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 한국은행 강남본부가 새로 들어선다. 노후화된 기존 건물을 허물고 17층 규모의 신사옥과 차세대 전산시설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시공은 삼성물산이 맡는다. 이를 계기로 한국은행은 ‘강남-경기-대전’을 잇는 새로운 IT 대응 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춰 중앙은행의 전산·보안 인프라를 전면 재정비하는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 강남본부./한국은행
11일 금융업계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 강남본부 신축공사 시공사에 삼성물산을 선정하고, 현재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사입찰설명서 기준 총 공사비는 약 5469억원 규모다. 공사는 2029년 말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은은 나라장터를 통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려 했지만 두 차례 유찰됐다. 첫 입찰공고 당시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했으나, 중대재해 사망사고 여파로 인프라 사업 분야 신규 수주 활동을 잠정 중단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후 삼성물산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최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삼성물산이 수익성이 낮은 관급공사에는 비교적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하는데, 이번 사업은 한국은행 강남본부라는 상징성과 강남 핵심 입지와 국가보안시설 공사라는 특수성이 맞물리며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강남본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인근에 위치한 한은의 대표 지역본부다. 북쪽으로는 테헤란로를 끼고 있고, 서쪽으로는 강남파이낸스센터(GFC)와 맞닿아 있는 이른바 강남 ‘금싸라기 땅’이다. 1991년 개점 이후 발권·외환 업무를 맡아왔는데, 준공 후 30년이 지나면서 시설 노후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전산·보안 설비의 고도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한은은 2023년부터 리모델링 타당성 검토를 진행했고, 결국 전면 재건축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은행은 이번 신축공사를 계기로 ‘강남-경기-대전’을 잇는 차세대 금융전산 인프라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강남 IT센터와 대전 DR(재해복구)센터 중심으로 운영해왔지만, 광교 청사 준공 이후 경기 지역까지 포함한 3센터 구조로 전환해 재난 대응력과 복원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실(전산실)을 별도 독립동 형태로 구축한다. 일반 업무시설과 핵심 전산시설을 분리해 안정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장과 지급결제망 운영 과정에서 중앙은행 전산 시스템이 사실상 국가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는 만큼, 장애·재난 대응 능력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발권과 외환 업무를 수행하는 지역본부를 넘어, 국가 금융망 안정성을 떠받치는 핵심 거점으로 강남본부의 역할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셈이다.
한편 새 강남본부는 지하 2층~지상 17층, 연면적 8만6757㎡ 규모로 조성된다. 기존 연면적(4만5864㎡)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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