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법과 제도의 정비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른바 ‘AI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1년의 계도기간이 주어졌다는 점은 기업에게 단순한 유예가 아니라 준비의 시간이다.
AI를 핵심 서비스로 삼거나 내부 업무에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이 1년은 향후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기업이 이를 규제 대응의 문제로만 인식한다는 점인데, 실상은 그보다 훨씬 전략적인 과제에 가깝다.
AI기본법의 핵심은 위험 기반 접근이다. 모든 AI를 동일하게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수준에 따라 차등적 의무를 부과하는 구조로, 이는 글로벌 규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가령 유럽연합(EU)의 AI법 역시 고위험 AI에 대해 엄격한 요건을 부과한다. 한국 역시 유사한 체계를 도입하면서 산업 진흥과 안전 확보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계도기간 동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자사 AI의 위험성 진단을 꼽는다. 서비스가 단순 추천 알고리즘인지 아니면 채용·신용평가·의료·교육처럼 개인의 권리와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영역에 해당하는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이를 명확히 하지 못하면 이후 준비는 공허해진다. 특히 생성AI를 활용하는 기업은 허위정보 생성,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등 복합적 위험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투명성 확보도 중요하다. AI가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경우 그 작동 원리와 한계를 사용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완전한 알고리즘 공개가 아니라도 최소한의 설명가능성과 책임 구조는 갖춰야 한다.
데이터 출처, 학습 방식, 오류 발생 시 대응 절차 등을 문서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기업 신뢰도를 높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안전성 확보 역시 핵심 과제다. 내부적으로는 AI윤리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모델 검증·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정기적인 점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고위험 분야에 속하는 서비스라면 사전 영향평가와 위험 완화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도기간은 이러한 체계를 시험하고 보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법률 리스크 점검도 병행해야 한다. AI는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법, 전자상거래법 등 기존 법체계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다.
가령 학습 데이터에 타인의 저작물이 포함돼 있다면 저작권 분쟁 가능성이 있다.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는 개인정보 처리의 적법성 문제와 직결된다. 단순히 AI 기본법만 대비하면 된다는 접근은 위험하다. 종합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가이드라인과 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규제는 부담으로 여기지만 정부는 산업 진흥을 위한 각종 컨설팅과 연구개발(R&D) 지원·시범사업을 병행한다.
표준 계약서, 체크리스트, 모범사례집 등이 제공된다면 이를 내부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는데,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인력이 부족한 만큼 공공 지원 프로그램은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계도기간을 시간 벌기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1년은 길어 보이지만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조직 문화를 바꾸기에는 짧다. 특히 AI를 빠르게 도입한 기업일수록 기술부서와 법무·경영 부서 간의 소통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번 기회에 전사적 거버넌스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최고경영진 차원의 관심과 책임구조 확립이 선행되지 않으면 실무 차원의 준비는 한계에 부딪힌다.
한편, 계도기간은 위험 최소화에만 집중할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신뢰를 차별화 요소로 삼을 기회다. 투명성과 안전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은 향후 공공 조달, 대기업 협력, 해외 진출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역시 책임 있는 AI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규제를 충족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브랜드 가치로 전환할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스타트업에 특히 중요한 시험대다. 빠른 성장에 집중해 온 기업일수록 문서화와 내부 통제가 미흡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장이나 대규모 투자 유치를 고려한다면 AI 컴플라이언스 체계는 필수 요소가 된다.
투자자 역시 기술력뿐 아니라 규제 대응 역량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계도기간 동안 준비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AI기본법 1년의 계도기간은 선택의 문제다. 이를 부담으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자사 서비스의 위험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며, 법률 리스크를 점검하고 정부 지원과 가이드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만이 이후의 규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AI는 이미 산업의 중심에 섰다. 이제는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책임과 신뢰가 기업의 가치를 좌우하는 시대다. 1년의 시간은 짧지만 준비된 기업에는 충분하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AI시대의 승자는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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