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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섯 공간, 다섯 세계…변화를 마주하다

4일 개막식을 갖고 5일부터 72일간 대장정에 돌입하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다양한 층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다섯 공간, 다섯 세계…변화를 마주하다

다섯 공간, 다섯 세계…변화를 마주하다

오월 어머니의 그림부터 수천 년 제주 화산암까지

72일간 내면으로의 여정

깊어진 예술, 새로워진 광주

“질문 하나 들고 오세요”

2026년 09월 06일(일) 15:20

‘제16회광주비엔날레’가 오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주 전시관을 비롯해 광주 전역에서 펼쳐진다. 제2전시실 전경.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4일 개막식을 갖고 5일부터 72일간 대장정에 돌입하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다양한 층위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주제가 말해주듯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개인의 삶에서부터 사회, 역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에서 발현되고 발생되는 변화를 주목한다.

주제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 등장하는 마지막 구절에서 차용했다. 부서진 조각상을 대면하는 순간 인식의 변화를 겪는 시의 화자처럼, 삶의 현장에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변화의 양상을 예술로 조명하자는 취지다.

호추니엔 예술감독,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 큐레이터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집중도 있는 전시 구현에 방점을 뒀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의 특징은 공간적으로 확장되는 데 있지 않고 더 깊은 내면으로 향하는 여정”이라며 “전시를 통해 변화의 다양한 규모와 영역을 함께 공유하고 상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광주의 ‘변화’도 삶의 실천을 통해 이어져왔다. 5·18민주화운동 여성들의 공동체 ‘오월어머니집’은 주홍 작가와 그림 수업에서 제작한 회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출판물을 통해 돌봄과 연대, 실천이라는 변화를 보여준다.

전시는 다섯 개 공간, 다섯 개 세계로 이어지는 여정을 따라 펼쳐진다. 키워드는 ‘변화’다. 각 공간은 고유한 풍경, 리듬, 서로 다른 감각을 지닌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이때 작품은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기보다 서로 관계를 맺으며 공명과 긴장, 예상치 못한 연결과 동선을 만들어낸다.

제1전시실 ‘분자와 나’는 물질과 자아가 해체되며 순환·결합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분자적 개인, 분자들의 군집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규모 관계들이 변화하는 하나의 장을 이룬다. 니나 카넬, 골딘+세네비, 로셀라 비스코티, 마야 와타나베 등 작가들이 참여한다.

제2전시실 ‘신체와 관계’는 가족과 공동체 관계에서 인간의 몸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한다. 돌봄, 훈육, 질병, 친밀함, 반복이 몸에 남기는 흔적을 초점화하며 반복이 주는 의미, 변화의 힘 등을 살펴본다. 주요 참여 작가에는 아만다 헹, 시에 테칭, 정금형, AK 돌벤 등이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3전시실 전경.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풍경과 배움’을 주제로 한 제3전시실은 지식과 삶의 방식이 형성되고 전승되는 공간이 주요 모티브다. 들판, 학교, 도시와 공동체 등에서 노동과 돌봄, 공동체적 삶을 매개로 이뤄지는 지식의 축적 전승 과정을 살펴본다. 캠프, 임동식, 허백련(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 리지아 클라크 등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제4전시실 ‘우주와 변화’는 영상과 지질학적 존재를 통해 행성의 시간과 신화, 인간을 넘어선 세계를 펼친다. 도자기의 몸, 화산의 몸, 안테나처럼 감각을 확장하는 몸 등 다양한 형태의 신체가 갖는 기억과 미래에 대한 상상이 주요 소재다. 사오다트 이스마일로바, 소흐랍 후라, 남화연, 벤지 라 등이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제5전시실은 ‘공기의 발화’를 매개로 전시를 풀어낸다. 공간 중심에는 재클린 키요미 고크의 신작 ‘어긋난 변주곡’이 자리한다. 음악가 R로즈와 협업해 제작한 설치작업은 클럽 공간을 해체한 형태로 공기주머니와 송풍기, 피드백, 전자음악의 리듬으로 구성된다. 임동식, 사사키 켄, 니나 카넬, 로셀라 비스코티의 작품이 여러 전시실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색적인 전시 ‘참여자’ 제주돌문화공원의 화산암들도 눈길을 끈다. 수천 년 변화의 시간을 담은 화산암은 순간적 분출과 냉각, 오랜 시간에 걸친 변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AI가 다시 읽는 작품을 만나기도 한다. 로비에서는 참여작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분석해 새로운 시를 생성하는 강이룬의 AI ‘이미지-시’를 접할 수 있다.

윤범모 대표이사는 “전남광주시가 출범한 시기와 맞물려 ‘변화’라는 주제로 만나는 이번 비엔날레는 저마다 삶과 사회에 드리워진 변화의 요인들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며 “독창적이며 깊은 의미가 투영된 작품들을 매개로 새로운 가능성을 사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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