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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트북] 불확실성이 남긴 겸손

간절했다. 지난 6·3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목소리 높여 호소한 말이다. 그뿐만 아니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커다란 피켓을 들고 지역 주민들이 몰리는 곳곳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노트북] 불확실성이 남긴 겸손

한규준 정치부 기자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간절했다. 지난 6·3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목소리 높여 호소한 말이다. 그뿐만 아니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커다란 피켓을 들고 지역 주민들이 몰리는 곳곳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역을 돌며 유권자를 만났고, 한 표를 호소했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간절하게 했을까. 불확실성이었다. 후보들은 당선이라는 희망 한편에 낙선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지역과 정당, 인물에 따른 유불리는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지만, 수많은 변수 속에서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누구도 당락을 확신할 수 없었다.

겸손했다. 공천부터 선거까지 이어진 불확실성은 정치인들을 더욱 낮은 자세로 만들었고 유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유권자 앞에서 허리를 숙인 것은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몸짓이 아니라, 선택받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만든 태도였다.

정치를 겸손하게 만든 근원은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었다. 중진 정치인이라도, 거대 정당의 후보라도 유권자의 주권과 표심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다. 낙선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정치인에게 긴장감을 안겼고 그 긴장감은 주민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문제는 당선증을 거머쥔 바로 그 다음이다. 선거 후 팽팽했던 불확실성은 ‘확정된 권한’으로 바뀐다. 당선의 기쁨이 찾아오는 순간, 자신을 낮추던 간절함과 겸손함은 너무 쉽게 사그라진다. 유권자 앞에 숙였던 허리는 곧게 펴진다. 주민의 목소리에 기울이던 귀는 닫힌다. 그 자리를 행정 편의주의와 정치적 셈법이 채우기 일쑤다.

6·3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된 이들의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 가까이 됐다. 이제 남은 임기 동안 선거 현장에서 보여준 그 간절함이 일회성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초심을 잃지 않는 방법은 이미 경험했다. 선거 기간 내내 품었던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간절함을 잊지 않는 것이다.

/한규준 정치부 기자 kkyu@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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