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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냉·난방’에 눈 돌리는 삼성·LG…HVAC·히트펌프 신동력

LG전자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로봇과 AI, 데이터센터,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냉각과 에너지 효율 솔루션도 B2B 사업의 핵심 축으로...

‘냉·난방’에 눈 돌리는 삼성·LG…HVAC·히트펌프 신동력

[OK가전] 가전 수익성 압박 속 B2B 공조 확대…AI 데이터센터·난방 전기화 수요 대응

삼성전자가 공기열 히트펌프 기반의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 시장에 본격 출시한다. [사진=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전 수요 둔화와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사는 가정용 히트펌프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향 HVAC을 신사업 축으로 키우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일제히 HVAC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HVAC은 난방(Heating), 환기(Ventilation), 공기조화(Air Conditioning)를 아우르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건물 냉난방 설비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탄소중립과 AI 데이터센터 확산 흐름이 맞물리며 전략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양사가 HVAC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기존 가전 사업의 부담이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3조9000억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실적 대부분은 반도체에서 나왔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53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약 94%를 차지했다.

반면 가전과 TV가 포함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수익성 부담이 커졌다. DX부문은 1분기 매출 52조7000억원, 영업이익 3조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조8000억원 감소했다. TV와 가전을 담당하는 VD·DA사업은 매출 14조3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에 그쳤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 경쟁 심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와 소비 둔화는 기존 TV·생활가전 사업의 수익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저수익 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프리미엄 제품과 B2B 공조 등 성장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LG전자는 상대적으로 가전이 실적을 지탱했지만 원가 부담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LG전자는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7272억원, 영업이익 1조67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3%, 영업이익은 32.9% 증가했다.

생활가전(HS) 사업본부는 매출 6조9431억원, 영업이익 5697억원을 냈다. 매출은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줄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세 부담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과 가전구독, B2B 사업을 함께 키우며 수익 구조를 분산하고 있다.

HVAC 확대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가정용 히트펌프다. 히트펌프는 공기나 물, 땅에 있는 열을 끌어와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는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어 유럽을 중심으로 보급이 확대됐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올해를 ‘난방 전기화’ 원년으로 삼고 히트펌프 보급 확대에 나서면서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를 보급하고 온실가스 518만톤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출시했다. 바닥난방 중심의 국내 주거 구조에 맞춘 공기-물 방식 제품으로, 영하 25도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삼성전자는 삼성물산과 협력해 향후 공동주택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도 일체형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를 국내에 선보였다. 실외기와 주요 시스템 구성요소를 일체화해 별도 냉매 배관 공사가 필요 없고, 기존 주택 온수 배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국내 시스템 보일러 사업 경험과 유럽 히트펌프 시장에서 쌓은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유플러스 직원이 AI 데이터센터 액체 냉각 솔루션인 LG전자 CDU를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또 다른 축은 AI 데이터센터향 HVAC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서버를 대규모로 운영하기 때문에 전력 소비와 발열이 동시에 커진다. 서버 발열을 제어하지 못하면 성능 저하와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5년 82GW에서 2030년 220GW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AI 워크로드 전력 수요는 2025년 44GW에서 2030년 156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이 전력 수요와 냉각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 인수를 계기로 중앙공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와 공항, 병원 등 대형 시설 중심 공조 사업을 해온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플랙트를 기반으로 유럽과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법인과 생산 공장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아렬졌다.

이상직 삼성전자 DA사업부 부사장은 1분기 경영설명회에서 “플랙트를 중심으로 유럽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최대 시장인 북미 진출을 추진 중”이라며 “한국법인 및 공장 설립을 통한 국내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칠러와 액체냉각 기술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CW) 2026’에서는 액체냉각 솔루션과 액침냉각 기술을 공개했다.

LG전자의 냉각수분배장치(CDU)는 칩 바로 위에 냉각수가 흐르는 금속판을 얹는 직접 칩 냉각 방식으로 발열을 제어한다. 냉각 용량은 기존 650kW에서 1.4MW로 2배 이상 확대됐다. LG전자는 미국 액침냉각 전문기업 GRC, SK엔무브와 공동 개발 중인 액침냉각 솔루션도 선보였다.

LG전자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로봇과 AI, 데이터센터, 모빌리티 등 피지컬 AI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냉각과 에너지 효율 솔루션도 B2B 사업의 핵심 축으로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HVAC이 단순 냉난방 설비를 넘어 가전업계의 새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국내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은 정부 주도의 난방 전기화 정책과 맞물려 확대 초기 단계에 진입했고, AI 데이터센터향 HVAC은 핵심 인프라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시장 경쟁도 만만치 않다. 데이터센터향 HVAC 시장에서는 다이킨, 캐리어 글로벌, 존슨콘트롤즈 등 글로벌 공조 기업들이 이미 대형 데이터센터와 상업용 공조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존 생활가전 기반 공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향후 대형 프로젝트 수주와 차세대 냉각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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