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자 울산과학대학교 국제학부 강사
이주민들에게 고향의 산과 들, 그리고 고향 사람들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특히 고향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나 친척한테 사고나 걱정할 일이 생기면 나 개인의 삶이 아무리 행복해도 갈 수 없는 상황에 안타까워하면서 밤을 설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엄청난 재난은 가히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정도로 놀라움과 경고를 안겨줬다. 바로 네팔의 대형 홍수, 그리고 산사태를 두고 하는 말이며, 21세기를 사는 인류의 과제로 부여받은 것이기도 하다. 휴대폰 뿐만 아니라 온갖 매체에서 접하는 소식이나 영상을 보면 모두가 입을 벌리고 볼 수밖에 없다. '어떻게 저런 일이!' 한마디로 '세상에 저런 일'이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26일은 히말라야산 아래에 있는 네팔과 중국 티베트 자치구 일대에서 일어났다. 처음에는 지진으로 소식을 접했지만, 사실은 빙하가 녹은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빚어진 천재지변의 재앙이자 재난으로 밝혀졌다. 이번 참사에 대해 언론은 네팔 중북부(바그마티주)에 있는 해발 7,000 미터 이상의 산에서 폭이 600미터에 달하는 빙하가 암석과 함께 무너졌다 알리고 있다. 녹은 빙하가 산사태와 함께 홍수를 이뤄 엄청난 속도로 아래로 덮쳐 사람, 건물, 자연을 가리지 않고 휩쓸어갔다.
9월 12일 국제뉴스에 따르면 이번 참사에 따른 인명 피해는 1,400여명의 사망자와 5,600여명의 실종자라고 언급하지만, 토석류가 형성되면서 구조와 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다. 특히 수많은 사상자와 실종자 중에는 외국인도 많고 우리 현지 파견된 한국인 근로자들도 9명이나 있다. 네팔이 모국인 이주민들의 마음 또한 타들어 가고 있는 건 우리와 같은 인지상정일게다.
이에 각국 각처에서 직접 가지 못하거나 도움을 줄 수 없는 세계시민들이 기금이나 물자를 보내고 있다. 울산과학대학교 유학생들도 손을 보탰다. 9월 개강으로 바쁘기도 할 텐데 기꺼이 손을 걷어붙였다. 거창한 행사는 아니지만 자율적으로 마음이 통해 마련된 행사에 국제교류원과 국제학부 교수진과 학생들도 힘을 모았다.
개인 시간을 내어 반죽하고 쿠키를 만들고 빵을 구웠다. 글로벌 비즈니스 수업이나 호텔 관련 학과목에서 배운 음료 제조 실력을 발휘해 헤즐넛 향이 가득한 아이스커피와 레몬 아이스 커피도 만들어서 내놓았다. 가격은 한 잔에 1,000원씩이다. 간식은 계란빵이 2,000원인 것을 제외하고 쿠키나 마들렌 같은 빵은 모두 1,000원이다.
서부캠퍼스 국제관 1층에 마련된 네팔재해 이재민을 위한 기금 마련 부스에서는 네팔 여학생들의 헤나 타투도 3,000원에 진행되고 있었다.
산책하던 인근 주민이 딸아이의 손에 이끌려 왔다. 타투를 해달라는 딸의 애교에 “나중에 굳으면 어떻게 지우느냐, 며칠 동안 그림이 남아 있냐"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딸아이는 이미 빨리 그려달라고 네팔 여학생 앞에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다국적 학생들이 우루루 나와서 '네팔을 위한 한 잔의 희망'에 동참했다. 지나가던 울산대학교 직원들과 학생들도 작은 포스터를 보고 발길을 옮겨왔고, 네팔 유학생들은 고국의 재난에 힘을 보태는 사람들의 인사에 감사를 표했다. 커피 한잔을 받아 가면서 힘내라는 격려와 “네팔 파이팅!"이라며 주먹을 쥐어 보이는 이들 모두가 네팔 유학생들에겐 에너지가 되었고 네팔을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행사에 참여했던 네팔 여학생의 문자가 밤늦게 도착했다. 시간을 보니 오늘 학과 후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보내는 문자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 메시지는 나에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고국에 도움을 주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문자라 생각하며 그대로 옮겨본다.
“솔직히 저희는 외국에서 생활하면서도 이렇게 우리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네팔의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들을 위해 직접 빵을 만들면서 정말 뜻깊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적은 노력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활동이 저에게는 더욱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저희 나라를 위해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런 뜻깊은 기회를 만들어 주신 울산과학대학교에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슬픔에 빠진 네팔의 어려움이 전 세계 여러 도움의 손길로 치유되고 어루만져졌으면 한다. 그리고 구호 현장에도 기적이 일어나고 이재민들의 일상도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 최선자 울산과학대학교 국제학부 강사
최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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