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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뉴스분석]法 "생명 박탈형 선고 옳은지 분노·의구심 교차"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30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고(故) 이채원 양의 유족이 입장을 밝힌 뒤 오열하며 쓰러져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분석]法 "생명 박탈형 선고 옳은지 분노·의구심 교차"

장윤기 무기징역 선고에 쓰러진 유족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된 30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고(故) 이채원 양의 유족이 입장을 밝힌 뒤 오열하며 쓰러져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애초 장윤기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국내 사법 현실과 대법원 판례 기준을 들어 사형 선고를 내리지 않았다.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장윤기가 법정 최고형을 비껴가면서 흉악범죄 발생 때마다 불거지는 사형제 존폐 논쟁에도 다시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사형’ vs ‘무기징역’…法, 막판까지 숙고

광주지법 형사13부(이정호 부장판사)는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 살인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강간 등 살인을 비롯한 대부분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변경 신청한 공소사실 중 ‘차량에 있던 케이블타이로 피해자를 결박해 납치하려 했다’는 부분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1심 선고의 쟁점은 앞서 검찰이 요청했던 사형 선고의 필요성이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재범 위험성이 극도로 높고 사회적 격리가 불가피하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바 있다.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재판부의 고뇌가 드러났다. 재판부는 "법관들 역시 인간으로서 피해자가 끔찍하게 살해된 현장과 피고인의 범죄를 보며 생명을 박탈하는 극형을 선고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하는 분노와 의구심이 끊임없이 교차했다"고 밝혔다.

사형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의 엄격한 제한 기준을 들었다. 대법원은 누구라도 정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입증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형을 허용하고 있다. 재판부는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이 중단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 우리나라에서 대법원이 확립해 온 제한적 기준과 오랜 기간 사형 선고를 자제해 온 선례들과의 비례균형을 고려할 때 사형 요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광주지검 관계자는 "양형에 대해 매우 아쉽다"면서 "판결문 면밀 검토해 항소 여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형 집행, 29년째 멈췄다

국제앰네스티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법원이 사형 선고를 극도로 자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 사형 확정 판결을 받은 인물은 2014년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한 임모 씨다. 대법원은 2016년 2월 임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고등군사법원 판결을 확정했다.

전남광주에서 가장 최근 확정 판결을 받은 사형수는 ‘영암 가족 연쇄 성폭행·살인사건’의 범인 이모씨다.

가장 최근 사형 확정판결을 받은 인물은 2009년 ‘영암 가족 연쇄 성폭행·살인사건’의 범인 이모 씨다.

그는 동거녀 일가족과 친족을 상대로 엽기적인 연쇄 성폭행과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2010년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았다.

사형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집행은 되지 않는다.

1997년 김영삼 정부 당시 23명에 대한 집행을 끝으로 사형 집행은 29년째 멈춰 섰다.

현재 사형 판결을 확정받고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된 미집행 사형수는 총 57명이다.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강호순 등도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사형 집행이 장기간 멈춰 선 사이 사형수의 옥중 사망도 잇따랐다. 국내 최고령 사형수였던 ‘보성 어부 살인 사건’의 오모씨는 2024년 광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숨졌다. 오씨는 2010년 2월 광주고법에 사형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며 사형제 존폐 논란을 촉발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제도화"

무기징역이 사실상 흉악범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 되고 있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기징역을 받더라도 20년을 넘기면 가석방으로 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윤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재판부도 사형과 무기징역 사이에 대체 형벌이 없는 입법적 한계를 꼬집었다.

법원이 가석방을 직접 결정할 수는 없지만 피고인이 살아 있는 동안 가석방 없이 무기징역을 철저히 집행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 법관들의 뜻이라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생존하는 동안 결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무기징역형을 철저히 집행하는 것만이 피해 여학생과 그 유족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자 유사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고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는 이 사건에서 부득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형을 선고하는 재판부의 진정한 양형의 이유는 피고인을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해 수감 생활의 고통 속에서 종신토록 참회하게 하는 것이지 형 집행 단계에서의 일말의 선처를 예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피해자 고(故) 이채원(16)양의 유족 역시 "사형을 선고하지 않을 것이라면 단 하루의 감형도, 가석방도 불가능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법제도화해야 한다"며 "강력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 결코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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