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미중 정상회담 첫날 뒤 열린 뉴욕증시가 일단 화답했다.다우지수가 3개월여 만에 50000선을 탈환했고, S&P500과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수출길이 열리면서 인공지능(AI) 랠리가 시장을 이끌었다. '닷컴버블'의 상징인 시스코가 호실적을 올리며 급등한 점도 힘이 됐다.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에 이어 수입물가가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물가 악재'가 또 터졌지만 시장은 애써 외면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70.26포인트(0.75%) 오른 5만63.46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50,00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 2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지난 2월 9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5만135.87에도 바짝 다가섰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6.99포인트(0.77%) 상승한 7501.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32.88포인트(0.88%) 오른 2만6635.22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7500선을 돌파하며 나스닥 지수와 함께 이틀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시장은 미중 정상회담, 견조한 1분기 기업 실적, 이란 전쟁이나 호르무즈 해협 폐쇄와 관련한 추가 악재 부재 등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매우 긍정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세계 역사상 가장 중대한 관계 중 하나"라면서 "우리는 더 큰 협력과 번영의 미래를 만들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에 대해 "이번은 역사적인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깊이 있는 의견교환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합의나 공동성명은 없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혼재됐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4월 미국 소매 판매(계절 조정 기준) 전월 대비 0.5% 증가한 7천570억8천5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9% 늘었다.
특히 분기 국내총생산(GDP) 계산에 반영되는 '핵심 소매판매' 지표 역시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중요한 소비 지표가 이란 전쟁발 에너지 비용 급등 속에서도 3개월 연속 강세를 보임으로써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시킨 셈이다.
반면 미국의 올해 4월 수입 물가 상승률은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수입 물가는 전달 대비 1.9%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 1.0% 상승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 2022년 3월(2.9%) 이후 최대폭이다.
함께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1만1천건으로 예상을 웃돌았다. 다만 고용시장이 급격히 흔들렸다는 신호라기보다는 안정권에서 둔화 압력이 커지는 정도로 해석됐다.
미국 국채 금리는 안정적이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43% 부근에서 움직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올해 12월 말까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확률은 35%로 반영됐다. 전날은 29%였다.
이날 인공지능(AI) 테마가 시장을 이끌었다.
미 상무부가 중국 기업 10곳에 고성능 AI 반도체 'H200' 판매를 승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엔비디아는 4.39% 상승했다.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시총 6조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됐다.
다우지수 구성 종목인 미국 네트워크 장비업체 미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급증에 힘입어 3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돈 데다 4천여 명의 인력 감축 계획까지 밝히면서 주가가 13.41% 급등했다.
최근 상승장을 주도한 반도체주들은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숨고르기'를 했다. 퀄컴, 인텔, 샌디스크, 마이크론 등 대부분 3~6% 하락했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나머지 M7 빅테크들은 혼조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04%, 메타는 0.29% 상승했다. 반면 아마존은 1.28% 하락했다. 테슬라와 애플도 각각 0.44%, 0.22% 하락했다. 알파벳은 0.47% 밀렸다.
보잉은 중국이 보잉 항공기 200대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오히려 실망감을 줘 4.73% 하락했다.
미국 정치 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에 동행한 켈리 오트버그 보잉 CEO가 중국에 737 맥스 항공기 500대 판매를 협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나스닥에 데뷔한 인공지능 칩 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BRS) 주가는 공모가 대비 68.15% 폭등했다.
CBRS의 주가가 최근의 강한 CHIP 수요 속에 폭등세를 보이면서 앞으로 이뤄질 대형 IPO(기업공개) 관련 기업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가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 소식이 전해지자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는 5% 상승했다.
한편 국제유가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 가격은 전날보다 0.15달러(0.1%) 오른 배럴당 101.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0.1% 상승한 105.72달러를 기록했다.
백악관은 미중 정상회담 뒤 "(미중) 양측은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시 주석은 호르무즈 해협 군사화나 사용료 징수를 위한 모든 노력에 대한 중국의 반대를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련 선박이 전날 밤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유가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은 하루 만에 하락 전환했다.
장 마감 무렵 6월물 국제 금가격은 전장보다 1.1% 떨어진 온스당 4654.80 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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