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역봉쇄 경제 파장
브롬·헬륨 중동산에 대부분 의존
장기화 땐 가격 상승 등 리스크
정부 “3개월치 재고는 확보 상태
헬륨은 日·美 등 대체 공급망 확보”
해운업계 “봉쇄 손실액 하루 21억”
정부, 의료·반도체부품 등 수급 점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호르무즈해협 빗장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원유와 나프타는 물론 헬륨과 브롬 등 중동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미 확보해둔 재고 물량의 경우도 3개월가량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 전쟁과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한다면 정상적인 산업 활동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망 전반에 대한 점검과 함께 피해 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1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의 냉각재로 쓰이는 헬륨 수입량의 64.7%를 카타르에서 들여왔다. 난연제와 의약품, 반도체 등 광범위한 산업에 활용되는 브롬의 경우 97.5%를 이스라엘에서 수입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브롬·헬륨 등의 경우 이미 3개월치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며 “특히 헬륨은 이번 중동 사태를 겪으며 일본과 미국 등 대체 공급망까지 확보한 만큼 당장에 큰 타격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도 단기적으로 수급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반응이다. 과거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같은 문제를 겪으며 공급망이 끊길 때에 대비해온 덕분에 대체 공급망 확보가 가능하고, 소재 재활용 기술로 ‘대란’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현 사태가 길어지면 소재 가격이 오르고, 공급망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봉쇄가 장기화되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한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다음 달부터 황산 수출을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공급난을 겪고 있는 글로벌 금속·비료 시장에 추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는 황산 수입보다 수출이 100배 많은 순수출국”이라며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우선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이 열리지 않으면서 석유화학업계는 신음이 깊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주사기·수액제와 식료품 포장재, 페인트, 반도체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 4개사를 연달아 찾아 필수 석유화학 품목의 생산·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산업부는 석유화학 핵심품목 수급관리를 위해 4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품목별 재고와 수급동향을 모니터링 중이다. 김 장관은 “보건·의료, 생활필수품, 국가핵심산업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관리 중”이라며 “산업부와 소관 부처가 긴밀하게 소통하며 즉각 조치를 원칙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인 해운업계 손실도 커지고 있다. 한국해운협회 등에 따르면 해협에 발이 묶인 우리 선박은 26척으로, 운항 중단에 따른 일일 손실액은 143만달러(약 21억3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쟁보험료와 선박 연료비까지 급등하며 중소 유조선사를 중심으로 부담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이다. 선사들은 해협 통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운항 재개 시점을 가늠하지 못한 채 대기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전정근 HMM 해원연합 노조위원장은 “휴전하고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다 재봉쇄되며 긴장이 고조됐다”며 “저희 입장에선 허탈하다. 기약 없이 길어지는 불확실성에 많이 지쳐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중동상황 관련 ‘금융부문 비상대응 TF’를 개최하고 금융부문 비상대응체계를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집행하는 정책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최근 추경을 통해 지원규모(24조3000억원→25조6000억원)가 확대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집행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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