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명현 충남도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장
올봄 논산 하늘 아래 붉게 익은 딸기향이 가득했다.
3월 26일부터 나흘간 열린 논산딸기축제는 단순한 지역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딸기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확인하는 장이었다.
내년 2월 26일부터 24일간 개최되는 ‘2027 논산세계딸기산업엑스포’의 전초전이기도 한 이번 축제는 충남 딸기가 세계 무대에 서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음을 실감하게 했다.
국내 딸기 산업의 연간 생산액은 약 1조 5000억 원으로, 단일 과채류 가운데 최고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핵심 전략 산업이다.
과거 일본 품종에 의존하던 시절을 지나 ‘설향’과 ‘킹스베리’ 등 우수 국산 품종 개발을 통해 현재 국산 품종 점유율 98% 이상을 달성하며 확고한 종자주권을 확립했다. 이는 국내 농업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괄목할 성과다.
올해 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6 논산시농식품해외박람회’에서는 준비한 논산 딸기 25톤이 완판되고 인도네시아·태국 유통사들과 950만 달러 규모의 수출 협약을 체결하는 등 K-딸기의 세계 진출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딸기 산업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다.
기후위기 심화, 농업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동남아·중국산 딸기의 가격 경쟁력 확대라는 복합적 도전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충남 딸기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이 요구된다.
첫 번째는 품종 다변화와 프리미엄 시장 선점이다. 현재 국내 딸기 생산 농가의 80.5%가 ‘설향’ 단일 품종에 의존하고 있다.
재배 기술 보급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었으나 탄저병 변종이나 이상 기후 발생 시 공급망 전체가 동시에 위협받는 ‘구조적 위험’를 내포한다. ‘킹스베리’·‘조이베리’·‘미향’ 등 개발 품종과 함께 병 저항성 품종·흰딸기 등 차별화된 품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포장재에 품종명 표기를 의무화하는 등 프리미엄 시장 경쟁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
나아가 전통적 교배 육종을 넘어 유전체 빅데이터와 AI를 결합한 ‘디지털 육종’을 도입함으로써 육종의 효율성도 높여나가야 한다. 이 기술은 신품종 개발 주기를 기존 6~7년에서 3~5년으로 단축할 수 있으며 스페인 Planassa(플라나사), 미국 Driscoll's(드리콜스) 등 글로벌 종자 기업들이 이미 활용 중인 만큼 한국 딸기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되었다.
두 번째는 육묘 선순환 체계 구축과 스마트팜 혁신이다. 현재 자가 육묘로 생산되는 딸기 묘는 탄저병·시들음병 등에 노출되어 정식 전부터 생산성 저하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무병묘 공급 확대와 전문 육묘 단지에 대한 스마트 환경 제어 시스템 도입, 전문 컨설팅 체계화를 통한 소프트웨어적 역량 강화, 그리고 육묘-생산 농가 간 이력 추적 기반의 신뢰 유통 생태계 구축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올해 2월에는 연면적 14.1㏊ 규모의 딸기 산업 스마트팜 복합단지 착공식이 논산에서 열렸다. 이 단지는 ICT 기반 환경 제어, 생육 데이터 분석, AI 의사결정 시스템을 결합한 첨단 실증 거점이 될 것이다. 특히 외국의 사례처럼 로봇 정확도가 숙련 농업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지금 충남 스마트팜 단지가 이 기술의 국내 최전선 실증 현장이 돼야 한다.
세 번째는 글로벌 명품 딸기 브랜드 육성이다. 일본의 ‘아마오우’ 딸기가 브랜드 하나로 아시아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사례처럼, 품종·품질·스토리가 결합된 브랜드 정체성은 강력한 가격 협상력을 만들어낸다.
현재 한국산 신선 딸기 수출의 90% 이상이 동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어 미국·유럽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의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충남 딸기생산자 ‘원팀’ 체계를 기반으로 한 철저한 품질 관리, 수출 대상국별 맞춤 마케팅, 그리고 딸기 체험 관광·가공식품·테마 축제를 연계하는 6차 산업화 모델을 체계화해 지역 경제 파급효과도 극대화해야 한다.
충남 딸기는 우수한 품질과 종자주권 확립이라는 탄탄한 기반 위에 서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디지털 전환의 용기와 속도다.
2027년 논산에서 열리는 ‘세계딸기산업엑스포'는 이 모든 전략의 집약된 성과를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대한민국 딸기 산업의 최대 이정표가 될 것이다. 38개국 150만 명의 방문객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행사의 주제 ‘K-베리, 스마트한 농업, 건강한 미래’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디지털 육종·스마트 생산·글로벌 브랜드, 이 세 축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충청남도 딸기 산업은 명실상부한 ‘K-딸기의 심장부’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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