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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다문화 공동체의 미래: 공존을 넘어 동행으로] 복지 넘어 교육·정주까지… 다문화 정책, 도시체질 바꾼다

대구와 경북의 다문화 사회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학교와 공장, 대학과 농촌, 병원과 시장 등 지역사회의 일상 곳곳에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일상이 되고 있다.

[다문화 공동체의 미래: 공존을 넘어 동행으로] 복지 넘어 교육·정주까지… 다문화 정책, 도시체질 바꾼다

미래를 위한 동행

대구 달서구는 지난해 9월 성주도씨 병암서원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대상으로 ‘선비의 하루, 고택체험’을 가졌다. 대구시 제공

대구와 경북의 다문화 사회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학교와 공장, 대학과 농촌, 병원과 시장 등 지역사회의 일상 곳곳에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일상이 되고 있다.외국인 주민과 이주배경학생의 증가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2024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주민은 258만3천626명으로 전년보다 12만4천84명, 5.0% 증가했다.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주민이 차지하는 비중도 5.0%에 차지하며 우리 사회가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대구도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24년 11월 1일 기준 대구의 외국인주민은 6만1천554명으로 전년(5만8천944명) 대비 2천610명(4.4%)이 증가했다. 대구 총인구의 2.6% 수준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9천897명, 결혼이민자 5천838명, 유학생 8천709명, 외국인주민 자녀는 1만461명에 달한다. 특히 유학생은 전년보다 13.8% 증가해 지역의 새로운 인적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학교의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구의 이주배경학생은 7천246명(2.7%)으로, 2022년(6천380명)보다 866명(13.6%)이 증가했다. 중·고등학생은 1천834명에서 2천363명으로 늘어 비중도 28%에서 32%로 높아졌다.

경북의 경우 외국인주민은 2024년 12만8천725명(5.0%)으로 2021년 9만8천197명 대비 31% 증가했다. 경북도는 외국인을 인구감소와 산업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지역 인적자원으로 보고 정책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가 우리 사회에 일상이 되고 있어 이제는 대구·경북의 다문화정책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다문화 인식 변화

결혼이민자 중심이던 과거 정책

‘지역 미래 인재’로 인식 전환

권리·책임 함께 누리는 공동체로

◇‘지원 대상’에서 지역 구성원으로

지난 20년간 다문화정책은 상당한 변화를 거쳤다. 초기에는 결혼이민자의 한국사회 적응과 가족관계 안정, 한국어교육 등이 중심이었으나 이후 자녀교육과 취업, 통·번역, 상담, 문화교류 등으로 지원 영역이 확대됐다. 그러나 이주민의 규모와 역할이 커지면서 기존의 복지 중심의 ‘지원 대상’에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이자 경제·사회적 자원으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대구는 다문화가족의 교육과 자립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과 자녀의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대구한의대학교 진학 지원과 입학금·등록금·교재대금·장학금 등을 50만원에서 150만원 이내에서 지원한다. 9개 구·군 가족센터는 결혼이민자와 중도입국 자녀의 생활한국어와 취업 관련 한국어교육은 물론 취업지원, 기초학습, 진로설계, 이중언어교육, 통·번역 등 보다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는 2023년 외국인 전담부서인 ‘외국인공동체과’를 신설하고 2024년에는 ‘경상북도 이민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외국인 인재 유입부터 정착지원과 사회통합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이민정책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역특화형 비자 확대, 경북형 초청장학제도(K-GKS), 외국인 아동 보육료 지원, 글로벌학당, 외국인주민 의료비 지원 등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직장에 다니는 외국인에게 평일 낮 한국어교육은 접근성이 낮고 농촌과 산업단지에 거주하는 주민에게는 지원기관까지 이동하는 등 여전히 장벽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지원 정책 보다는 생활현장 중심으로 지원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대구 이주배경학생 7천명 시대

학업·진로·정착 이어지도록

학교·지자체·대학·기업 연계

‘통합 거버넌스’ 구축해야

◇이주배경학생 7천명 시대, 학교만의 책임에서 지역 공동체의 책임으로

다문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가 학교다. 대구의 이주배경학생은 2022년 6천380명에서 2024년 7천246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는 반면 이주배경학생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구시교육청은 2025년부터 이주배경학생을 위해 공교육 진입과 학교 적응, 성장단계별 한국어교육과 교과학습, 진로·직업체험과 심리·정서·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미래 준비 등 맞춤형 교육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입국 초기 학생에게는 한국어교육센터를 통한 360시간 예비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2026년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 100곳을 대상으로 95명의 다문화교육 담당교사를 조사한 결과, 학교의 교육지원 체계에서 예산과 자원, 학습지원, 진로지원, 학부모 지원, 번역서비스 등 여러 영역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이주배경학생과 학부모의 교육과정 설계 참여가 미흡하고, 언어적 장벽을 고려한 평가체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정책의 핵심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학교에 들어오고, 적응하고, 학업을 따라가게 하고, 진로를 찾게 하고,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학교와 교육청, 가족센터, 지자체, 복지기관, 대학과 기업이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인력’에서 ‘지역의 미래 인재’로

대구·경북의 다문화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외국인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함께 나누고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것이다.

대구의 외국인주민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대구 외국인주민 가운데 외국인 근로자는 9천897명, 유학생은 8천709명이다. 유학생은 전년보다 1천55명, 13.8% 늘었다. 외국인주민 자녀도 1만461명이다. 이는 다문화정책이 결혼이민자 중심으로만 설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국인 근로자는 산업정책과 연결돼야 하고, 유학생은 대학과 지역기업의 인재정책과 연결돼야 하며, 외국인주민 자녀는 교육·돌봄·복지정책과 연결돼야 한다.

따라서 외국인 주민을 단순 노동력 확보가 아니라 지역산업을 이끌 인재로 육성하고 안정적인 거주를 넘어 교육·취업·창업·사회참여로 지원하며, 지원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주체로 전환을 위한 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가족 동반, 자녀 교육, 주거·의료·문화 등을 아우르는 정주정책으로 정착하고 외국인 주민의 언어·문화·국제적 네트워크를 지역의 자산으로 활용해 외국인 주민과 함께 만드는 대구의 새로운 경쟁력이 돼야 한다.

대구경북 ‘다문화 상생권’

다문화 정책 궁극 목표는 ‘동행’

도시·산업·농촌형 특성 결합

광역 단위 다문화 도시정책 필요

◇대구·경북, ‘다문화 상생권’ 필요

대구와 경북은 다문화 사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정책 환경은 다르다. 대구는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결혼이민자와 이주배경학생이 학교와 산업현장, 대학과 서비스업에 고르게 분포한 도시형 다문화 사회의 특성이 강하다. 반면, 경북은 산업단지와 농촌, 중소도시가 혼재해 있어 경산·경주·구미·포항 등 산업도시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이 증가하고, 농촌지역에서는 계절근로자와 다문화가족의 정착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대구는 도시형 통합정책을, 경북은 생활권·산업연계형 정착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 대학에서 공부한 유학생이 경북 기업에 취업하고, 경북 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자녀가 대구의 교육·문화·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광역적 접근도 필요하다. 대구의 교육 인프라와 경북의 산업·농촌 정착 기반을 결합하면 외국인 주민에게는 정착의 기회를, 지역기업에는 인재 확보의 기회를, 지역사회에는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있어 대구·경북을 하나의 ‘다문화 상생권’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문화 정책’에서 ‘다문화 도시정책’으로

외국인 주민이 늘어나면 주거정책이 달라져야 하고 외국인 근로자가 증가하면 산업정책이 달라져야 한다. 이주배경학생이 증가하면 교육정책이 달라져야 하고 외국인 주민이 소비자가 되면 상권과 관광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다문화는 복지부서의 일이 아니라 결국 도시와 지역 전체의 정책이다.

따라서 대구와 경북은 영유아 언어발달에서 학교교육, 진로와 취업까지 생애주기별 지원과 숙련인력 양성, 직업교육, 자격취득, 창업, 전문직 진입 등 외국인주민의 경제적 자립과 지역사회 참여, 지자체와 교육청, 가족센터, 학교, 대학, 기업, 민간단체가 각자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의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공존을 넘어 ‘동행’으로

대구와 경북의 다문화 사회는 이미 현실이다. 대구의 교실에는 7천명이 넘는 이주배경학생이 있고, 대구에는 6만명이 넘는 외국인주민이 생활하고 있다. 경북에는 12만8천명이 넘는 외국인주민이 지역산업과 농촌, 학교와 생활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학교에서 차별받지 않고 성장하는 이주배경학생, 안전한 일터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는 외국인 근로자, 자신의 능력을 살려 취업하고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결혼이민자, 대학 졸업 후 지역기업에서 일하는 유학생. 이들이 지역의 ‘미래 인재’가 될 때 다문화는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대구와 경북이 지향해야 할 ‘동행’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지난 20년의 다문화정책이 이주민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 데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의 20년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의 다문화정책도 이제 ‘공존’에서 ‘동행’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지역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로의 차이를 지역의 자산으로 바꾸고, 서로의 능력을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연결해야 한다. 동행이 대구와 경북이 만들어가야 할 다문화의 궁극적인 목표인 셈이다.

박윤희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은 “대구에만 6만명이 넘는 외국인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만큼 이들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잘 구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가족센터, 교육청,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외국인주민 모두가 지역의 소중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곤영기자 young1964@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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