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국가산단 전경/전라남도 제공
[편집자주]민선 9기 지방권력을 선출하는 6·3 지방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전남광주 통합으로 초대 특별시장에 오르려는 후보들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남도일보는 이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5명이 지역의 주요 현안들에 대해 어떤 공약과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은 첫 순서로 전남 경제의 심장이지만 역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여수산단에 대한 공약과 입장을 점검해 본다.
여수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한 전남 동부권(여수·순천·광양 등)은 전라남도 전체 경제에서 지역내총생산(GRDP) 기준 약 62%를 차지하고 있는 전남 경제의 중추적인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중동사태의 여파로 나프타와 액화천연가스 공급 불안이 커지며 공정 폐쇄를 예고하는 등 여수국가산단이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
위기의 여수산단을 어떻게 살릴지 전남광주특별시장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공약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다만 일부는 여수산단을 콕 집어 구조개편과 에너지 대책을 내놨지만, 일부는 동부권 산업 전환의 큰 방향만 제시해 당장의 위기 처방 공약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은 후보로는 주철현 의원이 먼저 꼽힌다. 여수시장 출신인 주 후보는 동부권 1호 공약으로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의 위기 극복을 전면에 세웠다. 주 후보는 여수산단과 광양 제철을 포함한 동부권 주력 산업이 공급과잉과 탄소중립 규제로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온가스로 기반 소형모듈원전 활용을 서둘러 석유화학과 철강의 경쟁력을 되살리고 친환경 스마트 산업단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동부청사를 국가기간산업과 소부장, 해양운송을 총괄하는 지휘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놨다. 위기 진단과 전환 수단, 행정체계까지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직접적이라는 평가다.
강기정 광주시장의 공약도 비교적 구체적이다. 강 후보는 여수산단을 ‘석유화학 대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해 NCC 중심 구조를 정밀화학, 스페셜티,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산단 전체 에너지를 한데 관리하고 데이터 공유를 지원하는 스마트 그린 산단 구축을 최우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양만권과 연계한 무탄소 전력 산단 구상까지 함께 제시해 단순한 버티기보다 산업 체질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현재의 나프타 부족과 LNG 불안에 대한 단기 처방보다는 중장기 산업 전환 성격이 강하다.
민형배 의원은 여수산단을 국가 프로젝트로 대개조하겠다고 밝혀 방향성을 분명했다. 민 후보는 여수산단을 탄소중립·인공지능 기반 첨단 제조 산단으로 바꾸고, 친환경 화학 소재 산업 육성과 스마트 제조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수를 국제 해양도시로 키우는 큰 구상 안에서 산단 혁신을 관광, 공항, 국제포럼 전략과 함께 묶어 제시한 점도 특징이다. 다만 산단 위기의 원인인 원료 조달, 에너지 비용, 긴급 유동성 같은 당면 과제보다는 국가 프로젝트급 청사진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동부권 산업 대전환 구상을 내놨다. 김 후보는 탄소 규제로 위기를 맞은 여수·광양 산단을 염두에 두고 광양·순천 일대 RE100 국가산단을 200만평 규모로 키워 반도체·이차전지·수소 산업 중심의 첨단 미래산업 복합단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수산단의 석유화학 공정 재편이나 나프타·LNG 위기에 대한 직접 해법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여수산단의 현재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에 대한 직접 대책은 상대적으로 적고, ‘여수산단 대개조’ 수준의 구호에 가까운 면이 있다.
신정훈 의원은 다섯 후보 가운데 가장 큰 틀의 산업 재편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여수·광양을 수소환원제철, 친환경 첨단소재, 스마트 항만 물류 허브로 전환하고, 여수 석유화학과 광양 철강을 잇는 수소산업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동부권 철강·석유화학 산업의 친환경 첨단소재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다만 여수산단의 석유화학 위기 자체를 겨냥한 공약보다는 동부권 전체 발전 구상 안에 포괄적으로 담은 수준이어서, 현안 대응의 구체성이 낮은 편으로 평가된다.
여수산단 위기는 이제 선거용 수사가 아니라 눈앞의 현실이 됐다. 여수산단이 흔들리면 전남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만큼, 앞으로 남은 경선 과정에서는 장기 비전뿐 아니라 원료 수급, 에너지 비용, 공정 전환 지원, 협력업체 보호 같히 현상황에 맞는 더 촘촘한 대책 경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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