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규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전문위원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전공과 활동 경험, 채용공고를 입력하면 자기소개서 초안을 얻을 수 있다. 문장을 다듬고 지원 직무에 맞춰 강조점을 바꾸는 일도 어렵지 않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유용한 도구다. 그러나 매끄러운 문장만으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왜 이 일을 하려는가. 그 경험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실제 업무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최근 졸업을 앞둔 청년들과 진로 멘토링을 진행했다. 상담의 중심은 자기소개서의 표현을 고치는 데 있지 않았다. 전공과 경험을 돌아보고, 지원할 직무를 검토하며,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순서를 정하는 일이었다. 국내와 해외의 가능성을 함께 살피고, 목표에 필요한 경험을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지원서를 쓰기 전에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은 대학 취업교육에 질문을 던진다. 학생이 자신의 방향을 정하고 경험을 쌓도록 충분히 돕고 있는가. 자기소개서 특강과 면접 교육은 필요하다. 다만 서류를 완성하는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장을 잘 쓰는 방법과 함께, 그 문장에 담을 경험을 만들고 자신의 역량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첫째,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는 힘이다. 같은 아르바이트와 팀 과제도 무엇을 맡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참여했다는 사실을 넘어 자신의 판단과 행동, 결과를 구분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원인과 다음에 바꿀 점까지 돌아봐야 한다. 대학의 과제와 상담은 이 성찰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업과 직무를 읽는 힘이다. 유명한 기업에 들어가고 싶다는 희망만으로는 준비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다. 해당 기업은 어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며, 지원 직무는 어떤 일을 맡는지 살펴야 한다. 채용공고의 요구 조건을 자신의 경험과 비교하고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전공에서 배운 지식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아야 다음 학습과 경험을 선택할 수 있다. 셋째,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다. 학생에게 경험이 부족하다고 말하려면 경험할 기회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대구·경북의 대학과 지역기업이 고객 의견 분석, 해외시장 조사, 업무 개선 같은 과제를 함께 설계할 수 있다. 학생은 자료를 조사하고 해결안을 제시하며 기업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한다. 학생의 역할과 활동 시간, 보상 기준을 분명히 하고 지도할 여건도 갖춰야 한다.
이 경험의 범위를 글로벌 현장으로 넓힐 필요도 있다. 해외인턴십뿐 아니라 외국인 학생과의 공동 프로젝트, 해외기업과의 온라인 협업, 지역기업의 수출 과제 참여도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방문한 국가의 수보다 다른 문화의 동료와 소통하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한 과정이다. 외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서로 다른 업무 방식 속에서 협력하며, 전공지식을 실제 과제에 적용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학생의 목표와 준비 수준에 맞춰 이러한 기회에 단계적으로 접근하도록 돕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다.
넷째, AI의 답을 검토하고 활용하는 힘이다. AI가 제시한 기업 정보가 정확한지, 자기소개서에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이 포함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개인정보와 기업의 비공개 자료를 입력해도 되는지 판단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럴듯한 답을 얻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근거를 확인하며 자신의 목적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까지 교육해야 한다. 평가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보고서의 완성도와 함께 문제를 정의한 이유, 자료를 선택한 근거, 팀에서 맡은 역할을 살펴야 한다. AI를 어느 단계에서 사용했고 어떤 답을 채택하거나 버렸는지 설명하게 할 수도 있다. 학생의 설명과 중간 기록, 결과물을 함께 보면 학습의 과정과 기여를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필자가 개발을 추진하는 ‘Career AI’는 청년의 커리어 성장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국내외 목표 직무를 탐색한 뒤, 부족한 역량을 확인해 학년과 준비 단계에 맞는 경험과 실행계획을 설계하는 구상이다. 글로벌 경험이 필요한 경우에는 어학과 직무 준비, 국제 협업과 해외 현장 경험을 목표에 맞춰 검토하고, 실행 결과에 따라 로드맵을 수정하도록 연결하려 한다. AI의 분석은 학생과 교수, 상담자가 함께 검토할 출발점이며, 선택과 실행의 주체는 학생이어야 한다.
대학은 취업 준비를 돕는 동시에 질문하고 판단하며 협력하는 힘을 길러주는 곳이다. 이러한 배움이 국내외의 실제 경험과 만날 때 학생은 자신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다음 도전을 선택할 수 있다. AI가 자기소개서를 써주는 시대일수록 대학은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쓸 경험을 만들고, 그 경험의 의미를 스스로 설명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박창규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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