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건설업계가 4월 '동토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해묵은 악재에 더해, 최근 발발한 중동전쟁이 글로벌 공급망을 타격하며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해서다.
대형 건설사들은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과 조직 개편에 나서는 한편, 신규 수주보다는 기존 현장의 리스크 관리와 선별 수주에 사활을 거는 '위기경영' 기조로 완전히 돌아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전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희망퇴직 시행을 공고했다. 대상은 장기 근속자와 임금피크제 진입을 앞둔 직원들이다.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근속 연수에 따라 기본급의 최대 30개월분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지급하고, 별도의 특별 위로금 3000만원을 더했다. 특히 자녀 학자금으로 1인당 1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인력 선순환을 위한 유인책을 마련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조직 체질 개선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인위적인 감축이라기보다 젊고 단단한 조직을 구축하고 리스크에 강한 구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인력 감축과 동시에 하반기 신규 채용을 병행하며 조직의 '세대교체'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롯데건설 뿐만 아니라 대형사 전반에 인력 조정의 바람이 거세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2014년 현대엠코 합병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DL이앤씨 역시 지난해 착공 물량 감소에 맞춰 현장 채용 계약직 위주로 인력을 전년 대비 14% 이상 줄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외형 성장에 치중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며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지 않고는 현재의 수익 구조를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몸집 줄이기에 나선 배경에는 '통제 불가능한 비용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6개월 연속 상승세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 2월 말에 발발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동전쟁으로 인해 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졌다. 시멘트, 철근 등 핵심 자재비는 물론 물류비까지 급등하면서 현장의 공사비 부담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강서구 등촌1구역 재건축 조합 등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공사를 중단하거나 지연할 수밖에 없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원가율이 90%를 상회하는 현장이 속출하면서 '지어도 남는 게 없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업체들의 경영 전략은 이제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됐다. 과거에는 랜드마크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지는 과감히 포기하는 추세다.
대형 건설사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나 단순 도급 사업보다는 사업성이 확실한 서울 핵심지의 정비사업이나 그룹사 물량, 또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플랜트 사업 등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해외 사업에서도 단순 시공보다는 운영 및 관리(O&M)나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보수적인 스탠스 유지"라며 "신규 사업장의 사업성을 더 엄격하게 심사하고, 내부적으로는 감원을 포함한 고강도 위기 경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올 하반기를 건설업계 향방의 중대한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체력이 약한 중견 건설사부터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커서다.
다만, 이번 위기경영이 건설 산업의 구조적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건설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금의 고통스러운 인력 조정과 리스크 관리는 향후 업황 회복기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며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상위 건설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옥석 가리기'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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