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형 산업부 차장
매일일보 =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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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던진 48시간 최후통첩의 시계가 24일 오전(한국시간) 멈춘다.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트럼프의 경고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끝없는 그의 도발로 다시 중동의 전운이 고조되면서 한국 산업계는 에너지 복합 위기 시나리오를 마주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실제로 이란 내 발전소를 초토화한다고 해도 한국이 2019년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했다는 점을 들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여파가 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 천연가스(LNG)의 3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황에서 이란 발전소 타격이 현실화되고 이란이 해협을 물리적으로 봉쇄할 경우 이는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선 공포 단계에 진입한다.
가장 큰 우려는 실제 트럼프가 발전소를 공격하고 이란이 즉각 반발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가는 것이다. 현실화 될 경우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곳은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이제 상수가 된다.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의 폭등은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을 훼손한다. 또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정제 마진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봉쇄가 장기화로 원료 확보 실패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갈 수 있다.
국가 주력 산업인 반도체도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초정밀 제조 공정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유가 상승은 산업용 전기요금의 가파른 인상을 초래하고 이는 제품 원가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여기에 해상 보험료 폭등과 항로 우회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는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요소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충격은 한국 제조업 생산비용을 수직 상승시킬 전망이다. 원유와 LNG 가격이 각각 60%, 75% 상승하는 단기 충격 시나리오에서 전 산업 생산비는 4.2%, 제조업은 5.4% 증가한다. 해협 폐쇄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되는 구조적 충격으로 번질 경우 제조업 생산비 상승률은 최대 11.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업종별로는 석탄·석유제품(최대 82.9%), 전력·가스(최대 77.7%) 부문의 타격이 크다. 이어 화학(14.8%), 비금속광물(12.0%), 1차 금속(8.9%) 등 에너지 집약 산업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연쇄 파급된다.
더 치명적인 것은 보이지 않는 공급망의 단절이다. 반도체 식각·냉각에 쓰이는 헬륨, 비료와 요소수의 원료인 무수암모니아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산업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주력 산업의 실질적 충격은 추정치를 상회하는 위기에 놓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의 동반 자살식 보복이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국 동맹국인 사우디와 UAE의 에너지 및 담수화 시설에 대한 타격을 예고했다. 중동 전역의 생산 인프라가 파괴되는 일이 현실화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은 한국 기업들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쓰나미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 이에 정부가 더 강도 높은 대책을 서둘러 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축유 방출과 수입선 다변화라는 교과서적 대응을 넘어 최악의 공급 중단 사태에 대비한 산업별 우선순위 배분과 비상 에너지 수급 체계를 선제적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오전 트럼프의 초토화 예고가 현실이 되는 순간 한국 산업계는 생존을 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존의 실존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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