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초대 시장을 뽑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김영록 전 전남지사, 민형배 의원, 신정훈 의원은 모두 에너지와 AI, 반도체를 특별시의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실현 방식에 있어 각 후보들의 정치적 경력과 성향에 따라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김영록 ‘풀 사이클 반도체 생태계’구축
김영록 후보의 강점은 행정 경험과 대규모 집행 능력이다. 김 후보는 통합특별시 출범 직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초기 혼선을 줄이는 안정적 연착륙을 꼽으며 광주권은 AI·반도체·미래 모빌리티의 중심지로, 서부권은 에너지·해양·반도체 거점으로, 동부권은 이차전지·로봇·우주항공 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광주·전남 3천100만평 부지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 AMAT, 팹리스 기업 등을 유치해 500조원 규모 투자를 끌어내고, 설계에서 생산까지 이어지는 ‘풀 사이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에너지 공약에서도 서부권 해상풍력·태양광과 HVDC 에너지 고속도로를 바탕으로 RE100 기반 에너지·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데이터센터와 국가 AI 인프라를 묶어 서부권을 AI·데이터 산업 수도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김 후보의 메시지는 한마디로 ‘큰 판을 빠르게 실행할 사람’에 가깝다. 다만 구상이 매우 크고 포괄적인 만큼, 실제 기업 유치 가능성과 재원 배분의 구체성이 향후 검증 과제로 남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형배 ‘모든 지출은 투자여야 한다’
민형배 후보는 세 후보 가운데 가장 강하게 ‘전기요금’과 ‘투자 구조’를 연결해 설명하는 인물이다. 민 후보는 광주권을 AI의 두뇌, 서부권을 재생에너지 중심도시, 동부권을 신산업 수도, 중남권을 K-푸드·식품바이오 거점으로 나누는 신경제지도를 제시했다. 핵심은 에너지다. 그는 해남 데이터센터와 영광·신안·목포 앞바다의 풍력, 영암·무안의 태양광을 묶고, ‘전남광주전력공사’를 세워 산업용 전기를 1kwh(킬로와트시)당 100원 수준으로 낮춰 기업을 끌어오겠다고 밝혔다. 반도체·AI 분야에서는 광주 첨단국가산단의 국가 첨단패키징 실증센터를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패키징, 반도체 생산을 결합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전남·광주를 글로벌 AI 반도체 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또 20조원 통합 지원금의 80%를 기업 유치와 투자에 쓰고, 10%는 인재 양성, 10%는 사회 안전망에 배정하겠다고 밝히며 ‘모든 지출은 투자여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민 후보의 특징은 산업 정책을 숫자와 수익 구조로 설명하는 데 있다. 기업 유치 성공 시 시민 배당과 생애소득까지 연결하는 발상은 참신하지만, 공공이 기업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 실제 제도와 시장에서 얼마나 작동할지는 더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신정훈 ‘한국판 리서치 트라이앵글 스테이트’
신정훈 후보는 세 후보 가운데 가장 선명하게 ‘권역별 역할 분담’과 ‘분권형 통합’을 함께 말한다. 신 후보는 전남광주특별시의 취약점으로 일자리와 인구 유출, 흩어진 산업 기반을 꼽고, 이를 에너지·AI·반도체·농생명 4대 전략 산업 벨트로 묶어 풀겠다고 밝혔다. 광주권은 AI·로봇 산업 캠퍼스와 콘텐츠 산업 중심지로, 중서부권은 RE100 에너지 중심축과 행정 기능의 핵심으로, 동부권은 수소환원제철·친환경 첨단소재·스마트항만 물류의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특히 나주 혁신도시와 서남권 재생에너지 기반을 결합하고, 반값 전기 수준의 RE100 산단을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은 에너지와 산업을 직접 연결한 해법으로 읽힌다. 신 후보는 이를 ‘한국판 리서치 트라이앵글 스테이트’ 구상으로 설명한다. 서남권은 행정·에너지, 광주권은 교육·문화·연구, 동부권은 산업·물류를 맡는 3축 구조다. 다른 후보보다 통합의 절차와 민주주의, 시민주권정부를 더 자주 강조하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설계의 완성도는 높지만, 강한 상징 사업이나 단기 성과를 보여줄 카드가 상대적으로 덜 또렷하다는 약점도 있다.
세 후보를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는 더 선명해진다. 김영록 후보는 행정 경력과 대형 프로젝트 추진력을 앞세운 실행형 후보다. 민형배 후보는 값싼 전기, 기업 지분, 시민 배당 같은 개념을 묶어 산업정책을 공격적으로 설계한 투자형 후보에 가깝다. 신정훈 후보는 통합 특별법 설계 경험과 권역별 역할 분담, 분권형 자치를 결합한 제도 설계형 후보의 색채가 강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세 사람 모두 전남·광주의 미래를 에너지와 AI,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김 후보는 ‘누가 가장 빨리 안정적으로 굴릴 수 있느냐’에, 민 후보는 ‘어떻게 산업 투자로 돈과 일자리를 만들 것이냐’에, 신 후보는 ‘어떻게 권역 균형과 분권을 살리며 장기 구조를 짤 것이냐’에 각각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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