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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당원 대리인' 전락한 의원들…국민이 반대해도 지지층 원하면 입법 강행

8·17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중의 목소리보다 강성 지지층 요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반대가 심해도 강성 지지층이 원하면 그대로 강행한 게 대표적이다.

'당원 대리인' 전락한 의원들…국민이 반대해도 지지층 원하면 입법 강행

8·17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중의 목소리보다 강성 지지층 요구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 주요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반대가 심해도 강성 지지층이 원하면 그대로 강행한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수사 체계 개편과 국민 기본권에 직결되는 법안임에도 숙의 과정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론은 입법 방향과 차이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경찰 견제를 위해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61%였다. ‘기소·수사 분리 원칙에 따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층(403명)에서도 유지론(46%)과 폐지론(39%)이 팽팽했다. 전체 여론은 물론 당 지지층에서도 의견이 갈렸으나, 결과적으로 강성 지지층 요구안이 관철됐다.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비슷한 사례다. 사법부 중립성 논란 속에서도 지난 2월 28일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한국갤럽 여론조사(전국 1002명 대상)에 따르면 ‘현행 14명 유지’ 응답이 43%로, ‘26명 증원’(38%) 의견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신중론이 다수였음에도 당내 강경파 주도로 법안이 통과됐다.

여론 수용성이 낮은 상황에서도 입법 속도전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강성 팬덤의 과잉 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정청래 전 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은 당원과 대의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맞춘 ‘1인 1표제’를 도입했고,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도 권리당원 투표 20%를 반영하기로 했다.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서 강성 당원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다.

의원 개인의 정치적 생존 전략도 변화했다. 열성 당원들은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의원에게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 “왜 법안을 빨리 통과시키지 않느냐”고 압박한다. 이에 위축된 의원들이 소신보다는 강성 지지층 목소리에 등 떠밀리듯 투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속도 조절이나 중도층 설득을 언급하는 순간 ‘개혁 후퇴’와 ‘배신자’라는 프레임에 갇혀 정적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원들이 대의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전체 국민의 대표’ 역할보다 ‘강성 당원의 대리인’으로 전락한 듯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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