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클라우드와 제미나이 API를 둘러싼 과금 피해가 개발자와 스타트업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오래전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넣어 둔 구글 지도, 파이어베이스용 API 키가 제미나이 API 호출에 악용되면서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 규모의 청구서가 발생한 사례가 잇따랐다.
이번 논란은 지난 5월 13일 공개된 해외 보도와 구글 개발자 포럼, 보안기업 분석을 통해 구체화됐다.
피해자들은 “예산 알림을 설정했지만 실제 비용 발생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10달러 예산 알림을 설정한 계정이 하룻밤 사이 2만5천 달러 이상 청구됐고, 또 다른 이용자는 5분 만에 약 7천500달러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제미나이 API 키 악용으로 8만2천314달러가 48시간 만에 발생했다는 사례도 공개됐다.
한국 스타트업 피해 사례도 확인됐다. 한국 기업 콜라보그라운드는 2016년 파이어베이스 프로젝트 생성 과정에서 자동 발급된 안드로이드 API 키가 지난 4월 18일 외부 봇넷 공격에 악용됐다고 밝혔다.
해당 키는 약 10년 동안 정상적으로 사용됐지만, 공격자는 이 키로 제미나이 API를 대량 호출했다. 피해 기업은 19시간 만에 약 6만7천 달러의 청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공격 트래픽은 초당 931건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핵심은 과거 공개해도 된다고 여겨졌던 API 키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파이어베이스 안내 문서에서는 API 키가 비밀값이 아니라고 설명해 왔고, 개발자들은 이를 웹사이트 소스코드나 앱 안에 넣어 사용해 왔다.
그러나 제미나이 API가 활성화된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키가 생성형 AI 호출 권한을 갖게 되면서 공격자에게 비용 청구 수단이 될 수 있었다.
보안기업 트러플 시큐리티는 지난 2월 25일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 업체는 공개 웹과 코드 저장소, 앱 등에서 발견되는 구글 API 키가 제미나이 엔드포인트 접근에 악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후 보안업계에서는 약 2천863개의 공개 구글 API 키가 제미나이 접근에 노출돼 있었고, 일부는 금융기관과 보안기업, 대형 서비스 사업자와 관련돼 있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격자는 웹사이트나 앱에 노출된 구글 API 키를 수집한 뒤, 해당 프로젝트에서 제미나이 API가 사용 가능하면 대량 요청을 보냈다. 일부 피해자는 공격자가 여러 제미나이 모델을 동시에 호출해 개별 속도 제한을 우회했다고 주장했다.
비용은 사용량 기반으로 청구됐고, 피해자는 공격 사실을 알아차린 뒤 키를 제한하거나 삭제했지만 이미 청구액이 크게 늘어난 뒤였다.
구글은 뒤늦게 지출 통제 장치를 강화했다. 구글 AI 스튜디오는 4월 15일 제미나이 API 선불 결제 기능을 공개했다. 이용자가 미리 크레딧을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예기치 못한 비용 증가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또 구글 측은 제미나이 API 이용자를 대상으로 결제 계정과 프로젝트 단위 지출 한도를 지원하고, 티어 1 이용자는 기본적으로 월 250달러 한도에 도달하면 차단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용 보고에는 최대 10분 정도 지연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호소한다. 예산 알림은 비용 발생을 알려줄 뿐 실시간 차단 장치가 아니며, 보고 지연이 있는 동안에도 공격 요청은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피해 사례에서는 알림을 받은 뒤 대응했지만 이미 수천 달러에서 수만 달러가 청구된 경우가 확인됐다. 일부 이용자는 구글 클라우드 지원팀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유효한 사용량”으로 분류돼 조정이 거부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생성형 AI API 시대의 새로운 공급망 보안 문제로 인식될 수 있다. 과거에는 단순 식별자에 가까웠던 공개 API 키가 고비용 AI 서비스 접근 권한으로 이어지면서, 오래된 프로젝트와 방치된 키가 곧바로 금전 피해로 연결됐다.
특히 스타트업과 개인 개발자는 짧은 시간에 발생한 대규모 청구만으로도 사업 지속이 어려워질 수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모든 구글 클라우드 프로젝트에서 API 키 제한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미나이 API 또는 생성 언어 API가 활성화돼 있는지 확인하고, 클라이언트 코드에 노출된 키는 즉시 교체해야 한다. 지도나 파이어베이스처럼 공개 앱에서 쓰는 키라도 호출 가능한 API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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