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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구논단] 자치경찰, 향찰이라는 프레임으로 서행하면 안된다

최근 광주 장윤기 사건과 거제 사건 등을 계기로 이른바 ‘향찰(鄕찰)’, 즉 지역사회와 일부 경찰의 부적절한 유착 폐단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경찰 개혁의 핵심축인 자치경찰제가 자칫 추진 동력을 잃고 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구논단] 자치경찰, 향찰이라는 프레임으로 서행하면 안된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광주 장윤기 사건과 거제 사건 등을 계기로 이른바 ‘향찰(鄕찰)’, 즉 지역사회와 일부 경찰의 부적절한 유착 폐단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로 인해 경찰 개혁의 핵심축인 자치경찰제가 자칫 추진 동력을 잃고 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치경찰이 실질화되어 시·도지사의 영향력이 커지면 외부 압력이 증대되고,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에서 수사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과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점이 있다. 자치경찰제 완성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국정과제이자, 권력기관 개혁과 경찰권 분권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개혁과제라는 사실이다.

토착 세력 포획이나 이해충돌의 위험은 권한 확대에 걸맞은 견제와 감시 장치를 강화함으로써 해결할 문제다. 핵심은 경찰과 지역사회가 가까운 것 자체가 아니라 ‘부적절한 비위와 유착’에 있다. 이미 자치경찰제가 오랜 기간 정착한 미국과 영국의 경우, 경찰관을 수시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대신 시민참여형 ‘경찰위원회(Police Commission)’나 독립적인 ‘경찰 옴부즈맨’ 제도를 통해 강력한 외부 통제 시스템을 가동한다. 우리 역시 지역 밀착형 치안 틀은 유지하되, 주민에 의한 외부 통제와 이해충돌 방지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하면 된다. 부작용이 두려워 시대적 개혁과제 자체를 후퇴시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 일각에서 논의되는 순환인사제도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 비리와 정보 유출은 정교한 시스템과 엄정한 감찰로 막아야지, 전체 경찰관을 잠재적 비위 후보자로 취급해 일정 기간마다 타 지역으로 강제 이동시키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는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30년간 재직하며 ‘향찰’이라는 단어는 이번에 처음 접한다. 사전에도 없고, 경찰학 교과서에도 없는 생소한 용어다. 아마도 지방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는 판사를 ‘향판(鄕判)’이라 부르던 옛 명칭에서 따온 듯하다.

경찰의 본질은 지역 주민과 소통·협력하며 범죄를 예방하고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지역사회 경찰활동(Community Policing)’에 있다. 수사 역시 지역의 다양한 범죄 첩보를 수집하고 안전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만약 민선 지방자치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여전히 중앙정부가 지자체장을 임명하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 지자체장과 지방공무원들은 각종 인허가권과 사업권을 쥐고 지역 주민과 밀착되어 일하지만, 비위 우려가 있다고 해서 타 시·도나 타 지자체로 강제 순환 근무를 시키지 않는다. 지방자치제도가 많은 우려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듯이 자치경찰 역시 동일한 신뢰와 논리로 바라봐야 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는 시점에서, 지역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경찰권을 분권화하는 자치경찰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최근 발생한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 사건이나 ‘묻지마 범죄’ 같은 이상동기 범죄는 경찰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선진 치안 강국으로 평가받는 일본의 경우, 지역 밀착형 ‘파출소(Koban) 시스템’에 복지·행정·주민조직이 촘촘하게 결합한 다기관 협력 체계로 치안 공백을 막아낸다. 자치경찰이야말로 이처럼 정신건강, 복지, 교육, 지자체가 함께 대응하는 최적의 거버넌스 플랫폼이다. 우리도 파출소와 지구대를 중심으로 공동체 치안, 협력 치안 시스템을 꼼꼼하게 만들어야 한다.

치안의 패러다임을 ‘사건 발생 후 대응’에서 ‘생활 속의 예방과 주민 친화적 치안’으로 전환하는 자치경찰은 미래 치안의 핵심이다. 자치경찰제는 경찰권을 분산해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더욱 두텁게 지키기 위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 개혁 과제다. 몇몇 개별 사건에서 나타난 비위나 ‘향찰’이라는 부적절한 프레임에 갇혀, 자치경찰이라는 거대한 개혁의 수레바퀴가 서행하거나 멈춰 서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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