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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K배터리, 동트기 전이 어두운 법

인공지능(AI) 성장과 맞물려 급증세인 AI 데이터센터, 상용화가 머지않은 피지컬 AI라는 신시장도 열리고 있다. 피지컬 AI에는 고밀도, 소형 배터리가 요구돼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기술력을 축적한...

[뉴스룸에서] K배터리, 동트기 전이 어두운 법

중국 굴기, 전기차 캐즘에 타격

ESS, 전고체 등 신시장 개척 중

한국이 놓칠 수 없는 배터리 산업

지난달 13일 '2026 인터배터리'가 열린 서울 코엑스가 관람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올해 전시회에서 K배터리는 전기차 캐즘을 뚫기 위한 해법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제시했다. 인터배터리 사무국 제공

1990년대 처음 접한 소니 워크맨은 충격이었다. 전원 연결 없이 손바닥만 한 카세트 플레이어를 들고 다니며 몇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신세계가 열렸다. 지금 스마트폰과는 비교가 안 돼도 당시에는 혁신이었다.

워크맨 돌풍의 중심에는 1991년 소니가 세계 최초로 양산해 상용화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있었다. 충전해 재사용이 가능한 2차 전지는 1859년 발명돼 지금도 자동차용으로 쓰이는 납축 배터리를 비롯해 니켈-카드뮴, 니켈-수소 배터리 등이 존재했지만 게임 체인저는 리튬이온 배터리였다.

고밀도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데다 수명이 길고 소형화가 가능해 가히 가전제품의 혁명이라 불릴 만했다. 기술 고도화로 가격까지 떨어진 리튬이온 배터리는 휴대폰, 노트북 같은 이동형은 물론 거의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갔다. 이어 전기차의 심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바뀐 게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종주국 일본은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 정도만 남고 패권이 한국과 중국의 양강 체제로 재편됐다. 그리고 최근 1, 2년 사이 주도권은 CATL과 BYD 등이 이끄는 중국 쪽으로 기울었다. 자국 정부의 지원 속에 중국 업체들은 용량이 작아도 가격이 싸고 화재 위험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중국 배터리의 진격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겹치며 한국의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시련의 계절을 통과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3사의 공장 가동률은 나란히 50% 언저리에 머물렀다.

대형 계약도 연이어 물거품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맺은 9조6,000억 원 규모 공급 계약 등이 해지됐고, 양극재 제조사 엘앤에프가 테슬라와 맺은 3조8,000억 원짜리 계약은 937만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배터리 업계 전체적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취소된 계약 규모가 28조 원에 육박한다.

경고등이 켜졌지만 지난달 11~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배터리산업 전시회 '2026 인터배터리'를 통해 K배터리는 스스로 해법을 제시했다. 올해 전시회에서 전기차는 뒤로 밀려 났고 무게 중심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이동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주도권 경쟁도 벌어졌다. 삼성SDI는 내년 하반기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중국과의 피 말리는 경쟁도 이겨내야 한다. 그래도 배터리가 놓칠 수 없는 산업이란 점은 분명하다. 인공지능(AI) 성장과 맞물려 급증세인 AI 데이터센터, 상용화가 머지않은 피지컬 AI라는 신시장도 열리고 있다. 피지컬 AI에는 고밀도, 소형 배터리가 요구돼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기술력을 축적한 우리에게 유리하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소재사들이 경쟁력을 키워 공급망을 갖췄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초 산업통상부 장관이 배터리 3사와 주요 소재사 경영진을 소집해 업계에는 잠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석유화학처럼 구조조정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었다. 산업부는 즉시 오해라고 해명했다. 아직은 기업의 역량을 믿어야 할 시기다. 각 사가 길게는 30년 이상 갈고닦은 기술력 위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다지고 있어서다. 일본 배터리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 번의 실기는 치명적 결과로 돌아온다.

김창훈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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