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서 기부금 '무분별 사용' 지적 받아
해외 출장으로만 약 5억 지출
싱가포르, 미국, 유럽, 스위스, 미국, 미국... 올해는 호주로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생전 마지막 공식적으로 취재진 앞에 선 모습. 현장에 있던 기자가 건강 여부를 묻자 이 선대회장은 "건강. 요 모양이지. 손잡고 다니지"라고 답했다. 왼쪽으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국립중앙의료원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 기부금으로 추진 중인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사업과 관련해 국정감사 지적 이후에도 매년 해외출장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출장에 투입된 기부금은 약 5억 원이다.
해당 기부금 운용은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기부금관리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기부금 운용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 관계자 또한 기부금과 관련해 "기부 이후에는 운용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4월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7000억 원을 기부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전문 병원 건립"을 주문했다. 이 가운데 5000억 원은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에, 2000억 원은 감염병 연구 인프라 구축에 쓰기로 했다.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사업은 지연되고 있다. 현재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은 실시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완공 시점은 2030년으로 늦춰진 상태다. 총사업비 역시 당초 1조 4800억 원에서 1조 8345억 원으로 증가했다.
■ 싱가포르, 미국, 유럽, 스위스, 미국, 미국... 올해는 호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미 2023년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부금 활용 방식과 해외출장을 문제 삼았다. 기부금을 활용한 반복적인 해외출장과 비용 집행의 적정성, 사업 추진 절차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보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감염병병원 벤치마킹 해외 출장을 3차례나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자료도 축적돼 있을 텐데 너무 쉽게 다녀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해당 국정감사 이후에도 해외출장은 매년 이어졌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22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2023년 미국과 유럽, 2024년 스위스, 2025년 미국 2건 등 국외 방문을 이어왔다. 올해 역시 호주 출장 계획을 세우고 약 4291만 원의 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본지에 올해 예정된 출장의 목적으로 △ 맞춤형 시뮬레이션 교육 프로그램 참여 △ 하드웨어 구축 현황 파악 △ 전문가 자문 및 네트워킹 등을 제시했다.
■ 해외 출장으로만 약 5억 원 지출
국외 출장에 집행된 기부금은 약 4억 9500만 원이다. 여기에 올해 예정된 호주 출장 비용까지 더하면 5억 원을 넘을 전망이다.
앞서 2022년 싱가포르 출장(3박 5일·10명)에는 약 4161만 원이 투입됐다. 2023년에는 미국(6박 8일·18명)과 유럽(5박 7일·13명)을 방문했다. 각각 약 2억 242만 원, 1억 5540만 원이 쓰였다. 2024년 스위스 출장(3박 5일·5명)에는 약 2504만 원이 집행됐다.
2025년에는 미국 출장 2건이 진행됐다. 라스베이거스(4박 7일·5명)와 뉴욕(3박 5일·5명)으로, 각각 약 3348만 원과 3697만 원이 투입됐다.
■ "필수 국외출장... 효율적 운용 노력"
국립중앙의료원은 해외출장이 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을 위한 필수 절차라는 입장이다. 의료원 측은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과 운영 체계 설계를 위해 해외 우수병원 사례 조사와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위스 출장과 관련해 "국정감사 이후 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최대한 줄여 3박 5일 일정으로 진행했다"며 "제네바 대학병원과의 업무협약(MOU) 체결과 인력 파견, 공동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협력 기반 마련이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센터 지정 과정과 운영 방식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도 병행했다"며 "출장 목적에 따라 필수 인력과 기간을 최소 규모로 기획하고, 국립중앙의료원 여비규칙 및 공무원 여비규정을 준용하여 내실 있는 출장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감염병병원은 150병상 규모로 추진되며, 국고 지원 없이 전액 기부금으로 진행된다. 당초 국립중앙의료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 규모가 요구됐으나, 본원 병상이 526병상으로 축소되면서 전체 병상은 776병상으로 확정됐다.
이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은 "감염병·재난·응급·외상 등 필수의료의 중앙센터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병상 규모 확대가 바람직하다"면서도 "병상 확대를 위해서는 총사업비 조정 등 행정절차가 필요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고, 추가 확보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의 시급성을 고려해 현재 진행 중인 실시설계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향후 여건 변화에 따라 병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오늘경제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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