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네이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1조6212억원(약 11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이번 조달은 인공지능(AI) 시대의 최대 변수인 ‘전력 및 탄소 리스크’ 관리가 핵심 목적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 확보를 넘어 향후 AI 산업의 성패를 가를 에너지 효율 싸움에서 선제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달러와 유로 두 종류의 화폐로 동시에 채권을 발행했다. 달러채는 5년 만기 5억 달러, 유로채는 7년 만기 5억 유로로 구성됐다. 특히 국내 민간 기업 최초인 유로화 7년물 발행에 시장의 이목이 쏠렸다.
네이버는 지난 15일 달러와 유로 두 종류의 화폐로 동시에 채권을 발행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 세계 400여 개 기관에서 발행 규모의 9배를 웃도는 100억 달러(약 14조원) 이상의 주문이 쏟아졌다. 압도적 수요 덕분에 네이버는 금리 협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실제로 달러 5년물은 미국 국채 금리에 고작 0.6%p(60bp)의 가산금리만 붙은 4.375%로 확정됐다. 주목할 점은 이른바 ‘역(逆) 프리미엄’ 현상이다. 보통 신규 채권 발행 시에는 투자자를 모으기 위해 이자를 더 얹어준다.
네이버는 오히려 시장 시세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웃돈을 얹어주기는커녕 깎아주며 돈을 빌려온 셈이다. 채권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네이버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우량주’로 판단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네이버가 그린본드 형식을 택한 이유는 AI 산업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생성형 AI 확산은 데이터센터(IDC)의 전력 소비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
IT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IDC 대비 전력 밀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다”며 “재생에너지를 저렴하게 확보하고 전력사용효율(PUE)을 높이는 것이 플랫폼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번 자금을 친환경 IDC 구축에 집중 투입한다. 에너지 효율 고도화를 통해 비용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국가 목표보다 10년 앞선 ‘2040 카본 네거티브’ 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이다.
실제 데이터센터 성과도 가시적이다. ‘각 춘천’은 글로벌 친환경 인증 LEED 최고 점수로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후속 모델인 ‘각 세종’ 역시 동일 등급 획득을 목표로 한다.
이번 발행의 또 다른 성과는 유럽 시장의 투자자 기반 확대다. 유럽은 전 세계에서 ESG 투자 비중이 가장 높고 규제가 엄격한 지역이다. 유로화 장기물을 통해 유럽 연기금 및 ESG 전문 투자자들과 접점을 넓힌 것은 향후 글로벌 진출 시 발생할 규제 리스크에 대응할 발판이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유럽 연기금 등 눈높이가 높은 우량 투자자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향후 네이버가 친환경 지표를 통해 자금 집행의 효율성을 증명해 나간다면, AI 리스크를 해소한 플랫폼 기업으로서 시장 가치(밸류에이션)가 재평가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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