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토지 용도를 바꿀 때 개발 사업자가 내는 공공기여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도심 내 상업·업무용지를 공동주택 용지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해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지금껏 법적 근거가 없었던 공공기여 부과 근거도 정비한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도시계획 유연화 방안 연구’ 용역 발주에 나설 예정이다. 연구용역의 주요 방향은 공공기여 체계 재정립, 적정 이익환수 수준 도출, 토지 용도 전환 수단 마련이다. 제안요청서에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한정된 도심 부지 이용의 유연화 및 효율화를 통해 주거 용지 확보가 필요하다”면서 “중고밀 주거용지 전환 활성화를 위해 특혜 논란은 차단하면서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적정 이익환수 수준·수단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공기여는 도시계획이 변경돼 용적률 등이 상향되면 개발 사업자가 공공시설이나 부지, 현금으로 이익 일부를 내놓는 제도다. 현행 국토계획법은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바꾸는 등 용도지역 간 변경에만 부과 근거를 두고 있어 종상향이나 허용 용도 변경에 따른 공공기여 비율은 지방자치단체마다 기준이 다르다. 이에 지자체에서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업·업무용지를 주거 용지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과거 용도 변경과정에서 공공기여 비율을 어느 정도 책정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무엇이었는지를 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알아보고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기여 제도를 손보는 배경에는 기존 도심택지 이용의 유연화·효율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도심 내에는 신규 택지 개발이 어렵고 정비사업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비주거용지·저밀 주거용지의 중·고밀 주거용지 전환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심 내 미착공 부지는 서울에만 약 100만㎡, 경기 15개 규제지역에 75만㎡가 존재한다. 이들 부지는 종상향 등 용도지역 변경이나 지구단위계획 상 허용용도 변경만으로도 곧바로 주택 공급에 활용이 가능한데도 상당기간 미착공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개발 부담을 덜어 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을 늘리고 멈춰 있던 개발을 재개하도록 유도하는 이유다.
올해 1~8월 서울 주택 준공 물량은 2만 5630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3만 1695가구)보다 19% 줄었다. 같은 기간 착공은 2만 679가구로 41% 늘었지만 7월 한 달(6386가구)이 30%를 차지해 이를 제외하면 지난해와 비슷하다. 홍지선 국토부 장관은 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3년 동안 주택 착공이 현저하게 줄었고 입주가 늦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자체에서는 공공기여 비율을 낮춰 사업성을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7월 ‘상생발전형 사전협상플러스(+)’를 도입해 도시계획 변경으로 허용 용적률이 늘어날 경우 강북·서남권 11개 자치구에 한해 공공기여율을 기존 6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 비율을 대폭 높였다. 또 같은 달 강서구 가양동 옛 CJ공장 부지의 지식산업센터 부지를 공동주택 부지로 바꿔 약 96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도 임대주택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성남시는 최근 재개발 사업에 적용하는 의무 임대 비율을 종전 12%에서 10%로 낮춘다고 고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사로 나서는 재개발 사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4배인 최대 420%(기존 300%)까지 끌어올리면서도 공공기여 비율은 최대 15%로 제한했다.
국토부는 지자체·전문가 회의를 여러 차례 거치도록 해 적정 공공기여 수준을 정의할 방침이다. 제도 정비 전까지는 중앙·지방 협의체가 공공기여량을 검토하고 용도 전환을 심의·권고하는 한시적 수단도 마련한다. 또 주택 공급 절벽 해소를 위해 적정 수준의 이익 환수를 전제로 한시적으로 주거용지 신속 전환 수단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전국 단위 기준을 정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마다 상황이 다른데 정부가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강남은 용적률을 올려주면서 기부채납을 더 하라고 해도 사업이 진행되지만 강북 지역의 경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엽 성균관대 교수는 “정부가 최대치를 정해주고 그 범위 내에서 지자체가 상황에 맞게 공공기여율을 책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기여를 완화하면 수익성이 개선돼 사업 속도가 빨라질 수 있지만 물건에 따라 개발이익의 사유화가 강해지고 난개발 가능성도 있다”며 “도시기반시설 등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어느 정도 부담시키고, 공공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 기여분에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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