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시달리다 숨진 부천의 한 유치원 교사가 생전 지인과 나눈 메시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독감에 걸려 40도에 가까운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출근을 이어가다 숨진 20대 유치원 교사가 직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따르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사학연금공단)은 전날 급여심의회를 열고 20대 유치원 교사 A씨 유족이 청구한 직무상 유족급여 심의를 가결했다.
사학연금공단은 지난달 열린 첫 심의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보류했으나, 재심의를 거쳐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A씨는 지난 1월 27일 B형 독감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후에도 사흘간 출근했다. 병세는 급속도로 악화했고, 결국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2월 14일 패혈성 쇼크로 숨졌다.
전교조에 따르면 A씨는 독감에 걸리기 전부터 유치원 발표회 준비로 극심한 업무 부담에 시달렸다. 댄스와 피아노, 장구, 북 난타 등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준비해야 했고, 약 100m 떨어진 건물로 악기를 옮기는 업무까지 맡았다. 여기에 각종 보고서 작성과 주간 협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가 더해지면서 주말에도 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열 증상이 시작된 것은 발표회 준비가 이어지던 지난 1월 24일이었다. 토요일이었지만 A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를 위해 출근했다. 이후 병원을 찾아 B형 독감 확진을 받고 수액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 날에도 출근했다.
당시 A씨는 유치원 원장에게 “독감 검사했는데 B형 독감이라고 해요. …내일 마스크 쓰고 출근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가족들이 출근을 만류했지만 A씨는 “나오지 말라고 안 하는데 어떻게 출근을 안 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는 가족들에게 “출근했어여 오늘”, “목소리가 안 나와”, “아직도 협의 중이야ㅠㅠ”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업무를 계속했다. 29일에는 38도를 넘는 고열 속에서도 저녁까지 근무했고, 지인에게는 “너무 아파서 눈물 나. 집 가려고”라고 호소했다.
다음 날인 30일에는 체온이 39.8도까지 치솟았다. A씨는 가족에게 “컨디션 너무 안 좋아. 오늘이 출근 중 가장 안 좋아”, “38.7도야... 나 2시 지나서 조퇴하기로 했어”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인수인계 업무 때문에 오후가 돼서야 조퇴할 수 있었고, 이후 병원을 찾았다. 상태는 더 나빠져 응급실로 이송된 뒤 2주 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끝내 숨졌다.
유족 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체 원아 120명 가운데 43명과 교사 2명 등 총 45명이 독감에 걸렸다는 자료와 함께 병가 사용을 꺼리는 조직 문화가 있었다는 동료 교사들의 진술 등을 사학연금공단에 제출했다.
유족과 전교조는 과도한 업무와 폐쇄적인 사립유치원 근무 환경으로 인해 A씨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렀다며 직무상 재해 인정을 요구해 왔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라며 “사립 유치원 공공성 강화와 교원 건강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교육부가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
0