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민선 7·8기 전원 적격…전문성·보은 인사 논란 못 걸러
충북, 적격 뒤 후보 사퇴·세종, 청문 한 차례…검증 실효성 도마
충남, 부적합 수용 사례에도 법적 구속력 없어 단체장 판단에 좌우
인공지능(AI) 활용 제작 이미지
충청권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자질을 가려내는 검증대가 아니라 단체장의 인선에 명분을 얹어주는 통과의례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성 부족과 도덕성 의혹, 자료 누락에도 적격 의견이 반복되고 의회가 부적격 판단을 내려도 임명이 강행되면서다.
충청권에서 인사청문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대전이다. 대전시는 민선 6기인 2014년 제도를 도입한 뒤 같은 해 8월 대전도시공사 사장 후보자를 처음 검증했다. 충남은 2018년 9월, 충북은 2019년 9월 각각 제도를 도입했다. 세종시의회는 2023년 조례를 제정했지만 시행이 미뤄져 2025년 8월에야 청문회를 열었다.
초기 인사청문회는 시·도와 의회의 협약이나 의회 내부 규정에 따라 간담회 형태로 운영됐다. 지방의회의 인사청문 근거를 담은 지방자치법이 2023년 시행되면서 의회가 조례를 마련했지만 단체장에게 청문 요청을 의무화하거나 부적격 의견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두지 못했다.
가장 오랜 기간 제도를 운영한 대전에서는 인사청문회가 검증 장치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의회는 민선 7·8기 공사·공단 기관장 후보자 8명에게 적격 의견을 냈다. 민선 7기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민영화 전문가' 논란에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민선 8기에도 대전교통공사·대전관광공사·대전도시공사 사장, 대전시설관리공단 이사장 후보자가 모두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었다. 일부 후보자는 관련 분야 경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시장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이력까지 맞물리며 보은 인사 논란도 일었지만 대전시의회는 모두 적격 의견을 냈다.
세종시의회는 2025년 8월 세종평생교육·정책연구원장 후보자에게 적합 의견을 냈다. 조례상 8개 기관장이 대상이지만 청문 사례는 한 차례뿐이다. 제도 시행을 둘러싸고 세종시와 세종시의회가 임원추천위원회와의 중복 검증 여부 등을 놓고 대립하면서 조례 제정 이후 인사청문회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민선 5기 들어 현재 임용 절차가 진행 중인 세종도시교통공사 사장, 세종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세종테크노파크 원장 임용 절차부터 인사청문회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충남도의회에서는 부적격 의견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단체장의 선택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2019년 공주의료원장 후보자에게 부적합 의견을 냈지만 충남지사는 추가 소명을 이유로 임명을 강행했다. 반면 2022년 홍성의료원장 후보자와 2025년 또 다른 공주의료원장 후보자는 부적합 판정 이후 임명되지 않았다. 민선 9기에는 충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후보자가 자료 미제출과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부적합 판단을 받았다. 충남지사는 재공모하기로 했다. 민선 9기 충청권에서 단체장이 의회의 부적합 의견을 수용해 재공모에 나선 첫 사례다.
충북도의회는 2019년 4개 기관을 대상으로 제도를 도입한 뒤 2023년 대상을 8개 기관으로 늘렸다. 그러나 부적격 판정은 없었다. 지난해 충북테크노파크 원장 후보자는 청문위원 9명 전원의 적격 판단을 받았지만 방송사 재직 당시 민간기업과 자문계약을 맺고 5년간 1억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으로 번지자 임명을 앞두고 사퇴했다. 인사청문회의 부실한 검증이 후보자 사퇴로 뒤늦게 드러났다.
그만큼 인사청문회 결과의 반영 여부가 단체장의 판단에 좌우되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제도와 지방정치의 정당 구조가 인사청문회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정부와 지방의회가 같은 정당으로 구성되면 인사에 대한 반대가 당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져 제대로 된 견제가 어렵다"며 "선거 보상성 인사가 반복돼도 임명권자가 책임지지 않는 구조인 만큼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를 포함한 현행 정당 시스템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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