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논란에 정부·주주단체까지 우려...국가 산업 리스크 번진 삼성 총파업
적자 감수하며 시작한 삼성 반도체...이병철·이건희 거친 '위기의 역사' 다시 주목
HBM·AI 반도체 경쟁 격화 속 공급망 불안 노출...글로벌 고객사 신뢰 우려도 확대
재계 "성과급 논쟁보다 중요한 건 절박함"...이재용 체제의 경쟁력 회복 시험대 올라
삼성전자 총파업 리스크가 가까스로 고비를 넘기자 재계에서는 다시 50여년 전 삼성의 반도체 도전사가 소환되고 있다. 성과급 논란이 국가 산업 리스크 수준으로 번진 상황에서 창업세대의 위기의식과 지금의 삼성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삼성전자 총파업 리스크가 가까스로 고비를 넘기자 재계에서는 다시 50여년 전 삼성의 반도체 도전사가 소환되고 있다. 성과급 논란이 국가 산업 리스크 수준으로 번진 상황에서 창업세대의 위기의식과 지금의 삼성을 비교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밤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회의 끝에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총파업 예고일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 우려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 노사 갈등으로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대통령과 정부,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까지 공개적으로 우려를 드러냈고 긴급조정권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여기에 주주단체 반발까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총파업 논란은 노동 문제를 넘어 국가 핵심 산업 경쟁력과 자본시장 질서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논란 중심에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DS(반도체)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영업이익 약 12% 수준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메모리사업부 기준 연봉 1억원 직원이 최대 약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적자 가능성이 거론되는 비메모리 조직에도 억대 수준 공통 성과급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세금도 떼기 전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공개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단순 노사 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투자 질서 차원의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다시 삼성 반도체의 출발점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 반도체의 시작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경영진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자 상태였던 한국반도체를 사재까지 투입해 인수했다. 내부에서는 "기술도 없는데 무모하다", "미국과 일본 기업을 상대로 경쟁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반도체 불모지에 가까웠다.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국내 기술력 역시 크게 뒤처져 있었다. 삼성 역시 수년간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1979년 한국반도체를 삼성전자로 흡수합병했고, 1983년 말에는 이병철 창업회장이 직접 "왜 우리는 반도체 사업을 해야 하는가"라는 선언문을 발표하며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선언문에는 "반도체 산업은 미래 국가 산업의 핵심"이라는 위기의식이 담겼다. 단순 사업 확장이 아니라 한국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승부수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해 삼성은 세계 3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형성됐던 메모리 시장에 한국 기업이 본격 진입한 순간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미국·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사진=연합]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꿔라"...다시 떠오른 삼성의 위기의식
1987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취임한 이후 삼성 반도체는 더 빠르게 움직였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제2창업'을 선언했고, 1992년 삼성은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듬해인 1993년에는 D램과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최대 생산업체 자리에 올라섰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나온 이른바 '신경영 선언'은 지금도 삼성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당시 이건희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고 주문하며 강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재계에서는 최근 삼성전자 총파업 논란 속에서 이 같은 발언들이 다시 언급되는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원래 생존과 위기의식, 대규모 투자와 기술 경쟁 속에서 성장해왔는데 최근 논란은 성장보다 이익 배분 문제에 지나치게 쏠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반도체 시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엔비디아 중심의 AI 반도체 시장 확대 속에서 SK하이닉스와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기업들은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첨단 패키징 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총파업 사태는 글로벌 고객사들에 공급망 불안 우려를 노출했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는 지난 4월 평택사업장 집회 이후 일부 생산라인 생산량 감소 수치를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시장에서는 주요 글로벌 고객사들도 공급망 안정성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재계에서는 결국 삼성의 미래 경쟁력은 다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글로벌 현장 경영과 AI 반도체 승부에 달려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과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최근 이재용 회장은 유럽 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빅테크 기업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가며 반도체와 전장, AI 협력 확대에 직접 나섰다. 재계에서는 최근 행보를 두고 단순 해외 출장이 아니라 AI 시대 삼성의 생존 전략을 직접 챙기는 현장 경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과거 이병철 창업회장의 반도체 진출,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처럼 지금 이재용 회장에게도 다시 한번 삼성의 방향을 바꿀 결단과 위기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는 원래 불가능하다는 평가 속에서 시작된 산업이었다"며 "지금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도 성과급 논쟁보다 다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겠다는 절박함과 기술 경쟁력 회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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