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수혈받고 67개점 재개장…공익채권·납품업체 신뢰 회복이 정상화 변수
지난 13일 홈플러스 재개장에 시민들이 방문해 장을 보고 있다. 사진=배예진 기자
[주간한국 배예진 기자] 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2층 매장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영업 시작을 30분 앞둔 시간이었지만 매장 입구에는 이미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개장 시간이 가까워지자 줄은 에스컬레이터 인근까지 이어졌다. 한동안 닫혀 있던 홈플러스의 문이 다시 열리는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자금난으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던 홈플러스가 임시 휴업 한 달여 만에 전국 67개 점포의 문을 다시 열었다. 재개장한 점포 가운데 59개점은 온라인 영업도 함께 재개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는 연신 “예전처럼 다시 줄이 만들어져 뭉클하고 감사하다”며 “열심히 하겠다. 자체브랜드(PB) 제품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지난 7일 가오픈 당시와는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한동안 상품이 빠져 있던 매대가 다시 채워졌고 채소와 과일, 건어물 등 신선식품과 식료품이 제자리를 찾았다. 당시 일부 비어 있던 주류와 스낵 코너에도 상품이 들어왔다. 선입금을 통해 발주한 상품들이 입고되면서 매대의 빈 공간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매대는 전체적으로 90% 이상 채워진 모습이었다. 직원 A 씨는 “전보다는 물건이 적지만 일주일 사이 정말 많이 들어왔다”며 “직원들도 70여 명가량 출근해 일하고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상품이 정상적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었다. 가전과 의류 등을 판매했던 홈플러스 강서점 3층 매장은 문을 닫았다.
이날 가장 많은 고객이 몰린 곳은 축산 코너였다. 홈플러스가 재개장 행사로 미국·호주산 소고기와 한우 등을 할인 판매하면서 개장 직후부터 고객들이 정육 매대 주변으로 몰렸다. 일부 고객들은 상품이 진열되자마자 카트에 고기를 담았다.
그러나 매장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보였다. 냉장·냉동 매대 곳곳에서도 상품 구색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일부 냉장 매대에는 상품 대신 그릇이나 김 등이 놓여 있었고, 냉동고 가운데 일부는 비어 있거나 PB 얼음 등으로 채워져 있었다. 냉동식품과 주류 역시 일부 일반 제조사 브랜드 제품을 중심으로 진열돼 선택지가 제한된 모습이었다. 현장 직원은 상품 공급과 인력 운영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원은 “한우는 작업 인력이 부족해 매대 진열이 늦어지고 있다”며 “비어 있는 매대도 순차적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문을 열었다’와 ‘정상화됐다’ 사이
재개장 첫날만 놓고 보면 고객 수요는 분명했다. 개장 전부터 대기 행렬이 만들어졌고, 육류와 즉석식품 등 일부 상품은 빠르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하루 동안 몰린 고객과 행사 상품의 판매량만으로 회생 성공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홈플러스가 확보한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은 일단 영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 그러나 임금과 퇴직금, 임대료뿐 아니라 협력 업체 미지급 대금 등 해결해야 할 채무가 남아 있다.
특히 납품 업체와의 신뢰 회복은 홈플러스 정상화의 핵심 변수다. 홈플러스가 아무리 점포 문을 열어도 협력 업체가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매대에 채울 수 없다. 납품 업체들의 기존 미수금 문제도 남아 있다. 법무법인 평산 김태희 변호사는 납품 업체 권리 보호를 위한 ‘홈플러스 상거래 공익채권단 협의회’를 구성하고 이달 중 관련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약 7900억원 규모의 공익채권을 하나로 모아 법원과 정부, 국회에 조속한 변제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트레이더 조’ 전략…줄어든 매장서 수익성 만들까
홈플러스는 매장 운영 방식 자체도 바꿨다. 전국 104개 점포 가운데 67개 점포를 우선 운영하고 나머지 점포는 폐점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영업을 재개한 점포 역시 과거처럼 매장 전체를 가득 채우기보다 식품과 생필품, PB 상품 등 회전율이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압축적으로 운영한다. 이는 미국의 ‘트레이더 조’를 벤치마킹한 방식이다. 한정된 자금 안에서 상품 종류와 매장 규모를 줄이고 핵심 상품에 집중해 비용을 낮추고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재개장 첫날에는 할인 행사가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였다. 홈플러스는 오는 19일까지 ‘홈플 is BACK’ 행사를 진행하고 이달 말까지 재개장 행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행사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고객을 붙잡아야 한다. 경쟁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 업체 사이에서 상품 구색과 가격, 접근성 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내달 4일까지 ‘운명의 3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수정안의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다음달 2일 오후 3시로 지정했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인 다음달 4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2일 법원에 2차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회생절차가 다시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이후 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을 따져 파산 선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3일 홈플러스가 회생절차에 필요한 최소 운영 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홈플러스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긴급운영자금을 조달하면서 법원은 지난달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절차를 연장했다.
이제 홈플러스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회생계획안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홈플러스는 그 전에 매출을 회복하고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배예진 기자 by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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