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오른쪽) 경북도지사가 지난 2월2일 행정통합 국회 통과를 위해 국회를 방문, 신정훈 행안위원장을 만나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민선9기 출범을 앞두고 대구경북의 미래비전과 다음 세대를 위한 ‘대구경북행정통합’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경북도가 행정통합 완성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구·경북은 7년전, 다른 광역지자체가 뒷짐을 지고 있을때부터 광역권 행정통합을 통한 미래를 설계해 왔다. 시도민들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한편 정부와 정치권에 통합추진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그러나 현 정부들어 지난 3월1일 국회 본회의에서 뒤늦게 출발한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이 의결된 반면 경북대구통합특별법은 본회의 전 법사위에 머물러 있다. 경북도는 이 같은 난관 또한 중차대한 현안 추진 중 있을 수 있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판단, 더욱 세밀하고 탄탄하게 2028년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해 신발끈을 조여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행정통합은 대구경북이 다음 세대에 남겨야 할 필연적 미래 유산”이라며 “우리가 지금 행정통합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이는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과 같다”고 배수진을 쳤다.
경북도가 지난 2024년 8월12일 대구경북행정통합 민관합동추진단 자문회의를 구성하고 행정통합을 위한 시도민들의 공감대 확산에 나섰다.
◇통합은 행정 편의가 아니라 ‘지역 생존전략’
대구와 경북은 역사와 생활권, 경제권으로는 오랫동안 하나였다.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되며 경북과 행정적으로 분리된 이후에도 산업, 교통, 교육, 의료, 문화의 흐름은 경계를 넘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 지방소멸, 청년유출, 산업구조 재편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기존의 협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대구경북 전체를 하나의 성장권으로 설계하고, 지역 스스로 권한과 재정을 확보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새로운 행정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금 대구경북이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 시·도 분리 이후 두 지역은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을 추진해 왔지만 성장 동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경북의 GRDP 규모는 전국 3위권에서 5위권으로 내려앉았고, 대구는 전국 11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인당 GRDP에서도 격차는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충남은 6천776만 원, 서울은 6천122만 원인 반면 경북은 5천230만 원, 대구는 3천137만 원에 불과하다. 부산 3천708만 원, 광주 3천768만 원보다도 낮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인구 흐름도 심각하다. 대구경북이 분리된 이후 전국 인구는 36.9%, 약 1천381만 명 증가했지만, 대구경북 인구는 오히려 1%, 약 5만 1천 명이 감소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대구경북 인구는 2025년 491만 명에서 2052년 397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경북은 258만 명에서 217만 명, 대구는 233만 명에서 18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 유출은 더 직접적인 위기다. 2025년 기준 20~39세 청년 순유출은 대구 5천328명·경북 1만 759명으로, 한 해에만 대구경북에서 1만 6천 명이 넘는 청년이 빠져나갔다.
이러한 구조적 위기는 개별 시·도 단위의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대구가 도시 기능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경북의 넓은 공간과 산업 기반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고, 또 경북이 개별 권역별 발전전략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대구의 도시 서비스와 시장 기능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통합은 대구와 경북의 강점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는 일이다. 대구의 교육·의료·연구개발·도시적 기능과 경북의 산업·농산어촌·에너지·해양·문화자원을 결합하면, 기존 광역단체 단위로는 만들기 어려운 획기적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합신공항, 대경선 광역철도, 영일만항 및 동해안 에너지벨트, 구미·포항·경산·대구 산업축, 북부권 바이오·문화·관광자원, 농식품·산림·해양자원 등을 하나의 권역 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다. 따라서 통합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구경북의 산업지도와 생활지도를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7년간의 통합논의, 급조된 과제가 아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현 정부의 통합지원 방안 발표 이후 급하게 추진한 과제가 아니다. 2019년 전국 최초로 광역통합을 제안한 이후 2020년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 2021년 기본계획 논의와 공론화·권역별 토론회, 2024년 정부 중재와 공동합의, 2026년 시·도의회 의견청취와 특별법 발의, 국회 행안위 의결로 이어졌다.
2020년 출범한 공론화위원회는 통합의 방향, 방식,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시민사회, 언론인, 청년, 여성 등이 참여한 공론화 절차를 진행했다. 2021년 공론화 결과에 따라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대구권·동부권·서부권·북부권 권역별 토론회와 여론조사도 실시됐다.
당시 숙의공론화 과정에서는 찬성 의견과 함께 신중론도 제기됐다.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대구 중심 통합에 대한 우려, 균형발전 약화 가능성, 행정서비스 접근성 문제 등이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는 통합 논의를 지연시킨 요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후 통합 논의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후 2024년 통합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면서, 대구와 경북은 청사 운영 방식, 시·군 권한 배분, 주민 의견수렴 절차 등을 두고 긴밀한 협의를 이어갔다.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견과 조정이 있었지만, 그 속에서 대구경북 통합이 지향해야 할 핵심 원칙은 오히려 분명해졌다.
핵심은 첫째 통합특별시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해 실질적 자치권을 확보하는 것, 둘째 경북 북부권을 포함한 지역 균형발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 셋째 시·군·구의 자율성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논의 전 과정에서 일관되게 강조해 온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지금의 통합 논의는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과제가 아니다. 지난 논의 과정에서 확인된 우려와 쟁점을 바탕으로 통합의 조건을 더 분명히 하고 특별법과 후속 준비과제에 반영해 나가는 단계다.
◇통합, 지방이 스스로 결정하는 권한을 넓히다
행정통합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권한 확대다. 지방정부는 지역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실제 권한은 중앙정부에 집중돼 행정효율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허가, 산업정책, 환경규제, 재정운용, 공공기관 이전, 교육·의료 기반 확충 등 많은 분야에서 중앙의 승인과 협의가 필요하다.
통합특별시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대구경북이 하나의 통합특별시가 되면 중앙정부와의 협상력은 커지고, 광역 단위의 정책설계 능력도 강화된다. 지역이 필요한 사업을 지역이 판단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
특별법안에는 중앙정부 권한 이양, 특별지방행정기관 이관, 자치조직·인사 운영 특례, 분야별 규제 완화와 재정지원 근거 등이 담겨 있다. 이는 통합특별시가 단순히 두 지자체를 합친 조직이 아니라, 더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진 초광역 지방정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도 분리이후 성장동력 점차 약화
인구 감소 속 청년 유출 문제도 심각
대구·경북 강점 하나의 전략으로 결합
행정구역 넘어 산업·생활지도 재설계
지방분권은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으며 권한, 재정, 조직, 인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은 이러한 지방분권의 실질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넓은 면적과 다양한 지역 여건을 가진 대구경북의 현안은 중앙정부의 획일적 기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통합 후 더 큰 권한을 확보하면, 북부권·동해안권·서부산업권·남부권 등 권역별 여건에 맞는 발전전략을 보다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북부권을 포함한 권역 간 균형발전, 통합의 핵심 조건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둘러싼 가장 우려는 경북 북부권이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통합 추진 과정에서 정면으로 답해야 할 과제다. 북부권의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면 통합의 명분도, 주민수용성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게 경북도의 방침이다.
통합은 지역이 가진 힘을 하나로 집중시키는 것이 아닌 대구권, 북부권, 동해안권, 서부산업권, 남부권이 각자의 기능과 성장축을 갖고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추진된다.
특히 경북 북부권은 행정·문화·바이오·산림·농식품 기능을 결합한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며, 그 중심에는 도청신도시가 있다. 도청신도시는 경북도청이 이전한 행정 중심지이자, 북부권 균형발전의 상징적 거점이다.
특별법안에 반영된 도청신도시 행정복합 발전 특례는 도청신도시를 단순한 행정기관 소재지가 아니라, 행정·교육·의료·문화·산업 기능이 결합된 행정복합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이를 통해 도청신도시는 안동·예천을 중심으로 북부권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공공서비스와 지역발전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성장거점으로 발전이 기대된다. 결국 이런 방향은 이철우 도지사가 선거 과정에서 밝힌 통합청사 위치, 공공기관 및 특별지방행정기관 우선 배치, 북부권 행정거점 기능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정부의 행정통합 인센티브를 활용한 연간 1조 원 규모의 북부권 투자 구상은 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북부권의 정주·행정·산업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군·구 자율성, 주민 가까운 행정은 더 가까이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통합특별시가 광역 기능을 더 강하게 수행하되, 주민 생활과 밀접한 행정은 시군구가 계속 책임지는 구조로 짜여졌다. 따라서 복지, 민원, 생활환경, 지역개발, 주민자치, 현장행정은 주민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경북도는 “통합은 시군구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군구가 더 큰 광역전략과 재정 기반 속에서 지역발전을 스스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에게 가까운 행정은 더 가깝게, 광역 전략이 필요한 행정은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통합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특별법안에도 시군구의 권한과 자율성을 유지·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통합특별시는 산업, 교통, 균형발전, 광역 인프라, 환경, 안전, 공항경제권 등 광역 차원의 조정과 기획이 필요한 분야를 담당하고, 시군구는 주민 생활과 직결된 현장행정을 안정적으로 확대·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경북도와 대구시가 지난 2026년 1월29일 대구경북통합의 차질없는 추진을 위한 대구경북통합추진단 현판식을 경북도청에서 가졌다.
◇특별법안, 원칙을 실행으로 옮기는 분야별 특례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법적 기반을 구체화했다. 당초 발의안의 주요 조문이 상당수 반영되었고 신규 조문이 추가되면서 특별법안은 387개 조문 규모로 확대·정리됐다.
특별법안의 의미는 단순히 통합특별시의 명칭과 관할구역을 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구경북이 강조해 온 원칙, 즉 통합특별시 위상·권한 강화, 북부권을 포함한 권역별 균형발전, 시·군·구 자율성 보장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한 장치가 특별법안에 담겨 있다.
특히 356개의 분야별 특례는 통합 이후 대구경북이 확보하게 될 권한과 정책수단을 보여준다. 산업, 과학기술, 에너지, 문화관광, 공항, 교통, 농산어촌, 해양수산, 환경, 의료·복지, 재난안전, 인사·조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앙정부 중심의 승인·협의 구조를 지역 주도형 정책 추진 체계로 바꾸기 위한 기반이다.
여기에는 대구경북만의 고유 핵심특례도 있다. 글로벌미래특구 지정, 도청신도시 행정복합 발전특례, 세계한류역사문화중심도시 조성 특례 등은 대구경북의 산업 기반, 역사문화 자산, 북부권 균형발전 과제, 미래 신산업 기반을 특별법에 반영한 핵심 특례다. 이들 특례는 개별 사업을 넘어, 통합특별시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치이기도 하다.
산업·과학기술 분야의 특례는 대구경북의 산업지도를 새로 설계하기 위한 기반이다. 대구의 로봇, 의료, 미래모빌리티, 디지털산업, 연구개발 기반과 경북의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원전, 소재부품 산업을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 특례도 대구경북형 산업특례에 포함됐다. 로봇 기업이 개발한 제품 등을 실제 환경에서 실증하고 인증받을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연구개발에서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지역 안에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공항·교통·도시개발 분야의 특례는 통합신공항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의 공간구조를 재편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신공항을 거점으로 드론 물류지구와 공항-도심을 연결하는 드론 하이웨이를 구축하고, 항공정비(MRO), 무인기, 도심항공교통(UAM), 항공부품 국산화 등을 연계하면 통합신공항은 공항경제권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신공항과 배후도시, 산업단지, 광역철도·도로망이 하나의 계획 아래 연계될 때 대구경북의 산업물류 체계와 생활권 구조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방정부 권한 키워 행정 효율성 제고
북부권 포함 '권역별 균형발전' 실현
산업·에너지·교통·문화관광 등 분야
지역 주도형 정책 추진체계 구축 박차
건설·도시 분야 특례는 현장에서 체감되는 행정 절차의 변화를 만든다. 통합특별시 종합계획이 수립되면 기존 도시·군기본계획이 변경된 것으로 간주돼 단계별로 진행되던 행정절차를 줄일 수 있다. 건축통합심의위원회를 설치하면 건축심의, 개발행위허가, 교통영향평가, 경관심의 등을 순차적으로 거치던 구조도 통합 심의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공공주택 분야에서도 기존에는 30만㎡ 미만 지구조성사업만 시·도지사가 지정·변경할 수 있었으나, 30만㎡ 이상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중 지방공사가 시행하는 사업까지 권한이 확대된다.
균형발전 분야에서는 도청신도시 행정복합 발전특례가 경북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 특례에는 도청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미래특구 지정, 공공기관 및 특별지방행정기관 이전, 산하공공기관 이전 지원, 연합캠퍼스 조성, 정주여건 개선 시책 등이 포함된다. 도청신도시를 단순한 행정기관 소재지가 아니라 북부권의 행정·교육·산업·정주 기능이 결합된 성장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공공기관 이전 특례도 균형발전의 실질적 수단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약 9조 3천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3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었던 만큼, 통합특별시가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우선 고려 대상이 될 경우 지역 성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다.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기존 30% 이상으로 상향할 수 있는 특례는 청년 유출을 막고 지역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의 특례는 경북이 가진 높은 전력 공급 기반을 대구경북 전체의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데 의미가 있다. 경북은 동해안 원전벨트와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바탕으로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크게 웃도는 지역이다. 경북의 전력자립률은 228% 수준으로 전국 1위이다. 안정적이고 충분한 전력 공급 능력은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이차전지, 첨단 제조업처럼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을 유치하는 데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환경 분야 특례는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지역이 책임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환경영향평가 협의권,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 지원, 안전한 먹는 물 공급 등 총 16개의 환경 특례가 포함되어 있다.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자연경관영향협의 등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되면 중앙정부 협의 과정에서 발생하던 장기 지연을 줄이고, 지역 여건에 맞는 환경보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문화관광 분야에서는 세계한류역사문화중심도시 특례가 대구경북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한복·한식·한옥·한지·한글 등 ‘5韓’ 자원과 신라·가야·유교 역사문화 자산을 관광·산업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한다. 경북이 추진해 온 ‘한글의 본향’ 브랜드, 경북 한글학당, 한복진흥원, 종가음식, 한지 유네스코 등재 추진 등도 이러한 특례와 연결될 수 있다.
관광지·관광특구 지정 특례는 절차 변화가 분명한 사례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중앙정부 사전협의 절차를 생략하고, 특별시장이 관광지와 관광특구의 지정·변경·취소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가 포함돼 있다. 안동 하회마을, 문경새재 등 41개 관광단지와 경주·울진·문경·포항 영일만 일대 관광특구의 관리 체계도 보다 일관성 있게 운영될 수 있다. 중앙 사전협의가 생략되고 특별시 내 일괄 심의 체계가 가동되면 사업 타당성 검토부터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도 단축될 수 있다.
농산어촌 분야의 특례는 경북의 농업을 생산 중심의 1차 산업에 머물게 하지 않고, K-푸드와 푸드테크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있다.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 특례는 농촌지역에 한정되던 인증 대상을 통합특별시 도시지역의 인력·자본까지 확장할 수 있게 해, 경북의 농축산물 생산 기반과 대구의 가공·유통·외식·소비시장 역량을 결합하는 통로가 된다.
이는 이철우 지사가 제시해온 농업의 규모화·첨단화·산업화·수출화를 통한 농가소득 2배 증대 및 K-푸드 중심지 육성 구상을 뒷받침한다. 공동영농과 스마트농업을 확산해 생산성을 대폭 높이고, 경북 대표 농산물을 프리미엄 브랜드화하며, 통합신공항과 영일만항을 활용한 신선 농산물 수출 물류망 구축을 통해 글로벌 식품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행정·조직·자치 분야의 특례는 통합특별시가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을 갖춘 지방정부로 자리 잡기 위한 기반이다. 특히 인사 분야 특례는 통합 과정의 불이익을 줄이고 조직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맞춰졌다. 초과 인력이 발생하더라도 일정 기간 정원 외로 인정해 점진적으로 해소할 수 있으며, 양 시·도 소속 공무원을 승진, 보직, 근무성적평가, 교육훈련, 포상 등 인사 전반에서 동등하게 처우하도록 해 출신 지역에 따른 차별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결국 특별법안은 통합특별시의 이름을 정하는 법이 아니라, 대구경북이 통합을 통해 ‘무엇을 얻고’,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담은 실행 기반이다. 그래서 분야별 특례는 권한 확대와 균형발전, 시·군·구 자율성 보장이라는 통합의 원칙을 실제 사업과 주민 삶으로 연결하는 정책적 수단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통합의 법적 기반이자 실행수단으로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별법 통과 대비 분야별 과제 구체화
재정·자치법규·민원서비스 사전 점검
권역별 세밀한 계획·주민 공감대 형성
대구·경북 맞춤형 통합모델 설계 총력
◇중단이 아닌, 재정비와 보완의 시간
현재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계류돼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치며 법적 기반은 상당 부분 구체화됐지만, 최종 입법까지는 법사위와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다.
대구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행정통합 논의를 본격화했고, 공론화, 권역별 토론, 공동합의, 시도의회 논의, 특별법 발의와 국회 심사까지 가장 오랜 기간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 왔다. 다만 통합에 대한 정치적 이견, 지역사회 우려, 주민수용성 보완 필요성이 함께 제기되면서 법안 처리가 보류된 상황이다.
대구경북의 추진 의지와는 별개로 정치 구도, 정부 정책 환경, 주민수용성 보완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통합 추진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민선9기 출범을 계기로 시·도정 차원의 논의 재개와 함께 당선자 간 통합 추진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된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원점 회귀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 온 논의를 더 탄탄하게 보완해 제도적 결실로 이어가는 일만 남았다. 시도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쟁점은 보완하며,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통합 이후 준비과제를 차근차근 추진하는 것이 책임 있는 대구경북의 책무란 여론이다.
◇전남광주로 본 통합, 특별법 통과 이후가 더 중요
특별법이 통과되면 곧바로 시행령 제정, 출범준비회의, 정보시스템 통합, 조직·인사, 청사 운영, 주민 안내, 자치법규 정비 등 방대한 실무가 뒤따른다. 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출범 준비의 시작이다.
대구경북도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특별법 통과 이후 혼란을 줄이려면 사전에 분야별 대응과제를 구체화해야 한다. 조직·인사, 재정·금고, 정보시스템, 행정표준코드, 자치법규, 민원서비스, 공공기관, 의회 구성, 청사 운영, 주민 홍보, 권역별 발전계획 등은 미리 점검해야 한다.
특히 대구경북은 전남광주에 비해 면적이 넓고, 시군별 여건 차이가 크며, 북부권·동해안권·서부산업권·대구권 등 권역별 특성이 뚜렷하다. 따라서 더 세밀한 권역별 준비와 주민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북도는 전남광주특별시의 출범 준비과정을 면밀히 참고하며, 대구경북만의 특성에 맞는 통합 모델을 설계 중이다. 통합의 속도만큼 중요한 것은 통합 이후의 안정성과 실행력이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와 함께 주민 공감대 확산이 관건
경북도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행보와 관련, 네 가지 방향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첫째, 국회 법사위 심사 재개와 특별법 통과를 위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 반드시 관철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둘째, 정부의 행정통합 지원방안이 대구경북에도 차별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재정지원, 공공기관 우선 이전, 권한이양은 통합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분석하고 행정통합을 실제 성과로 잇기위한 법률상 근거와 정부 지원도 함께 확보한다는 각오다.
셋째, 주민 설명과 공감대 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부권 균형발전, 시군 자율성, 청사 운영, 재정지원, 산업·복지 효과 등 주민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통합으로 무엇이 달라지는지, 대구와 경북이 어떤 이익을 얻는지, 시군에는 어떤 발전 기회가 생기는지를 주민 눈높이에서 알릴 방침이다. 행정통합은 행정기관 간 합의만으로 완성되는 과제가 아니라 주민의 이해와 동의 속에서 추진되어야 하는 만큼, 충분한 정보 제공과 열린 의견수렴을 통해 시도민 중심의 통합 절차를 마련하고 통합의 정당성과 수용성을 함께 높여 나가고 있다.
넷째, 특별법 통과 이후를 대비한 실무 준비를 중단없이 진행하고 있다. 법령 정비, 조직·인사, 재정, 정보시스템, 민원서비스, 공공기관, 주민홍보, 통합발전계획 등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통합 이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와 공동으로 가칭 ‘대구경북통합추진단’ 구성을 협의, 법안 대응과 주민 설명, 분야별 실무 준비를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상만기자 dgdesk@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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