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노출’ 논란 확산…카카오톡 SNS화 재시도 역풍
기술 흐름 대세 놓쳐 비판 받은 정신아 대표 또 '곤혹'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3월 26일 카카오 제주 본사 스페이스닷원에서 열린 제3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카카오>
카카오가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이용자 반발에 직면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카카오톡 실행 시 친구 목록 대신 인스타그램 피드 형식의 소식창이 먼저 노출되거나 설정 변경 이후에도 해당 화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사생활 관련 콘텐츠가 강제로 노출된다는 내용의 이용자 불만이 커지며, 관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탭을 둘러싼 사용자 경험 변화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현재 해당 탭은 ‘오픈채팅’과 ‘숏폼’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용자가 지금 탭을 선택할 경우 오픈채팅이 아닌 숏폼 콘텐츠 화면이 우선적으로 표시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용자 의도와 무관하게 특정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논란은 단순 이용 불편을 넘어 플랫폼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번지고 있다. 특히 과거와 유사한 논란이 재현되면서 회사 신뢰도에 대한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카카오는 2025년 친구탭을 콘텐츠 피드 형태로 개편하며 숏폼과 추천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했다가 이용자 반발에 부딪쳫다. 당시에도 “메신저가 SNS처럼 변했다”는 비판과 함께 친구 탐색 기능이 불편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카카오는 피드형 소식창을 별도 영역으로 분리하고 기존 전화번호부 기반 친구 목록을 기본 화면으로 되돌렸다.
그러나 이번 소식창 이슈로 당시 조치는 사실상 무색해졌다. 이로 인해 과거 정책 실패에서 충분한 교훈을 얻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어떤 예고도 없이 민감한 내용들이 곧바로 노출돼서 당황스러웠다”며 “카카오톡을 쉽게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이용자를 가볍게 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략적 전환 시도했지만...이용자 경험과 정면 충돌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카카오톡을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메신저 중심 서비스에서 벗어나 콘텐츠 소비와 체류시간을 확대해 광고 수익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특히 소식창 전면 배치 시도는 사용자 트래픽을 콘텐츠 영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용자 선택권을 유지하면서도 노출 빈도를 높여 점진적으로 이용 습관을 변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카카오톡을 콘텐츠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카카오톡을 콘텐츠 서비스가 결합된 SNS 플랫폼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해 8월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카카오톡은 이제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콘텐츠 탐색과 관계 기반의 소셜 기능까지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전략이 이용자 경험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정 대표 구상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메신저의 본질은 빠르고 직관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있는데, 콘텐츠 노출이 이를 방해하며 본래 기능을 훼손하고 이용자 피로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권이 배제된 서비스 도입이라는 점에서도 비판을 자초한 모양새다. 이용자 동의 없이 콘텐츠가 노출되는 구조를 강제로 도입하면서 플랫폼 신뢰를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일한 전략이라도 사용자 선택권을 전제로 하지 않을 경우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후발주자인 만큼 단순히 인스타그램을 따라가는 수준이 아니라, 더 완성도 높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디자인이나 콘텐츠 전달 방식, 페이지 구성 등 전반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용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전면 배치 기능을 비활성화하거나 민감한 콘텐츠를 숨길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선택권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에 대해 카카오는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사용성 개선 테스트 과정에 나타난 문제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카카오톡의 전반적인 이용성 개선을 위한 시도”라며 “내부 데이터를 통해 소식창 이용 빈도가 많은 이용자들을 집계해 이들 중 일부를 선정해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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