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미국 내 생체정보 무단 수집 소송이라는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특히 원고측의 기술 공세로 기업 내부 기밀이 노출되는 강제 증거조사 단계에 진입하며, 기술 보안과 대외 신뢰도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기획에서는 ‘실질적 피해’ 입증이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 된 소송 과정을 분석하고, 글로벌 사업의 성패가 걸린 법리적 쟁점과 향후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라인 일본 본사. 사진=라인
관할권을 확인하기 위해 원고의 요청으로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라인(LINE) 증인 심문 과정은 양측의 거친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원고는 네이버·라인이 고의로 부실하게 증언해 사건을 부정하려 한다는 취지로 재판부에 항의했고, 라인은 원고 측이 관할권과 무관한 광범위한 질문을 통해 디스커버리(증거개시)에 준하는 압박이 들어왔다고 맞섰다.
◆"라인 법무 총괄 의도적 부실 증언" 주장
2024년 5월 16일부터 24일까지 원고 측 변호인은 일본으로 건너가 류타 이이다(Ryuta Iida) 라인 법무 총괄의 증언 녹취를 실시했다. 당시 법원은 한국과 일본에 기반을 둔 네이버와 라인 법인들이 미국 재판부의 관할권 내에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이이다 총괄에 대한 증언을 허가했다. 다만 관할권에 관한 증언만 허용한다고 범위를 설정해 놨다.
이후 2024년 9월 26일 법원에 제출된 ‘공동 디스커버리 서신(Joint Discovery Letter)’에서는 이를 두고 양측의 첨예한 대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이이다 총괄이 소송의 핵심 쟁점에 대해 의도적으로 답변을 회피하며 조사를 방해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2024년 9월 26일 제출된 ‘공동 디스커버리 서신(Joint Discovery Letter)’에서 원고 측은 “본 법원이 라인에 대한 대표 증인 심문을 다시 실시하도록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 오클랜드 지원
원고 측은 “이이다 총괄이 회사를 대표하는 증인임에도 소송의 핵심인 관할권과 관련된 질문들에 대해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며 “미국 사용자들의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어느 국가 서버에 저장되고 관리되는지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라인이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 규모나 광고 집행 예산 등 미국 법원의 관할권을 입증할 수 있는 기초적인 사업 현황에 대해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민사소송 규정에 따르면 법무 총괄과 같은 기업을 대표하는 위치에 있는 증인은 본인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니더라도 회사가 보유한 기록을 상세히 파악해 답변할 법적 의무가 있다”며 “이이다 총괄은 회사의 기록을 검토하거나 내부 관계자들과 사전에 소통하는 등 증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준비를 고의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고 측은 8일간의 증언 기간 동안 이이다 총괄이 실질적인 정보는 주지 않으면서 시간만 끌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망각이 아니라 회사가 조직적으로 정보를 은폐하거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준비되지 않은 증인’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원에서 허용한 ‘관할권 조사’ 범위 내의 질문임에도, 라인 측 변호인과 증인이 이를 본안에 관한 질문이라며 답변을 거부하거나 극도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며 “이는 법원 명령을 정면으로 무시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원고는 재판부에 이이다 총괄이 다시 충분히 준비해 심문에 응해야 하며 부실한 증언으로 인해 낭비된 변호사 비용과 도쿄 출장비 등을 네이버·라인 측이 부담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또 법원을 기만한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조치를 취해 달라며 라인 측의 행동을 ‘소송 방해 행위’라고 규탄했다.
◆라인 측 "압박 질문 과도…법원 허용 범위 넘어서"
라인 도쿄 사무실. 사진=라인
하지만 라인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증인은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답변했으며, 오히려 원고가 법원에서 허가한 관할권 조사의 범위를 벗어나 소송의 본안과 관련된 핵심적이고 민감한 질문들을 던지며 압박했다고 반박했다.
라인은 재판부에 도쿄 증언과 관련해 원고 측의 부당함을 상세히 항변했다. 라인 측 변호인은 “조사 대상인 7년 동안 체결된 수많은 계약서의 모든 세부 내용을 증인이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원고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증언을 제공하겠다는 선의의 제안을 했음에도 원고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인은 미국 내에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나 데이터베이스가 없음을 확인해 줬다”며 “국가별로 운영 예산이나 비용을 별도로 구분하여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증인이 ‘미국용 별도 예산 카테고리는 없다’고 설명한 것은 사실에 기반한 적절한 답변”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원고가 요구하는 질문 범위가 법원이 허용한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며 “재판부는 캘리포니아주(州) 내에 서버나 데이터베이스가 있는지만 확인하라고 제한했지만, 원고 측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데이터 흐름이나 내부 기밀까지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인은 “임원일지라도 회사의 모든 세부 사항을 다 외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 오클랜드 지원
라인은 원고의 협의 부족도 지적했다. 앞서 라인은 도쿄 증언에 대한 보완을 제공할 것을 원고 측에 제안했으나 이를 무시한 채 법원에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미 서면 답변이나 선언서(Declaration) 등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거나, 제공할 의사가 있으므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본 현지 추가 증언은 불필요한 중복 작업이라는 주장도 개진했다.
라인은 “증인은 8일간의 긴 시간 동안 성실히 심문에 임했음에도 원고 측이 불필요한 재증언을 요구하며 소송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원고의 방대하고 범위를 벗어난 질문들에 대해 증인이 자신의 개인적 지식에 기초해 답변한 것은 법적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임원이라도 모든 세부 사항을 암기할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라인의 항변에도 법원은 도쿄 증언 건에 대해서는 원고 측에 판정승을 내줬다. 2025년 1월 13일 법원은 증언이 부실했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고려해 2차 소장 수정 기회를 제공했다. 이는 증언의 정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된 정황이 있다면 원고가 공격 논리를 보강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다. 또 재판부는 2차 수정 소장에 새로운 원고를 추가할 수 있다고 밝히며 소송의 동력을 유지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건의 관할 분쟁과 관련해 “수십 장에 달하는 복잡한 이용약관과 ‘본사 소재지 관할 법원’ 규정 등을 방패 삼아 글로벌 소비자의 법적 구제와 대응을 원천 봉쇄하려는 것은 결코 공정한 계약으로 볼 수 없다”며 “이는 국경을 넘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마땅히 져야 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교묘하게 회피하는 행태”라고 말했다.
<글 시점 요약 타임라인>
2024.01.23 : 법원, 네이버 측 관할권 부재 입장 반박. 사건 진행 가능하다 판결.
2024.06.10 : 관할권 디스커버리가 끝난 후 원고가 2차 수정 소장을 내도록 기한을 조정 및 합의.
2024.09.26 : 원고 측, 라인 관련 증인이 제대로 답을 못했다며 재증언 요구.
2025.01.13 : 법원, 2차 수정 소장서 원고 일부 소송 철회 및 새 원고 추가 절차 승인.
※ 용어 설명
디스커버리(Discovery·증거개시) 제도 :
재판 전에 서로 가진 자료를 전부 꺼내 놓는 절차로, 판사가 원고와 피고의 자료를 조사할 수 없기 때문에 사건 당사자들이 서로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을 뜻한다. 디스커버리는 의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의로 숨기거나, 삭제하거나, 늦게 제출하면 재판부가 제재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패소 추정 또는 벌금 등의 패널티를 받는다. 회사 내부 문서, 이메일, 메신저·채팅 기록, 내부 의사결정 자료, 재무 자료 등이 공개되기 때문에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로 여겨진다.
공동 디스커버리 서신(Joint Discovery Letter) :
미국 민사 소송 중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발생하는 양측의 의견 대립을 판사에게 보고하고 결정을 요청하기 위해 작성하는 공식적인 협의 문서다. 원고와 피고의 주장과 의견을 종합해 제출한다.
관련기사
[네이버 美 집단소송④] 원고측 "지배구조상 美관할권 입증" 반격
[네이버 美 집단소송②] ‘21일 시한내 대응' 압박에 ‘합의’로 출구 모색
[네이버 美 집단소송①] “B612·라인이 내 얼굴 무단 수집했다”
[네이버 美 집단소송③] 네이버 "미국내 관할권 없다"...기각 승부수
천성윤 기자
다른기사 보기
#네이버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