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장관, ‘공정수당’ 추진 공식화
이재명표 경기도 모델 정책화 가능성
‘기업 부담·청년층 일자리 타격’ 우려
노동계도 실효성 의문…진통 불가피
지난해 9월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정부가 근무 기간이 짧은 단기 근로자일수록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이른바 ‘공정수당’ 도입을 공식화했다.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임금을 가산해 격차를 보전하겠다는 취지지만 고용 형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제도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김영훈 장관은 전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단기간 근무할수록 조금 더 수당을 쳐주는 가칭 ‘공정수당’을 도입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며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진행된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차 전체회의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고용이 안정된 사람은 더 많이 받고 고용이 불안한 사람일수록 (임금을) 덜 준다”고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김 장관은 “짧게 근무할수록 수당을 가산해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임금 격차를 좁혀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방향은 확실하고 구체적인 수치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먼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오해받을 수 있다”며 “경영계와 노동계, 전문가의 제안을 조합해 해법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사용기간이 2년으로 제약돼 ‘1년 11개월 계약’이 반복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 관련한 제도 전반을 손질하기 위해 실태조사 등을 진행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조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와 노동시장 내 구조적 불균형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규직은 해고로부터의 보호는 물론 연차·병가·퇴직금 등 제도적 안전망이 비교적 두텁게 보장되는 반면, 비정규직, 특히 단기·임시·일용직은 계약 지속 여부가 불안정하고 유급휴가나 복지 혜택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격차를 고려해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에게 기본 시급 외에 추가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안정성 부족과 복지 공백을 임금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임금 격차도 확대되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389만6000원으로, 비정규직(208만8000원)보다 180만8000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정부안은 아직 구체화 단계에 있지만 유사 사례로 경기도가 이재명 지사 재임 시기인 2021년 시행한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1년 미만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퇴직 시 기본급의 5~10%를 일시금으로 지급했던 정책이다. 당시에도 이 대통령은 프랑스, 영국, 호주, 스페인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제도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마실에서 진행된 ‘신규감독관 교육 전면개편 공개발표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공정수당이 공공부문을 넘어 민간까지 확대 적용될 경우 기업 부담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민간 임금 체계를 바꾸려면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쟁점으로 꼽힌다.
고용시장 전반의 왜곡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비용 증가를 우려해 비정규직 채용을 축소하거나 단기 인력을 외주·자동화로 대체할 경우 청년층의 첫 일자리 진입 기회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 기준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4만7000명 감소하며 41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순 사무·디자인·마케팅 등 계약직 비중이 높은 직무는 물론 빅테크 분야까지 인공지능(AI) 대체 흐름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공정수당 도입이 청년 채용 위축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제도 설계 과정에서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공정수당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라는 목표를 달성할지, 또 다른 왜곡을 초래할지는 결국 제도 설계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노동계에서는 공정수당이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엄진령 상임집행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비정규직의 저임금은 채용 경로, 업무의 중요도, 권한과 책임 배분 등 구조적 요인 속에서 형성된 결과”라며 “따라서 일정 수준의 수당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만으로는 임금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고 오히려 불안정 노동을 용인하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임금 격차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구조 개편이 동반되지 않는 한 공정수당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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