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에서 인공지능(AI)으로 재현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과 최종현 선대회장 (사진=SK그룹)
■ “다시 출근한 창업자”…AI로 전하는 창업세대의 메시지
SK그룹의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이 다시 ‘출근’했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니라 AI의 형태로다.
SK는 창립 73주년을 맞아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메시지를 담은 AI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5분 분량으로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미디어월과 사내 채널을 통해 상영된다.
영상은 사사, 저서, 육성 녹음, 이른바 ‘선경실록’까지 수천 건의 기록을 학습한 AI가 두 창업세대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재구성했다. 6·25 전쟁 직후 잿더미가 된 선경직물의 복구에서 출발해, 섬유·석유화학·이동통신·반도체로 이어지는 SK의 성장사가 ‘당사자의 목소리’로 다시 재생된다.
■ 최종건의 ‘돌파형 결단’…최종현의 ‘설계형 전략’
최종건 창업회장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나일론 생산에 뛰어들고, ‘닭표안감’으로 시장을 만들고, 나아가 워커힐호텔까지 인수했다. 최 창업회장은 “할 수 있고, 해야 되고, 하면 된다”는 신념과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연결하고, 무너진 것은 다시 세운다”는 창업 초심을 전달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최 창업회장 타계 후 1973년부터 경영을 이어갔다. 그는 “세계 일류기업”이라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며, 섬유기업이던 선경을 ‘석유에서 섬유까지’로 확장하는 수직계열화를 밀어붙였다 “기업가라면 1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을 남겼다.
■ 섬유→반도체…변화 속 정체성, AI로 다시 연결
SK는 섬유에서 출발해 석유화학, 이동통신, 반도체로 빠르게 이동해왔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는 이후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핵심 축을 형성했다.
현재는 AI가 주요 성장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포트폴리오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체성의 단절을, 창업세대의 서사를 AI로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연결한 셈이다.
영상 말미에는 “두 분에게 물려받은 치열함과 고귀한 정신, 단단한 저력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는 새 역사를 써 내려가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2022년 창립기념일 기념사가 함께 담겼다.
■ “회장도 배우는 구조”…AI가 만든 역전된 장면
AI로 복원된 창업자와 선대회장이 앞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현재의 회장이 그 뒤에서 “알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구조로 흥미로움을 남긴다. 이 AI 프로젝트는 “AI로 창업세대의 DNA를 나누자”는 최 회장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창업세대가 남긴 ‘패기’와 ‘지성’은 과거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기술을 통해 현재의 의사결정 기준으로 재해석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SK는 그 기준을 일종의 나침반으로 삼아, 다음 성장 경로를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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