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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다섯 개 세계, 한 가지 질문 “당신은 바꿀 준비가 됐나요”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5일 개막해 7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이 주홍 작가 지도로 5·18을 모티브로 상실과 고통, 기쁨과 친밀 등이 교차하는 순간을 그린 322점의 그림.

다섯 개 세계, 한 가지 질문 “당신은 바꿀 준비가 됐나요”

다섯 개 세계, 한 가지 질문 “당신은 바꿀 준비가 됐나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5개 전시실 주목할 만한 작품들

오월어머니집·주홍 작가 ‘기억하기·나를 찾기·연대하기’ 연작 322점

골딘+세네비 ‘송진 연못’

제주돌문화공원 ‘화산암’

시민 참여형 ‘불림’ 프로젝트

사사키 켄 ‘블랙홀 # 엄지구멍’·‘초코파이’

2026년 09월 06일(일) 20:50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5일 개막해 7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이 주홍 작가 지도로 5·18을 모티브로 상실과 고통, 기쁨과 친밀 등이 교차하는 순간을 그린 322점의 그림.

오랜 변화의 시간이 담긴 제주 화산암.

시민들의 금속 모으기 ‘불림’ 프로젝트를 통해 공동체 정신을 구현한 전병준·박찬경 작가의 작품.

전시관은 모두 다섯 개의 공간, 다섯 개의 세계를 따라 여정이 이어진다. 핵심 키워드는 ‘변화’. 이번 비엔날레 주제인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주제를 가장 집약적으로 응축한 말이다. 관람객들은 비엔날레가 화두로 제시한 ‘변화’를 삶과 일상의 현장에 대입하며 감각적 미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지난 4일 개막식을 가진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5일 개막을 기점으로 7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거시기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은 호추니엔 감독과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 큐레이터의 전시 설명 및 안내로 본 전시관을 둘러봤다.

이번 전시는 기존 비엔날레와는 다르게 규모를 축소한 대신 집중도 있는 전시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품 수를 줄이는 대신 밀도를 높여 가급적 관람객들의 발길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기획한 점이 눈에 띄었다.

모두 5개로 구성된 전시실은 각기 ‘분자와 나’, ‘신체와 관계’, ‘풍경과 배움’, ‘우주와 변화’, ‘공기와 발화’라는 소주제를 중심으로 꾸며졌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고대 아폴로의 토르소’의 마지막 구절에서 차용한 주제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개개의 작품에 투영돼 의미 있는 울림을 선사했다. 릴케의 시는 긴박함 속의 열림, 단호함 속 관대함을 담은 구절로 이번 비엔날레가 변화를 신체와 지각이 재편되는 지속적인 실천의 과정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골딘+세네비의 공동 작품 ‘송진 연못’은 참가자들의 발길을 오래 붙든 작품 가운데 하나다. 바닥을 오렌지 빛으로 물들인 작품은 한편의 정겨운 그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리 같은 호박색 웅덩이의 형상은 치유의 힘과 착취적 추출이 맞닿는 경계를 보여준다.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제공한 화산암은 그 자체로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 “돌의 매끄러운 표면과 둥그스름한 형태는 언뜻 인간의 형상과도 닮은 듯합니다. 외부 세계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존재를 찾아내려는 습성대로 우리는 인간에게 가장 친숙한 조합으로 돌을 해석합니다”라는 설명이 이색적이다.

여느 문화권이든지 인류는 오랜 기간 돌에서 이미지를 발견해왔다. 지질학적 사실이나 상상력의 융합은 새로운 풍경과 형상을 환기하게 하는데, 그것을 추동하는 것은 ‘변화’다.

오월어머니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통해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당시 국가 폭력으로 아들이나 남편,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은 오랫동안 상흔을 안고 가슴 아픈 세월을 살아왔다. 오월어머니집은 서로를 돌보고 지지하는 공동체로서 자리매김해왔다.

오월어머니집은 지난 2022년부터 주홍 작가와 함께 ‘기억하기’, ‘나를 찾기’, ‘연대하기’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머니들은 상실과 고통, 기쁨과 친밀 등이 교차하는 순간을 마주했다. 전시실에서는 벽면에 걸린 322점의 그림, 어머니들의 인터뷰가 담긴 내용 등을 만날 수 있다. 작품 옆에 부착된 “각 그림은 행복과 슬픔, 상실과 돌봄, 투쟁과 회복이 공존하는 삶의 시간을 기록합니다. 상실을 견디고, 관계를 이어가며,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만들어 내며 함께한 실천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시민이 참여하는 금속 모으기를 통해 작품을 제작한 프로젝트가 있다. 일명 ‘불림’ 프로젝트. 쇠를 불에 달구어 불리거나 쌀을 불리는 것을 뜻하는 ‘불림’은 우리의 고유 전통 의례인 ‘걸립’에서 유래한다. 농악대나 스님이 마을을 돌며 쌀 또는 고철을 받고 음악이나 염불로 고마움을 표현했다. 쇠걸립은 공동체의 평안을 희원하는 제의용 상징물과 도구를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전병준·박찬경 작가는 쇠걸립 상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수집된 금속으로 새로운 악기를 제작했다. 이를 매개로 참가자들의 공동체적 소리로 구현했는데, 전시실에 설치된 작품에는 참여자들의 염원과 희원이 투영돼 있다. 금속을 제공한 참여자 이름은 작품 크레딧에 기록됐다.

구상회화를 토대로 형식에 내재된 권위주의적 구조를 질문해 온 사사키 켄은 회화를 매개로 전해지는 형식과 지각의 가치 체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블랙홀 # 엄지구멍’, ‘초코파이’는 원의 형태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는 방식을 주목한다. 행성, 구멍, 입, 물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세계를 원의 형태로 상정한다. 하지만 원은 물결이 서로 떨어진 세계를 맞닿게 하는 것처럼 바깥으로 퍼져 나가는 진동과 공명을 환기한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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