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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뉴스 앤 데이터] ‘“이·퇴직보다 안정을”…대기업 직장인, 이·퇴직...

팬데믹 시기 고용시장을 뒤흔들었던 ‘대퇴사(Great Resignation)’와 이직 열풍이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더 높은 연봉과 유연한 근무 환경을 좇아 회사를 옮기던 흐름 대신, 국내 주요 대기업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현재 직장에 남아 안정과 보상을 택하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뉴스 앤 데이터] ‘“이·퇴직보다 안정을”…대기업 직장인, 이·퇴직...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팬데믹 시기 고용시장을 뒤흔들었던 ‘대퇴사(Great Resignation)’와 이직 열풍이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더 높은 연봉과 유연한 근무 환경을 좇아 회사를 옮기던 흐름 대신, 국내 주요 대기업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현재 직장에 남아 안정과 보상을 택하려는 분위기가 짙어졌다. 경기 둔화와 채용 위축이 이어지면서 이직 시장의 온도도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26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2022~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하고 비교 가능한 이직·퇴직률을 공시한 108개사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직장인들의 고용 이동성 둔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평균 이·퇴직률은 2022년 9.2%를 기록한 뒤 2023년 7.8%로 내려갔고, 2024년에는 7.7%까지 낮아졌다. 3년 사이 1.5%포인트 하락했다. 팬데믹 충격이 남아 있던 시기 활발했던 인력 이동이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국면을 지나며 빠르게 식은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직장인들 사이에선 ‘평생직장’보다 ‘평생 커리어’라는 말이 더 익숙했다. IT·플랫폼 기업이 내세운 높은 연봉과 자율적 조직문화, 빠른 성장 기대감은 이직을 하나의 투자처럼 보이게 했다. 실제 유통·서비스 업종 인력 상당수가 플랫폼과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며 산업 간 인력 이동도 거세졌다.

그러나 엔데믹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플랫폼 업계 성장세가 둔화하고 채용 축소와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이직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기회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됐다. 한때 ‘옮겨야 성장한다’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남아야 버틴다’는 현실 감각이 힘을 얻고 있다.

변화는 업종별 수치에서 더 선명하게 나타났다.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가진 전통 산업일수록 인력 이탈률이 낮았다. 2024년 기준 이·퇴직률이 가장 낮은 업종은 상사로 4.3%에 그쳤다. 이어 통신 4.8%, 철강 5.2%, 조선·기계·설비 5.4%, 보험과 에너지 업종이 각각 5.5%를 기록했다.

이들 산업은 사업 주기가 길고 수익 구조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상사·철강·조선·기계 업종은 대형 프로젝트와 B2B 거래 중심 산업이다. 업무 연속성이 길고 인력 운용 역시 장기적이다. 통신·보험·에너지 업종도 높은 시장 진입장벽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처우와 복지까지 더해지면서 직원 입장에선 굳이 회사를 옮겨야 할 이유가 크지 않다.

반대로 팬데믹 시기 인력 유출이 심했던 업종들은 최근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생활용품 업종은 2022년 18.0%에 달했던 이·퇴직률이 2024년 11.2%로 낮아졌다. 감소 폭만 6.7%포인트다. 유통 업종 역시 같은 기간 12.4%에서 9.2%로 3.2%포인트 떨어졌고, 서비스 업종도 11.5%에서 8.8%로 2.7%포인트 하락했다.

세 업종의 공통점은 팬데믹 당시 비대면 소비 확대와 플랫폼 산업 성장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는 데 있다. 유통과 서비스 종사자 상당수가 더 높은 연봉과 유연한 근무 환경을 제시한 IT 기업과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이동했다. 당시 이직은 경력 관리의 수단을 넘어 일종의 생존 전략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플랫폼 시장의 열기가 식고 신규 채용이 줄어들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었다. 공격적인 이직이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고, 직장인들의 선택도 달라졌다. 한때 ‘이직이 곧 성장’이었다면 최근에는 ‘남아 있는 것도 전략’이라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별 순위는 사람들이 어떤 회사에 오래 남는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답을 보여준다. 2024년 기준 이·퇴직률이 가장 낮은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였다. 이·퇴직률은 1.2%로, 2022년 4.0%에서 2년 만에 2.8%포인트 낮아졌다. 뒤를 이은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의 이·퇴직률은 2022년 2.4%, 2023년 1.8%, 2024년 1.3%로 꾸준히 낮아졌다.

SK하이닉스 사례는 최근 고용시장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 시대 개막과 함께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2024년 이후 연이어 호실적을 내고 있다. 낮은 이·퇴직률 배경에는 실적과 보상이 맞물린 구조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성과급과 보상 체계가 비교적 투명하게 작동하면서 ‘성과를 내면 보상받는다’는 신뢰가 조직 안에 자리 잡았고, 이는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외에도 삼성생명(1.3%), 에쓰오일(2.4%), 삼성전기(2.4%), 삼성SDI(2.5%) 등 업계 선두권 기업들이 2%대 이하의 낮은 이·퇴직률을 유지했다. 높은 보상과 안정적인 사업 구조, 예측 가능한 조직 운영이 공통된 특징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준 이·퇴직률은 2024년 10.1%로 집계됐다. 2022년 12.9%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별도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회사 측에 문의했지만 공개는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숫자가 말하는 변화는 분명하다. 팬데믹 시절 고용시장의 키워드가 ‘떠나는 용기’였다면, 지금은 ‘남을 이유’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결국 사람을 붙잡는 것은 화려한 비전만이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사업 구조와 예측 가능한 보상,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는 조직이 다시 직장인의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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