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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란봉투법, 선의의 역설 피하려면 노사 공존의 '한 수' 찾아야

'기술적 도피처'가 된 로봇과 AI 그 리스크 관리의 결과는 이미 산업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물류기업의... 우리는 AI 혁명, 고령화, 그리고 법적 불확실성이 겹치는 유례없는 과도기에 서 있다. 이제 이사회와 경영진은...

노란봉투법, 선의의 역설 피하려면 노사 공존의 '한 수' 찾아야

[칼럼]

노동권 보호 선의가 '로봇도입 촉진·고용기피'로 이어질 수도

'기간제 2년 제한'이 2년이상 고용금지법 된 것도 선의의 역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민주노총 초청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는 흔히 ‘선의’를 먹고 자란다. 약자를 보호하고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선한 의도는 법과 제도의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온다. 하지만 냉엄한 현실에선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도 아니다. 이른바 ‘선의의 역설’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마치고 새 진용을 갖춘 기업의 이사회에서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3조 개정법률)’의 실행에 따른 대응과 고민을 다루는 곳이 많아졌다. 이란 전쟁, 물류 리스크, 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에 더해 가늠하기 힘든 교섭 요구로 인한 내부 변동성도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선의의 부메랑: 기간제법의 교훈

최근 ‘기간제 2년 제한’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초청 간담회에서 “상시 고용으로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법인데도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이에 “기간 제한은 고용 안정에 효과가 없으며, 사용 사유 자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맞선다.

서로 다른 입장처럼 보이지만 두 발언은 “어떻게 하면 더 안정적인 고용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같은 질문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흔히 놓치는 '축'이 하나 있다. 바로 ‘기업의 의사결정 방식’이다.

'기간제2년 제한' 말고도 선의와 현실적 결과가 어긋나는 사례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향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려 했으나, 현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아르바이트생들은 일할 기회 자체를 잃는 역설에 직면했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도입된 기간제법이 기업으로 하여금 정규직 전환 대신 ‘2년 단위 계약 종료’를 선택하게 만든 것 역시 마찬가지다. 법이 현실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간과할 때, 시장은 법의 망을 피해 차가운 대안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향을 찾아 이동한다.

기업은 도덕보다 ‘예측 가능성과 수익성’으로 움직인다

기업은 단순한 국내 경쟁 속에 있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생산하는 경쟁자들과 맞서 싸운다. 이 환경에서 기업의 의사결정 기준은 매우 단순하다. 이익과 효율, 그리고 ‘예측 가능성’이다.

만약 어떤 제도 변화가 기업 입장에서 비용의 불확실성을 크게 키운다면, 기업은 도덕적 판단보다 예측 가능성과 효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는 비난받을 일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예측 가능한 반응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노란봉투법의 실행 역시 앞으로 나타날 연쇄 반응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동권 보호라는 취지가 강화할수록, 기업은 또 다른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적 도피처’가 된 로봇과 AI

그 리스크 관리의 결과는 이미 산업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다. 물류기업의 경우 한두 곳의 물류 거점만 멈춰도 전국망이 마비되는 특성상, 원청이 수십 개의 하청 노조와 개별 교섭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은 기업들에겐 공포로 다가온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제 생존을 위해 ‘사람 없는 현장’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연초, 한국의 고령화에 따른 인구 붕괴를 경고하며 "로봇이 한국을 살릴 대안"이라 말했으나, 지금 한국 기업들이 자율주행 로봇(AMR)과 자동화 설비에 막대한 예산(CAPEX)을 투입하는 이유는 인력 부족 때문 만은 아닐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노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기술적 대안’을 찾는 것일 수도 있다.

기계는 협상하지 않는다. 대신 계산된 속도로 움직인다. 유통 현장의 자율주행 로봇과 건설 현장의 로봇 도입 가속화는 노란봉투법이 가져올 의도치 않은 무인화 경쟁의 서막이 될 수 있다. 기술은 점진적으로 오지 않는다.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서면 한꺼번에 밀려온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제 방향이 아니라 ‘속도’일지도 모른다.

공존을 위한 ‘한 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선의로 제정된 법안이 오히려 고용을 어렵게 만들고, 인간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는 촉매제가 된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우리는 AI 혁명, 고령화, 그리고 법적 불확실성이 겹치는 유례없는 과도기에 서 있다.

이제 이사회와 경영진은 단순히 노무 관계의 전문가 풀을 구축하고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이고 실효성있는 ‘노사 공존의 가이드라인’을 정립해야 한다. 정부 역시 법 취지가 현장에서 ‘고용 기피’로 변질되지 않도록 명확한 제도적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선의의 역설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것이다. 고용이 사라진 사회에서 노동권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원치 않는 방향으로 고용이 어려워지는 사회로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진정으로 노동자와 기업 모두를 살리는 길인지, 감정이 아닌 실무와 생존의 관점에서 ‘공존의 한 수’를 두어야 한다.

김희연

은 기업전략 컨설턴트다. 씨티은행과 유수 증권사의 IT애널리스트를 거쳐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에 올랐다. 금융·증권·IT·제조 분야를 아우르는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 MI·신사업 발굴·IR을 총괄했다. 퇴임 후엔 AI를 통해 현자·석학들과 대화하며 차별화 전략·리더십 해법을 탐색하는 <AI스토밍(AI-Storming) 방식> 을 창안, 관련 저작권을 갖고 있다. 현재는 이 독창적  AI활용 방법론을 기반으로 기업과 기관에 <전략 컨설팅> 및 <AI 강의> 등을 하고, 뉴스버스에 'AI시대 인(人)사이트'를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감지능시대>와 최근 출간된 <리더는 AI에게 질문하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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