 원씩 데이트통장에 꼬박꼬박 모아왔는데요. 여성이 400만 원 가까이 쌓인 걸 확인하고 비행기 표를 예매하려고 앱에 접속했더니, 잔고가 단 13만 원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겁니다. 내역을 확인해보니 지난달에 5성급 호텔, 렌터카, 4인 항공권 명목으로 300만 원이 넘는 돈이 결제돼 있었습니다. 이에 남자친구에게 따졌더니, 어머니 환갑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면서 두 사람의 데이트통장 카드로 결제했다고 실토했습니다. 당연히 여자친구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말이죠.
◆ 이원화 : 남자친구 해명도 상당히 황당합니다. “어차피 결혼할 사인데, 예비 며느리로서 그 정도도 못 보태냐” 오히려 돈을 칼같이 따지는 태도가 무섭다, 이렇게 나왔단 거잖아요. 할 말은 많습니다만 감정적인 판단을 빼고 보죠. 이 발언, 법적으로 보면 어떻습니까?
◇ 박은석 : 법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데이트통장은 두 사람이 데이트 비용이라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함께 모은 돈입니다. 그 용도를 벗어나서 일방이 임의로 사용하는 건, 아무리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도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어차피 결혼할 사이"라는 말 역시 법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결혼을 약속했다는 사실이 상대방 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한을 주지는 않습니다.
◆ 이원화 : 이 사연에 이런 댓글 달렸더라고요. “횡령이다” 연인사이, 데이트 통장을 두고도 횡령이 될 수 있습니까?
◇ 박은석 : 네. 이 사안은 횡령죄 성립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반환을 거부할 때 성립하는 범죄인데요. 데이트통장의 돈은 '데이트 비용'이라는 용도가 명확하게 정해진 자금이기 때문에, 남자친구는 공동 자금의 관리를 위임받은 보관자에 불과합니다. 그 돈을 합의된 용도인 데이트 비용이 아닌 자신의 가족여행 경비로 써버렸다면, 제한된 용도를 벗어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설령 연인 사이라고 하더라도 법률적인 판단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 이원화 : 이번에는 헤어진 뒤 생긴 분쟁도 보죠. 사랑할 때는 별 문제 없던 데이트통장이 헤어진 뒤, 갑자기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면서요. 무려 2천만원이 넘게 모여 있었다던데 어떤 사연입니까?
◇ 박은석 : 보도된 사례를 소개해드리면, 30대 직장인 커플이 처음엔 월 30만 원씩, 결혼을 약속한 뒤엔 월 50만 원씩 데이트통장에 적립했습니다. 4년 동안 데이트 비용으로 쓰면서도 잔액이 2,000만 원 이상 쌓였는데요. 이후 두 사람이 이별하게 됐고, 여성이 남은 돈을 절반씩 정산하자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남성이 단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다만 그 이유가 조금 독특했는데요.
◆ 이원화 : 이유가 뭐였습니까?
◇ 박은석 : 남성은 연애 초반에 자신이 데이트 비용을 거의 다 부담했으니 데이트통장 금액의 절반은 자기 몫이고, 나머지는 여성의 잘못으로 결혼이 깨졌으니 위자료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이원화 : 연애 초반에 내가 밥값을 더 냈으니 지금 통장에서 빼겠다. 또 네 책임으로 결혼이 깨졌으니, 위자료를 받아야겠다. 얼핏 들으면 나름의 계산이 있는 것 같긴 하거든요. 법적으로 따져보면 어떻습니까? 특히 결혼하지 않은 사이에서도 위자료란 게 있을 수 있습니까?
◇ 박은석 : 두 가지 주장 모두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먼저 "초반에 내가 더 많이 냈으니 그 돈을 빼겠다"는 주장부터 보면, 통장을 만들기 전에 자신이 사용한 비용을 나중에 통장에서 충당하겠다는 건 당초 통장을 만든 당사자 간 합의에 반하는 겁니다. 더욱이 연애 초반에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냈다는 사실은, 상대방의 호감이라는 무형의 대가를 얻기 위한 증여로 보는 게 맞습니다. 위자료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인 전 남녀가 헤어지는 경우, 폭행 등 민·형사상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위자료 개념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성이 초반 데이트 비용과 위자료를 명목으로 데이트통장 자금을 반환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 이원화 : 그럼 보통의 경우를 한 번 정리해보죠. 헤어졌을 때 데이트통장에 남아 있는 돈, 누구 돈이고, 어떻게 나눠야 하나요? 가령 반반씩 넣었을 때, 7대 3으로 나눴을 때가 다른지, 또 대부분 한 사람 명의로 돼 있을텐데 명의자가 내 이름으로 된 돈이다, 주장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박은석 : 원칙은 명확합니다. 데이트통장의 돈은 두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위해 함께 모은 돈이기 때문에, 이별로 그 공동의 목적이 소멸하면 계약관계가 해지되어 각자 투입한 비율대로 돌려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반씩 넣었다면 반반으로, 7대 3으로 넣었다면 7대 3으로 나눠야 합니다. 명의 문제도 많이들 걱정하시는데요. 통장 명의가 누구냐는 것이 소유관계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법원은 재산 형성의 실질적 과정을 보는데요. 결국 통장에 두 사람이 입금한 내역이 있고, 공동의 목적으로 지출된 내역이 확인된다면, 그 통장은 공동의 자산을 일방의 명의로 관리하기로 한 것일 뿐, 명의자 혼자의 자산으로 볼 수 없습니다.
◆ 이원화 : 헤어진 다음에 명의자가 “니가 그냥 쓰라고 준 돈 아니냐, 공동으로 모은 돈이란 증거 있냐” 이렇게 나오면요? 입증을 돈을 돌려받으려는 쪽에서 해야하는 거잖아요?
◇ 박은석 : 맞습니다. 금융실명법상 통장은 명의자 소유로 추정되기 때문에 돌려받으려는 쪽에서 공동으로 모은 돈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다만 계좌이체 내역이 남아 있고, 두 사람이 번갈아 입금한 기록, 공동 지출 내역이 통장에 고스란히 찍혀 있다면 입증이 보다 용이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적요란에 용도를 메모로 남겨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또 다른 상황 하나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나 대신 모아달라면서 여자친구 명의 통장에 돈을 넣은 경우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 박은석 : 네. 보도된 사례를 소개해드리면, 남자친구가 "나는 돈이 있으면 다 써버리니 네 통장에 넣어두고 싶다"고 제안했고, 여자친구가 자신의 통장을 내줬습니다. 1년간 남성이 입금한 금액이 약 4,000만 원에 달했는데요. 이 돈은 두 사람의 데이트 비용, 남성의 보험금 등 공동 경비처럼 쓰였습니다. 당시 개인 가게를 운영하던 여성에게 남성은 "필요하면 써도 좋다"고 허락했고, 여성은 그 말을 믿고 운영자금으로 1,200만 원을 사용하였던 사안입니다.
◆ 이원화 : 사귀고 있던 중에는 당연히 문제가 없었을 것 같고요. 헤어진 뒤에 문제가 생겼을 것 같은데 어떻게 됐습니까?
◇ 박은석 : 네, 이후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됐는데요. 최초 여성은 "통장에 남은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였으나, 남성은 처음엔 "돈은 안 줘도 되니 다시 만나달라"며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이후 여성이 다른 남성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남성이 보고 난 후 상황이 급변했다고 하는데요. 남성은 여성의 원룸 도어락을 누르고 무단 침입을 시도하는가 하면, "4,000만 원 안 내놓으면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성 문자를 밤낮으로 보냈습니다. 공포 속에서도 여성은 '함께 쓴 돈이니 절반은 갚는 게 도리'라는 생각에 매달 돈을 보내 1,700만 원을 상환했습니다. 그런데 남성의 결혼 소식과 함께 날아온 것이 '커플통장 각자 기여도에 따른 반환금 청구'라는 제목의 내용증명이었습니다. 남은 2,300만 원을 즉시 갚으라는 내용이었죠.
◆ 이원화 : 앞선 사연과 또 다른 상황인 것 같은데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내가 넣은 거니까 돌려받아야 한다 주장할 수 있어 보이거든요. 반면에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아니 써도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이렇게 반박을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 박은석 : 여성의 입장에서는 크게 방어와 역공, 두 갈래로 대응해야 한다고 봅니다. 방어 측면에서는, 남성이 준 돈이 '빌려준 돈'이 아니라 '증여 또는 공동사용 자금'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남성이 자발적으로 입금했고, 공동 사용에 합의했으며, 일부 사용을 허락한 정황은 증여의 성격을 뒷받침합니다. 통장 거래 내역과 당시 메신져 대화 기록이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역공 측면에서는, 남성의 스토킹과 협박 행위를 형사 고소하는 것을 검토해야 합니다. 내용증명에 대해서는 자금의 성격과 분할 상환 합의 사실을 명시해 반박하고, 남성의 불법 행위를 통해 그의 금전 요구가 순수한 채권 회수가 아닌 부당한 압박임을 법원에 알려야 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연애 문제를 넘어, 경제적 통제를 수반한 새로운 형태의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 이원화 : 사랑할 때 우리 돈 하겠지만 헤어지고 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지는 것 같은데 변호사님이 만약에 의뢰인에게 조언을 한다면 데이트 통장 쓰라고 하시겠습니까?
◇ 박은석 : 저는 권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랑은 유통기한이 있지만 통장 분쟁은 그 이후에도 계속됩니다.
◆ 이원화 : 명언입니다. 그런데 이미 데이트 통장을 쓰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최소한 이것만큼은 미리 정해두거나 기록으로 남겨놔라 이런 게 있을까요?
◇ 박은석 : 데이트 통장을 사용해야 할 상황이라면 세 가지를 꼭 당부드립니다. 우선 반드시 계좌이체로 입금하고 적요란에 메모를 남기세요. 현금으로 넣으면 나중에 내가 넣은 돈이라는 걸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둘째, 지출 내역을 두 사람이 함께 공유하세요. 마지막, 헤어질 때 정산 방법을 미리 대화로 정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법정에서 다투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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