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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낮에 싸지는 대기업 전기요금...에너지 위기 극복 효과는?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처럼 24시간 연속 공정을 운영하는 대규모 제조업은 요금 신호가 바뀐다고 해서 조업 시간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산업용(을) 기업의 약 97...

낮에 싸지는 대기업 전기요금...에너지 위기 극복 효과는?

정부가 대기업 전기요금을 '낮에 싸고 밤에 비싸게' 바꿨다. 낮 시간에는 태양광 잉여전력을 활용하고 저녁 LNG 발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4시간 가동하는 산업용 전력 특성상 실질적인 수요 이동 효과는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긍정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주택용 요금제를 바꿔야 하는데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기후부 제공)

대기업 전기요금제 개편, “낮에 싸고 밤에 비싸게”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이 오늘(16일)부터 '계절·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시행한다고 14일 밝혔다. 시간당 계약전력이 300kW 이상인 기업의 전기요금이 ‘낮에 싸고 밤에 비싸게’ 바뀐다.

기존 요금제는 공장 가동이 집중되는 낮 시간대 요금이 높고 수요가 적은 밤 시간대를 낮춰 수요를 분산하는 구조였다. 화력발전이 중심이던 시절에는 낮에 전력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에 이 방식이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력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는 2015년 2.5GW에서 지난해 30.8GW로 10년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태양광은 연료비가 들지 않지만 햇빛에 따라 발전량이 좌우되기 때문에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 발전이 집중된다. 이 시간대엔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가 남아돌기도 한다.

전력이 과잉 생산될 경우 전력망 주파수가 불안정해져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부 발전 설비의 가동을 강제로 멈추는 '출력제어'가 시행된다. 출력제어 횟수는 2023년 2회에서 2025년 82회로 크게 늘었다.

반면 해가 지면 태양광 발전이 줄어드는 반면 가전기기 사용 등으로 전력 수요는 늘어난다. 이를 위해 LNG 발전이 가동하는데 연료비가 비싼 데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저녁 시간대 전력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이 구조를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기존에 가장 비쌌던 평일 오전 11시~오후 3시 구간이 중간 요금으로 내려가고 대신 오후 6~9시가 최고 요금 구간이 됐다. 낮 시간 요금은 kWh당 평균 15.4원 낮아지고 밤 시간은 5.1원 오른다. 봄·가을 주말·공휴일 오전 11시~오후 2시에는 전력량 요금을 50% 할인한다.

이번 개편 대상은 국가 전력 소비의 약 46%를 차지하는 산업용(을), 즉 계약전력 300kW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과 전기차 충전전력이다. 일반용·교육용 등 다른 용도는 6월 1일부터 적용된다.

계절‧시간대별 요금 개편안 주요 내용 (자료 기후부)

“실효성 크지 않을 것”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수요 분산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산업용은 대부분 시간과 상관없이 가동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처럼 24시간 연속 공정을 운영하는 대규모 제조업은 요금 신호가 바뀐다고 해서 조업 시간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산업용(을) 기업의 약 97%가 요금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분석했다. 요금 인하 폭은 kWh당 평균 1.7원으로,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단가(kWh당 180~185원) 대비 소폭 내린 수준이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전반적으로 낮춰주기 위한 개편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에 대해서도 석 위원은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주말 낮으로만 국한돼 있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전기차 충전이 평일 저녁에 집중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할인이 저녁 피크 부하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부분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임 연구원은 현재 개편안이 해외에서 운용되는 '실시간 요금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시간 요금제는 실제 전력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요금이 실시간으로 변동되는 방식이다. 이번 개편안은 계절별로 고정된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수준으로 수요와 공급 변화를 즉각 반영하지는 못한다.

석 위원은 이번 개편을 "낭비되는 전력을 줄이자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주택용 요금제 개선 없이는 효과 미미”

전문가들은 시간대별 요금제 효과가 가장 큰 곳은 주택용이라고 본다. 저녁에 가전기기를 켜는 주택의 소비 패턴이 저녁 피크 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석 위원은 "주택용에서 새로운 요금제가 나오는 게 핵심적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이 많을수록 요금이 올라가는 누진제 방식으로 시간대별 요금 개념이 없다.

AMI(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 구성도 (자료 한국전력공사)

정부도 주택용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주택용은 AMI 보급이 충분치 않아 계시별 요금제를 확대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한 편"이라며 "단계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AMI(지능형 전력계량 인프라)는 시간대별 전력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계량기로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다.

현재 주택용 AMI 보급률은 54%다. 미국(73%)·EU(80% 이상)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한전은 2010년부터 보급 사업을 시작했지만 특허소송과 기술문제 등으로 사업이 여러 차례 중단되면서 보급이 지연됐다.

석 위원은 "가격 신호를 충분히 줄 수 있게 되면 산업계에서도 거기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할 것"이라며 “주택용 요금 개편 없이 이번 개편만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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