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된 노동법 규제는 모든 일터에 똑같은 옷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사각지대를 키우고 노사의 자율적 대화를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직무 특성과 기업의 경영 여건에 맞는 다변화된 규제 패러다임으로의 이행이 시급하다.
다음에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근로계약기간, 휴일, 휴가 측면에서 규제의 다변화를 모색하기로 한다.
첫째, 최저임금 규제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전국 단위로 일률적으로 강제되는 단일 최저임금제는 중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초과하여 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생산성과 영업이익률에 따른 업종별 차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어떤 이들은 A업종의 최저임금이 B업종의 최저임금보다 낮게 책정되면, 노동자들은 당연히 B업종으로 이동하여, 이미 구인난을 겪고 있는 영세 자영업·뿌리산업에 인력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지불 능력을 초과한 획일적 인상은 영세 사업장의 한계 상황을 심화시켜 폐업을 속출하고, 최저임금 위반율을 높여 소상공인을 범법자로 양산한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에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불 능력이 다른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강요하는 것은 고용 축소와 폐업을 부를 뿐이므로, 법적 근거에 따라 현장 수용성을 높이는 다변화가 절실하다.
둘째로, 근로시간 규제 패러다임 전환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 도입 등) 주 52시간 한도와 고율의 연장근로 할증률 등 공장 노동 방식에 기반한 시간 중심의 규제를 고부가가치 지식 노동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최근 산업 환경의 다변화와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견해에 의하면, 근로시간의 단축을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과 연결하고자 한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이 모든 노동자에게 일률적인 삶의 질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장·휴일근로 수당을 통해 가계 소득을 보전하려는 노동자들에게는 일률적 규제가 오히려 ‘일할 권리’와 ‘소득 선택권’을 빼앗는 결과가 되기도 하고 N잡러, 재택근무자, 자율근무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게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라는 공장형 근로시간 프레임은 시대를 역행하는 구속이 된다.
셋째로, 아시다시피,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비정규직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획일적 규제는, 노동시장의 다원화 현상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2년 자르기(고용 절벽)'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도 한 사업장에서 3~4년 더 일하며 숙련도를 쌓고 소득을 유지하고 싶어도, 획일적 ‘2년 근무’ 때문에 강제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기간 제한을 3~5년으로 연장하거나 업종별로 유연하게 늘려주는 것이 오히려 노동자에게 유익할 수도 있다.
또 IT, R&D, 바이오, 콘텐츠, 대형 건설 프로젝트 등 현대의 많은 산업은 3~5년 단위의 프로젝트로 움직이는데, 프로젝트 기간이 3년인데 2년 만에 사람을 바꾸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면, 사업의 연속성이 깨지게 된다. 큰 손실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노동법이 관공서 공휴일의 민간기업 유급휴일 의무화, 주휴일 지정 등 휴일·휴가 제도를 국가가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것도 다양해진 일터의 생태계와 근로자의 다원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지 못한다. 획일적인 달력 중심 휴가에서 벗어나 노동자 개인이 원하는 때에, 각 사업장의 사정에 따라 보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규제의 다변화는 노동자 배척이 아닌 노사 상생의 시작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