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닫히는 호르무즈, 한국 제조업 '비용의 늪'으로

단순한 유가 충격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화학·비료 등 핵심 산업 원자재 공급망 전반이 동시에 흔들리는...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인 헬륨은 한국의 중동 의존도가 24.3%다. 카타르의 LNG·헬륨 복합 생산시설에서...

닫히는 호르무즈, 한국 제조업 '비용의 늪'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최대 11.8%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여수 국가산단 모습.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제조업의 생산비용이 최대 11.8%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단순한 유가 충격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화학·비료 등 핵심 산업 원자재 공급망 전반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 공급망 리스크’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봉쇄 시나리오를 단기(S1)·중기(S2)·장기(S3) 세 단계로 나눠 한국 산업별 생산비용 충격을 추정했다.

제조업 생산비, 최대 11.8% 상승 추정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좁은 수로로, 전 세계 원유 해상 무역량의 약 27%, LNG 수출의 약 22%가 이 길목을 통과한다. 2024년 기준 하루 통과 물량은 약 2000만 배럴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이 사실상 이 해협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기능이 마비될 경우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수급 충격으로 직결된다.

보고서는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활용한 균형가격모형(Leontief Price Model)으로 시나리오별 충격을 추산했다. 단기 충격 시나리오(원유 +60%, LNG +75%)만으로도 전 산업 평균 생산비는 4.2%, 제조업은 5.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적 공급 충격(원유 +129%, LNG +175%) 단계에서는 전 산업 9.4%, 제조업 11.8%까지 상승률이 확대된다.

충격의 연쇄 구조도 확인됐다. 석탄·석유제품과 전력·가스 부문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이후 화학·금속·운송 등 에너지 집약 산업으로 번진다. 화학제품, 비금속광물, 1차 금속은 에너지를 직접 투입하는 동시에 에너지 집약 공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가격 충격에 이중으로 노출된다. 서비스업의 생산비 상승률(S1 기준 1.4%)이 제조업(5.4%)보다 훨씬 낮아 충격이 제조업에 집중되는 구조임도 드러났다.

보고서가 특히 강조하는 대목은 에너지 가격 충격을 넘어선 원자재 공급망 전반의 복합 리스크다. 한국은 원유와 LNG 외에도 나프타, 무수암모니아, 헬륨 등 주요 산업 원자재의 중동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공급 차질이 제조업 원료 조달 문제로 동시에 번질 수 있다.

석유화학 밸류체인의 최상류 원료인 나프타의 경우 한국의 중동 의존도는 44.7%에 달한다.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과 플라스틱 등 후방 제품의 생산비용이 연쇄적으로 오른다. 비료·화학 원료로 쓰이는 무수암모니아(42.9%)는 전용 운송·저장 인프라가 필요해 단기 대체가 어렵고, 공급 차질 시 비료 가격 상승과 농업 생산비 증가로 이어진다.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인 헬륨은 한국의 중동 의존도가 24.3%다. 카타르의 LNG·헬륨 복합 생산시설에서 동시에 생산되는 구조여서, LNG 공급이 끊기면 웨이퍼 식각·냉각 등 반도체 공정에도 이중 리스크가 발생한다. 보고서는 2021년 요소수 대란 사례를 거론하며 “수입 규모가 크지 않은 품목이라도 물류·제조 활동 전반에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다변화 선택 아닌 원가 경쟁력 문제”

보고서는 이번 사태를 일회성 충격이 아닌 반복되는 구조적 리스크로 규정하고, 단기 대응과 중장기 공급망 재편을 병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선 화학·비금속광물·1차 금속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을 중심으로 공정 에너지원의 다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수소·암모니아 기반 신에너지 역시 원료 조달 측면에서 중동 의존 구조를 공유하는 만큼, 에너지 전환 정책 자체가 원료 조달 다변화 전략과 연계해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급망 조기경보 체계의 고도화도 주문했다. 현재 원유·LNG와 나프타·무수암모니아·헬륨 등 에너지 연계 산업재가 분절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리스크가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임에도 통합적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다. 봉쇄 심화 시 가격 충격보다 실제 생산 차질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전략 품목 지정 범위를 넓히고, 재고·계약·공급선 분산 현황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 이후를 내다본 기회 포착도 주문했다. 호르무즈 통과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동 역내 국가들이 산업재 수입을 줄이고 있어, 사태 종료 이후 한국 기업에 단기 수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건·인프라 수요, 중단된 건설 프로젝트 재개, 농업·물류 인프라 투자, 방산 수요 증가 등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드림투데이(옛 광주드림)를 구독하세요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