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증권 시장은 현기증이 날 만큼 출렁인다. 직접적 원인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높아져서 투기성 자금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유난히 투기적인 종류의 증권을 도입한 정부의 실책도 한몫했다.
이런 요인들 아래에, 인공지능(AI)의 생산성에 대한 불안이 자리 잡았다. 바닷물이 더워지면 태풍이 거세어지듯, AI의 생산성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증권 시장은 거칠게 흔들린다.
1987년 로버트 솔로가 지적했다. “컴퓨터 시대는 생산성 통계엔 오지 않았다.”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의 측정치보다 생산성의 측정치가 눈에 띄게 작다는 얘기였다. 현대 경제 성장 이론을 정립했고 경제 발전에서 기술의 역할을 강조한 석학의 발언인지라 모두 주목했다. 그리고 ‘솔로 컴퓨터 역설’이라 불리게 된 이 현상의 규명에 매달렸다.
익숙한 설명은 AI처럼 파괴적인 기술이 생산성이 높아지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사정이다. 이전의 기술에 맞춰 오랫동안 진화한 생산 방식을 새로운 기술에 맞게 바꾸는 과정은 길고 더디다. 증기기관, 전기 및 내연기관의 역사는 그런 모습을 잘 보여준다.
실질적 중요성을 지닌 설명은 통계가 AI의 혜택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는 사정이다. 측정오류 가설(mismeasurement hypothesis)이라 불리게 된 이 주장의 핵심은 제품의 성능 개량이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윌리엄 노드하우스는 조명 비용이 1992년엔 1800년의 0.029%임을 밝혀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가리키듯, 컴퓨터 계산 비용은 더 빠르게 낮아졌다. 노드하우스는 1950년부터 2005년까지 컴퓨터 계산 비용을 조사해서 무어의 법칙을 확인했다. 1990년대에 미국의 산업 생산이 반등하자, 측정오류 가설은 널리 받아들여졌다.
2023년에 영국 경제학자들의 조사는 중앙처리장치(CPU)의 계산 비용이 20년 전의 10분의 1 내지 1000분의 1로 낮아졌음을 밝혀냈다. 클라우드 계산 비용의 추세도 비슷하니, 현재 비용은 10년 전 비용의 10분의 1가량 된다.
다른 편으로는, 컴퓨터 기술이 다른 기술들보다 훨씬 파괴적이라는 사실이 있다. 정보는 생명 현상과 사회 조직의 근본적 요소이므로, 정보 처리 산업은 우리의 삶과 사회 조직을 근본적 수준에서 바꿔 왔다. 40년 전엔 ‘삐삐’라 불린 무선호출기가 최신 통신 기구였다. 이제는 휴대폰이 없으면 사회가 마비된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여러 기술은 한 세대 전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어렵고 복잡한 기술들이다. 그런 질적 변화를 생산성으로 측정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마련이다.
앞으로도 AI 기술은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반도체 기술의 최종적 혁신인 트랜지스터는 고안된 지 한 세기가 됐다. 줄리어스 릴리엔펠트는 1925년 특허를 얻었지만, 당시의 기술로는 만들 수 없었다. 1947년에 윌리엄 쇼클리와 동료들은 그것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업적으로 쇼클리와 두 동료는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지만, 특허는 얻을 수 없었다. 널리 쓰이는 트랜지스터인 MOSFET도 70년 전에 모하메드 아탈라와 강대원(姜大元)에 의해 발명됐다.
이런 사정은 반도체 기술이 아주 뛰어나며 예측 가능한 미래에도 반도체 컴퓨터들이 정보를 처리하리라는 것을 가리킨다. 파괴적 기술의 가능성을 보이는 양자 컴퓨터는 주로 대형 문제들의 처리에 쓰일 터이므로,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지금 모두 AI가 부를 구조적 실업을 두려워한다. 현실적 문제지만, 멀리 내다보면 이것은 AI의 생산성 향상이 낳을 사회적 풍요의 배분에 관한 논의에서 다뤄질 문제다. 인류 사회에서 AI의 역할은 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정보 처리 산업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리고 두드러진 반도체 기업들을 지닌 우리 증권 시장은 요동칠 이유가 없다. 증권 시장의 활황을 자신의 정치적 이득으로 삼으려는 현 정권의 욕심을 빼놓으면.
바로 이 대목에서 케인스의 지적이 묵직한 단서로 붙는다. “장기(長期)는 현재 문제들에 관해선 잘못된 인도자다.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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