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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온라인에서 한 청년의 글을 읽었습니다. 월급날이 되어도 기쁘기보다 허탈하다고 했습니다. 통장에 급여가 들어오기가 무섭게 월세와 관리비, 대출이자가 빠져나가고 나면 한 달간 일한 흔적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창문을 열면 옆 건물 벽만 보이는 방인데, 이곳을 지키려고 다시 한 달을 버팁니다”
마지막 문장이 목에 탁 걸립니다. 현관문을 열면 침대와 싱크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창가의 작은 건조대에는 젖은 빨래가 걸려 있을 것입니다. 장마철이면 벽지가 눅눅해지고, 겨울이면 창문 틈으로 찬바람이 스며들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청년에게 그 방은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갈 유일한 집일테죠.
최근 보도된 기획예산처 설문조사에서 국민과 청년 모두 우리 경제·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동산과 주거 불안을 꼽았습니다. 집이 단지 비와 바람을 피하는 공간이라면 이처럼 많은 사람이 같은 걱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집은 실패한 날에도 돌아가 문을 닫을 수 있는 곳입니다. 아이의 키가 벽에 연필 자국으로 남고, 현관에 가족의 신발이 나란히 놓이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수십 년짜리 대출을 떠안고, 직장에서 더 먼 곳으로 밀려나죠.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집이 지닌 의미도 세대마다 다릅니다. 부모 세대에게 집이 평생 모은 재산이라면, 청년에게는 출발선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벽일 수 있습니다. 일자리가 흔들리면 월세가 걱정되고, 월세가 밀리면 머물 곳마저 불안해집니다. 방 한 칸의 불안이 삶 전체로 번지는 것입니다.
주거 문제를 공급량과 가격 그래프로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숫자 뒤에는 매일 왕복 세 시간을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있고, 계약 만료 문자를 받고 잠을 설치는 신혼부부가 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구르는 노인과 이사를 걱정하는 청년도 있습니다.
대체 집이 무엇이기에 사람을 이토록 울고 웃게 만드는 것일까요. 집은 얼마나 비싼 곳에 사느냐보다 얼마나 안심하며 살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그렇기에 누구나 넓은 집을 가질 수는 없더라도, 오늘 밤 머물 곳 때문에 내일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좋은 나라는 높은 빌딩이 많은 나라가 아닙니다. 마음 놓고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이 많은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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