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미국 채권 금리 속등에 뉴욕증시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전날 유지했던 다우 지수도 버텨내지 못하고 S&P500과 나스닥과 함께 동반 하락했다.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과 금리 인상론이 대두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다만 최근 크게 출렁거렸던 일부 반도체주가 반등하면서 불안감을 일부 완화시켜주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2.24포인트(0.65%) 하락한 49,363.88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49.44포인트(0.67%) 내린 7,353.6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20.02(0.84%) 내린 25,870.71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장 초반 1% 넘게 하락했으나 이후 반등해 보합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지난주 말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중동 사태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예상보다 높게 나온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의 영향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술주 랠리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날 지수를 끌어내린 결정적인 원인도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다. 중동발 인플레 우려 속에 장단기 국채금리가 일제히 치솟았다. 특히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9년여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며 금융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198%까지 오르며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4.687%까지 상승해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연준의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4.127%로 치솟았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주식시장의 미래 수익 가치가 할인될 뿐만 아니라, 위험자산인 주식 대신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자금이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된다. 특히 금리 변동에 취약한 고밸류에이션 기술주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
시장에서는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와 국제유가 급등이 채권 매도세를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날 발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2%가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6%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금리가 4%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20%에 그쳤다.
시타델증권은 최근 몇 주간 미국 주식 시장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강력한 자금 흐름이 역전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타델은 보고서에서 "장기 미국채 금리 상승이 주식 시장에 경쟁을 불러 일으키기 시작했다"면서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거품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이 때문에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단기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한 전술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본드 비질란테'도 거론된다. 트프라임 캐피털 파이낸셜의 윌 맥거프 최고투자책임자 "지금 본드 비질란테가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두가 에너지 가격이 계속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는 인플레이션이 정책 대응에서 다소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본드 비질란테'는 정부의 재정 정책이나 통화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국채를 매도하는 투자자들을 일컫는다. 이들의 매도는 금리 상승을 야기해 정부와 중앙은행에 정책 방향 전환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확률을 41.7%로 반영했다. 50bp 인상 확률도 15.7%로 높아졌다. 1주일 전에는 5%도 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20일 공개되는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 위원들의 통화정책 전환의지가 어느정도인지를 가늠할 단서를 발견하려는 것이다.
같은 날 장마감 후 엔비디아가 실적을 발표한다.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의 성과는 AI 기반 수요가 반도체 전반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만큼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엔비디아 실적이 전체 시장과 반도체 섹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매출 783억 달러, 주당순이익 1.7달러를 예상하고 있다.
이날 빅테크는 애플 등 일부만 올랐을 뿐 대체로 약세였다. 반도체 종목들은 혼조 양상을 보였다.
엔비디아가 1.71달러(0.77%) 내린 220.61달러, 알파벳은 9.28달러(2.34%) 하락한 387.66달러로 마감했다.
구글이 이날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개발자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구글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AI 전략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테슬라는 5.88달러(1.43%) 내린 404.11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는 6.12달러(1.44%) 하락한 417.42달러로 장을 마쳤다.
반면 애플은 1.13달러(0.38%) 상승한 298.9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반도체 종목들은 혼조세였다.
최근 급락했던 마이크론은 17.20달러(2.52%) 상승한 698.74달러, 인텔은 2.63달러(2.43%) 오른 110.80달러로 장을 마쳤다. 샌디스크는 3.77% 상승했다.
마벨 테크놀로지는 에버코어 ISI가 '시장수익률 상회(매수)' 투자의견을 재확인하는 한편 목표주가를 133달러에서 155달러로 상향 조정한 데 힘입어 7.34달러(4.34%) 급등한 176.27달러로 올라섰다.
AMD가 6.94달러(1.65%) 내린 414.05달러, 브로드컴은 9.64달러(2.29%) 하락한 411.07달러로 마감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는 0.87달러(0.18%) 오른 496.74달러로 마감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멈추고 소폭 하락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게 '이삼일' 말미를 줬다고 밝히자 관망세가 짙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0.89달러(0.82%) 하락한 배럴당 107.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7월 인도분 가격은 0.73달러(0.65%) 내린 배럴당 111.37달러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란의 새 평화 제안에 따라 이날로 예정된 군사 공격을 보류했다고 밝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회장 공사현장에 기자들을 불러 미국이 이란에 "또 다른 대규모 공격을 펼쳐야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란에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라면서 "(자신들이 제안한 안에) 합의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는 "이틀이나 사흘, 어쩌면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아마도 다음 주 초까지"가 그 제한된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은 간밤 인도양에서 이란과 연계된 유조선 한 척을 나포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국채 투매 흐름 속에 급락했다.
장 마감 무렵 6월물 국제 금 가격은 전장보다 1.58% 하락한 온스당 4486.1 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7월물 국제 은 가격은 3.49% 급락한 온스당 74.395 달러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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