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도 비공개라는데…5·18 유공자 공개 요구에 민형배 시장 “검토”
국힘 주호영, 국감서 공개 주장
5·18재단 “시장 권한 밖” 비판
2026년 10월 22일(목) 20:30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전남광주시 국정감사에서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공개 문제를 다시 꺼내 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이 유공자 명단 비공개의 정당성을 인정한 상황에서 민형배 시장이 명확한 반대 입장 대신 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22일 전남광주시 광주청사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 의원은 국가가 인정한 유공자라면 누구이고 어떤 공적이 있는지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명단 공개 필요성을 주장했다.
주 의원은 독립유공자 등 다른 국가유공자와 비교하면서 5·18 유공자 명단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를 따졌다. 2000년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일부 부정수급 사례와 유공자 수 증가를 거론하며 명단 비공개가 불필요한 의혹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5·18기념공원의 희생자 추모 명패가 공개돼 있다는 점을 들며 명단 공개 자체를 2차 가해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주 의원의 주장은 이미 내려진 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대법원은 2020년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거부한 국가보훈처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개인정보가 공개될 경우 유공자에 대한 음해성 공격과 과도한 비판으로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을 인정했다. 5·18 유공자만 예외적으로 명단을 비공개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주 의원이 거론한 2021년 공적조서 공개 판결 역시 공인인 정치인 3명을 대상으로 한 별개의 사건으로, 전체 유공자 명단 공개를 허용한 결정은 아니다.
민 시장도 피해자들의 정신적 충격과 개인정보 침해, 5·18 폄훼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공개해도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며 공개 범위를 살펴볼 여지를 남겼다. 명단 공개를 거부한 법원 판결과 유공자 등록에 관한 법적 권한을 근거로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이날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전남광주시장이 그렇게 발언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박 상임이사는 “5·18 민주유공자는 국가보훈부 소관이며 명단 공개 여부는 광주시장이 결정하거나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보상심의를 전남광주에서 한다고 해서 유공자 등록과 명단 공개까지 전남광주시 권한인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공자 명단 비공개는 법원 판결에 따른 것으로, 5·18 유공자만 특별히 감추는 것도 아니다”며 “시장이 검토하고 말고 할 여지 자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5·18의 명예회복과 민주·인권 가치 계승을 주요 시정 과제로 내세운 통합특별시장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법적 권한과 피해자 보호 원칙을 보다 분명하게 설명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남는다.
한편 5·18민주유공자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와 5·18기념재단 등 5·18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주호영 의원의 명단 공개 요구는 법과 원칙을 무시한 5·18 흠집 내기”라며 주 의원의 사과와 국민의힘의 5·18 폄훼 중단,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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